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SBS> 방송 <그것이 알고 싶다>는 27년 전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루면서 당시 복지원장이었던 박인근 씨가 이른바 ‘복지재벌’로 여전히 호화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 현실을 조명했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 만들어진 3000여명을 수용하는 국내 최대의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는데 1987년 당시 한 검사의 수사에 의해 그 참혹한 실상이 알려졌다. 12년 동안의 사망자만 500명이 넘는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정확한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24일 아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선 형제복지원의 피해생존자 대표 한종선 씨와 사건 대책위 집행위원장인 조영선 변호사가 나와서 증언했다. 한종선 씨는 형제복지원의 열악한 처우, 그곳에서 구타·성폭행·고문이 비일비재했음을, 그리고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사람이 죽었다며 협박을 당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 28년 전 강제노역에 동원된 형제복지원 원생들이 생활했던 수용시설. 지금은 창문 등이 뜯겨나간 채 방치돼 있다.2014.2.18 (연합뉴스)
한종선 씨는 “일단 먹을 게 너무 없다. 솔망울, 솔잎. 그냥 꽃처럼 열리는 것, 그런 걸 대부분 따먹었다”라고 밝혔다. 지네와 생쥐를 잡아먹은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 한종선 씨는 형제복지원의 성폭행 문제에 대해서 “진짜 너무 비일비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힘센 형들이나 경비들이나 조장들 이런 사람들이 나이 어린 아이들 상대로 많이 했었다”고 밝혔다. 구타에 대해선 “반쯤은 다 죽어갔다”라면서 구타당한 이들이 병원에 보내졌다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고 밝혔다. 한종선 씨는 이런 경우 “그 관리자들이 대놓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게 그놈 죽었다 이렇게 얘기한다. 너희들도 말 안 들으면 그 꼴 난다, 말 잘 들어라 그렇게 되는 거다”라고 회고했다.
한종선 씨는 박인근 원장이 2년 6개월형을 받았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는 “피가 거꾸로 솟는 거다”라며 심정을 밝혔다. 한 씨는 “저한테 연락을 해 오시는 모든 피해자분들이 박인근 원장 사형당한 줄 알았어요. 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신다”라며 피해 생존자들의 심경을 전했다.
▲ 국내 최대 인권유린 사건으로 꼽히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사망자 38명이 추가 확인됐다. 사진은 부산직할시공원묘지관리소(현 영락공원 사업단)의 매장처리부에서 기재된 형제복지원 무연고 시신 명단. 주소란에 형제원(빨간 네모)이라고 적힌 사망자 5명의 이름이 보인다. (연합뉴스)
형제복지원 사건 대책휘 집행위원장인 조영선 변호사는 박인근 원장이 2년 6개월만 살고 나온 상황에 대해 “형제복지원 자체에서의 감금폭행이나 치사 이런 부분 조사되지 않았고 박인근 개인의 횡령. 부산시에서 지원받는 금액 약 6억여 원 가량을 횡령했다는 문제나 일본 엔화를 허가없이 가지고 있었다, 외환관리법. 이번 이런 부분들만 조사가 되었고 울주작업장에는 감금죄 부분들이 기소가 됐습니다마는 나중에는 결국 그것까지도 무죄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형제복지원 문제에 대해선 전혀 진상규명이나 법적 처벌이 없었던 셈이다.
조영선 변호사는 박인원 원장이 형제복지원의 재산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이름만 바꿔 여전히 복지재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형제복지원은) 형제복지지원 재단이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도 운영하고 있다”면서 “그 뒤로도 법인은 존속을 해서 토지는 다 매각하고 제2의 모습이 되어 옮겨졌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새로운 시설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선 “그것까지는 저희가 확인이 안 된다”라면서 “요양병원 등을 운영하고 있는 걸로 저희가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그럼에도 “(형사처벌은) 현재로서는 아마 공소시효 때문에 불가능하다”라며 현실을 전했다.
▲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와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87년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과 피해생존자, 실종자·유가족 생활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영선 변호사는 “형제복지원 사건은 단순한 어떤 과거사의 문제만이 아니라 장애인이랄지 노인의 문제, 아동의 문제(이고), 우리가 얼마 전에 도가니 사건이 문제가 됐습니다마는 사실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게 형제복지원 사건이다”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