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새누리당 공천위는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최고위원의 3자구도로 확정했다. 25일 공천위에서 세 사람을 대상으로 정밀여론조사를 실시해 2배수로 압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정몽준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 측의 반발에 방침을 바꿨다.

28일 아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YTN> 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김황식 전 총리가 전날 자신을 ‘이정희’에 비유한 것에 대해 불쾌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원래 당이 수없이 공표를 해 왔던 원칙이라는 것이 3배수, 5배수 컷오프 원칙이었다”라면서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수없이 저희가 경선을 해 왔지만 3배수 이하로 컷오프 한 적은 없다”라며 이번 결정이 원칙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숫자의 후보가 등록했을 때 경선을 추진할 수 있는 수만큼으로 줄인다는 것이 경선 컷오프의 원칙이기 때문에 3명이 경선을 추진하기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다, 상식 이하의 말씀”이라며 김황식 전 총리 측의 주장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주장하신대로 되었다”라는 김현정 앵커의 질문에 “원래 당이 공식적으로 발표했던 원칙을 그대로 지킨 것”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 이혜훈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구민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도봉갑 당협 핵심당원연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혜훈 최고위원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3자대결의 불합리성을 말하면서 자신을 2012년 대선의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대표에 비유한 것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 최고위원은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에서 “어제 많은 당원들이 김 후보에게 항의성 글을 보내고 성명서도 내고 김 후보 캠프 사무실로도 쳐들어가고 한 걸로 제가 들었다. 그리고 인터넷에 어제 아주 야단이었다 들었다”라며 김황식 전 총리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전날 당원들의 성명서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입당원서 내신지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으신 분이 대통령 만들기 위해서 정치적 사형선고도 받고 검찰에도 몇 번씩 넘겨지고 몇 년 동안 사찰당하고 그리고 공천도 반납했던 저한테, 그 분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위해서 한 일이 뭐가 있는지 어느 국민도 기억하지 못한다. 총리하시고 좋은 자리 계셨던 분인 걸로 알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되고 독일에 계시고 미국에 계시고 대한민국에 계셨던 날이 몇 날 되신가? 무슨 일을 하셨다고 박근혜 대통령 떨어뜨리러 나왔다고 한 이정희 씨, 온 당원들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그 분과 비교를 하는지 용납할 수 없다고 어제 당원들이 쳐들어왔다. 도대체 당에 대해서 전혀 이해가 없으시고 당원들의 정서에 대해서 전혀 모르시는 것 같다”라며 김황식 전 총리의 발언을 극렬하게 비판했다. 앵커를 맡은 전원책 변호사가 “예. 감정을 조금만 가라앉히시고요”라고 말할 정도의 대응이었다.
한편 김황식 전 총리 측은 28일 경선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김황식 캠프’는 보도자료를 통해 "경선일정을 중단한 것은 단지 경선후보가 3배수로 확정됐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후보등록 시한연장, 원샷경선 결정 및 후보 3배수 확정 과정에서 나타난 당의 무원칙 행태 및 이로 인한 혼란과 피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던 까닭"이라고 칩거의 의미를 설명했다.
▲ 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구민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도봉갑 당협 핵심당원연수에서 이혜훈 예비후보의 인사말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또 ‘김황식 캠프’는 "어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정확한 해명과 사과,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든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며 "당이 성의 있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지 않을 경우 엄중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면서 '경선 보이콧'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답보하면서 지방선거 전망은 새누리당 쪽으로 쏠리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입장으로서는 본선에 나가기 전 내부 교통정리에 신경써야할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경선주자들의 감정싸움이 격해져 상호폭로전이 진행되기라도 한다면 작금의 유리함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경선의 상황은 새누리당이 이러한 상황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느냐에 대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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