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의 효율적 전달을 위해 오늘자(16일)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한다.

“15일 금강산 관광객 3명이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21명이 머리와 어깨 등에 경상을 입은 금강산 무용교 추락사고는 금강산 관광 사업자인 현대아산이 등반 시설을 부실하게 관리해온 것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 현대아산은 안전을 위해 5~10명이상이 한꺼번에 다리를 건너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최근 가을 단풍철을 맞아 관광객이 몰리면서 수십명이 한꺼번에 건너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 다리 앞에는 ‘5명 이상이 한꺼번에 건너면 위험하다’는 내용의 위험표지판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사고 당시 안전요원이 관광객들을 직접 인솔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 조선일보 10월16일자 12면.
금강산 관광 올해로 10년 째 … 안전대책은 여전히 ‘소홀’

이번 사고를 단순사고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안전대책 소홀로 인한 인재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현대아산측은 사고점검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관광객 수십 명이 무용교를 건너가기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 그리고 위험표지판을 설치하지 않은 책임은 피할 수 없다. 특히 현장에 안전요원이 관광객을 직접 인솔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허술한 응급체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SBS가 15일자 <8뉴스>에서 보도했지만 “부상자들은 북측 온정각, 고성 출입국 관리소를 거쳐 속초병원에 이르러서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사고발생 뒤 7시간이 지난 뒤다. 상황에 따라서 관광객의 생명까지 위험해 질 수 있는 시간이다.

▲ 매일경제 10월16일자 39면.
SBS 보도에 따르면 현재 금강산 진료소 의료진은 의사 1명, 간호사 4명밖에 없는 실정이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올해로 10년째이지만 긴급한 상황에 대비한 의료체계는 나아진 게 전혀 없는 셈이다. 이번 사고가 주는 교훈은 이 같은 문제점들이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정부와 현대아산측에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일이다.

▲ 한국경제 10월16일자 13면.
하지만 오늘자(16일) 경제지들은 이 사안에 대해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했다.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이 사회면에 큼지막하게 보도하면서 재발방지를 요구한 것과 비교하면 경제지들의 ‘단신성’ 보도는 침묵이나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보도를 한 곳은 매일경제였고, 머니투데이와 서울경제는 2단-3단으로 전했다.

연합뉴스 ‘짧게’ 인용한 한국경제…‘관광사진’ 내보낸 파이낸셜 뉴스

특히 한국경제와 파이낸셜뉴스는 ‘정도’가 심하다. 한경은 13면 2단으로 <금강산 계곡다리 붕괴 20여명 부상>의 기사를 내보냈는데 사고 상황을 ‘짧게’ 정리한 이 기사의 ‘바이라인’은 연합뉴스였다. 파이낸셜뉴스 역시 13면에서 관련 내용을 짧게 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15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금강산 내 구룡폭포 인근 출렁다리인 무룡교가 끊어져 관광객 20명이 다쳤다’는 사진설명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는데 이 사진은 사고가 나기 전 사진이다.

▲ 파이낸셜 10월16일자 13면.
얼핏 보면 관광사진 처럼 보이는 이 사진을 굳이 실은 이유가 뭘까. 연합뉴스가 당시 찍은 사진을 오늘자(16일) 대다수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이 게재를 했는데 파이낸셜뉴스는 굳이 이 사진 말고 사고 나기 전 ‘관광’ 사진을 실었다.

한국경제가 아무리 전경련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신문이라고 해도 이 정도 사안마저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다면 언론이라고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대기업이 경제지를 비롯한 많은 신문들의 주요 광고주이긴 하지만 이 사안을 이런 식으로 처리한다면 역시 제대로 된 언론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신문들이 아무리 “기업이 국가혁신의 주체”라고 강조한다고 해도 믿을 수가 있을까. 믿기 어렵다. 자신들이 제대로 보도할 수 없는 성역화 된 곳이 많은데 누가 누구를 향해 질타를 한단 말인가. 그런 점에서 한국 언론 신뢰의 위기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바로 자신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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