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를 당원투표와 여론조사에 맡기는 방향 선회하고, 10일 결과가 발표되는 가운데 당내 분위기와 이후 지방선거 전망이 주목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부 분위기는 “(무공천 문제가 정리될 경우) 기초선거도 이제야 해볼 만하게 됐다”는 것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장, 구도 자체는 야권에 유리하다?

그런데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와 상관없이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 야권에 유리한 구도로 흘러 가고 있다는 전망도 보인다. 한 정치부 기자는 “이번 지방선거는 큰 이슈 없이 인물 대 인물 구도로 가고 있는데, 이 모든 혼란에도 불구하고 야권 인사들이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준비에서) 꽤 선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새민련 내부에선 최문순과 안희정이 강원도지사와 충청남도지사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이시종 충북도지사 역시 박빙 승리할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새민련이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괜찮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낙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남 쪽 분위기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새민련 상황에 밝은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대구시장 김부겸 예비후보의 경우 40% 득표율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목표치를 48%로 상향한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그 관계자는 “물론 당선되기는 어렵겠지만 대구 쪽의 분위기도 매우 좋다”라고 말했다.
또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오거돈 후보의 경우도 비록 무소속으로 나서게 되겠지만 이 경우 야권 단일후보로 무난히 박빙승부를 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새민련의 한 관계자는 “오거돈 후보가 나설 경우 새민련 김영춘 예비후보 등은 결국 선거를 접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서병수 대 오거돈 구도가 되면 50대 50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겠느냐”라고 전망했다.
이럴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호남 싹쓸이, 영남 석패 내지는 일부 승리라는 기본적 구도에서 충청과 강원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수도권에서만 선전할 경우 사실상 여당인 새누리당을 지방선거에서 패퇴시키는 구도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박원순 재선이야!
그래서 오히려 최근 상황에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선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도 있다. 새민련의 관계자는 “수도권 선거에선 경기도는 남경필이 이긴다고 보고 인천은 송영길이 박빙 우세라고 보는 거 같다. 남은 것이 서울인데 정몽준이 맹렬하게 추격해서 힘든 싸움을 하게 될 거라고 본다. 중년 여성들의 정몽준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이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아직은 박원순 시장이 재선될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쉽지 않은 싸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오전 서울 태평로 시청 브리핑실에서 경제비전 2030 서울형 창조경제 모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장 선거가 박빙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시장 측의 위기감이 크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한 정치부 기자는 “지금 새누리당은 부산 선거에 비상이 걸렸다고 하는데, 새정치민주연합과 박원순 시장 측은 (새누리당이 부산시장 선거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여론조사에도 나오고 있지만 박원순 시장은 야권 성향 지지자들의 폭넓은 호감을 받고 있는 것만큼이나 특정 연령대 이상에서의 비토정서도 확고하다”라면서 “끝까지 가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라며 야권이 경각심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만약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야권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수도권 3개 중 2개, 영남 5개 중 1개, 호남 3개 중 3개, 충청 4개 중 2개, 강원/제주 2개 중 1개의 승리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총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9군데에서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만 적으면 얼핏 여야가 박빙인 것처럼 보인다. 야권 성향 기대 당선자 중 무소속 오거돈 후보까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에겐 패배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무난한 승리를 기대하는 8군데 광역자치단체장에 인구가 현저히 적은 제주특별자치도지사(59만여명)와 세종특별자치시장(12만여명)이 포함되어 있는 것까지 감안할 때, 이런 결과라면 야권의 대승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당선자가 포괄하는 광역자치단체의 인구 합산으로 보면 2014년 1월 시도별 인구 자료 기준으로 2697만여명(야권)과 2419만여명(여권)이 된다.
서울시장, 굉장한 심리적 타격 입을 야권 VS 당선이면 좋고 아니어도 괜찮은 여권
그러나 역시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선이 관건이다. 새누리당은 ‘서울 탈환’을 외치며 총력전을 기울일 태세다. 당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진행되면서 그들끼리의 TV토론이 생중계되는 등 언론 노출 빈도도 높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정에서 전임자들과 다른 모습을 보였고 재선에 실패할 경우 그 정책들이 연속성을 가질 수 없을 거라는 점에서, 그가 재선에 실패할 경우 새정치민주연합과 야권 지지자들의 심리적 타격은 굉장할 것이다. 중앙정치의 측면에서 볼 때는 이번 지방선거의 평가의 큰 부분이 그 선거에 좌우될 거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새누리당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정몽준 의원이야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한 것 자체가 당선되어도 좋고 안 되어도 그만인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본다”라고 평했다. 그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 이후) 정 의원의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도 오름세다. 경선이나 본선에서 패배해도 당내 야당 세력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박근혜의 역할을 노려봄직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전체 정치지형의 문제 뿐만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도 재선과 낙선의 낙차가 정몽준 의원에 비해 훨씬 큰 상황이다. 당선될 경우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부상하겠으나 낙선될 시 최악의 경우 정치이력이 단절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가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을 이겨내고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한국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서울시장 선거는 예년에 비해서도 큰 주목을 받을 가치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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