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김현석 기자협회장 등 KBS 직능단체장 11명이 6일 동료들에게 KBS 장악 저지 투쟁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 호소문에는 KBS 노조 강동원 대전지부장 등 노조 대표 7명도 동참했다.

"정연주 지키려는 것 아니라 공영방송 지키려는 것"

이들은 호소문에서 "공영방송은 우리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자 이 땅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공적 자산이며 민주시민들의 공간"이라며 "우리의 자랑이었던 'KBS 노동조합'이 어려운 지형 속에서 공영방송의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더 큰 목적을 위해 작은 이익을 버리고 'KBS 이사회' 저지 투쟁의 선봉에 서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내에서는 '정연주 사장 지키기'라며 매도하고 있지만 우리는 정연주를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공영방송 사수 투쟁에 나서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감사원의 부당한 감사 결과나 이사회의 막가파식 사장 해임 건의안이 그저 '정 사장 퇴진 투쟁'과 맞지 않다고 수수방관하는 것은 우리 목에 들이대는 칼날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 범국민행동이 6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방송장악 청부 감사원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은경
이들은 선·후배, 동료들을 향해 "이번 이사회는 정당하지 않다"며 "우리 KBS인들의 정당한 분노를 행동으로 보여주자"고 촉구했다.

"KBS 이사회 무책임한 행태 좌시하지 않을 것"

이들은 감사원을 향해 "(이번 감사 결과는) '독립적 기관' 감사원이 권력의 힘 앞에서 얼마나 초라해지고 줏대 없어지는지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며 "감사원의 처지는 옳고 그름의 판단 없이 그저 주인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뼈다귀 하나라도 얻어먹을 수 있는 늙은 개와 다를 바가 없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오는 8일 오전 10시 임시 회의를 계획하고 있는 KBS 이사회에 대해서는 "초법적으로 자행된 신태섭 이사의 해임이 법률적으로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이며 새로 임명됐다는 강성철 교수 또한 KBS 이사로서의 자격을 부여받았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며 "내부 정리도 되지 않은 채 마치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기다렸다는 듯이 판을 벌이고 있는 'KBS 이사회'의 무책임한 행태를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호소문 발표에는 강동원 대전지부장, 김병국 부산지부장, 김영진 조명감독협회장, 김현석 기자협회장, 박기호 7구역 중앙위원, 양승동 PD협회장, 이광규 청주지부장, 이내규 6구역 중앙위원, 이도영 경영협회장, 정일서 5구역 중앙위원, 정재준 경남도지부장(가나다 순) 등 11명이 뜻을 같이 했다.

다음은 이날 KBS 직능단체들이 발표한 호소문 전문이다.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음모에 분연히 떨쳐 일어서며!
- KBS 선후배 여러분의 자발적인 동참을 호소합니다 -

감사원, 권력의 개가 되다

어제(5일) 오후 감사원이 KBS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방만 경영과 인사권 남용 등 그 비위가 현저하여 감사원법 제 32조 제9항의 규정에 따라 KBS 사장의 해임을 요청한다는 것입니다. 감사원은 그동안 뉴라이트전국연합 등이 제기한 국민감사의 청구 내용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서둘러 감사를 시작했으며, 감사과정에서 KBS 전직원의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등 무리수를 두어가며 감사를 벌인 것도 모자라 KBS의 최종 답변서가 도착한 다음 날 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을 벌여왔습니다.

몰상식으로 점철된 감사원 특별감사의 결정판은 ‘사장 해임 요구’입니다. 공영방송 사장의 해임 요구는 임명 제청권자에게 해임건의안이 없고, 임명권자에게도 해임권이 없는 만큼 법률의 기본적 요건에 맞지 않을 뿐더러, 감사지적사항을 감사원법대로 ‘현저한 비위’라고 평가할 만한 객관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결론을 끌어냈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그렇게 추상적인 표현으로 방만경영을 문제 삼아 공기업의 사장을 해임하고자 한다면, 어느 사장인들 남아날 수 있겠습니까?

또 앞으로 KBS 사장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진퇴를 결정해야 하는 슬픈 운명을 맞게 되니 어느 사장이 ‘공영방송의 독립성’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공평무사와 공명정대를 거울로 삼아왔다는 ‘독립적 기관’ 감사원이 권력의 힘 앞에서 얼마나 초라해지고 줏대 없어지는지 여실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감사원의 처지는 옳고 그름의 판단 없이 그저 주인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뼈다귀 하나라도 얻어먹을 수 있는 늙은 개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드러난 권력의 속내, KBS 구조조정

그러나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KBS사장 해임요구’ 속에 감춰진 권력의 숨은 의도입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를 통해, KBS 구성원들이 그동안 어려움을 감내하며 쌓아온 공영방송인들의 성과를 무시하고,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감사원이 제시한 KBS 감사결과 총평에는 ‘강력한 구조조정’ ‘인건비성 경비 감축’ ‘잉여인력 미감축’ ‘기준 인상률의 2배에 달하는 임금인상’ ‘과도한 후생복리’ 등 듣기에도 거북한 단어들이 적시되어 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입니까? 현행 임금과 복지를 삭감하고 인력을 감축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임금과 복지후생 등은 해당 기업의 특성과 관련업체의 형평을 고려해 노사간에 자율적으로 유지해온 오랜 협상의 결과입니다. 감사원은 방송사의 특수성과 노사간의 합리적 합의과정을 애써 무시하고 KBS 사장에게 방만 경영이라는 올가미를 덮어씌우기 위해 KBS의 임금과 복지, 인력구조를 정부투자기관과 단순 비교하고 있습니다. 타 방송사의 70∼80%에 불과한 임금을 받는, 그것도 최근 몇 년 동안 제대로 된 임금인상 한 번 하지 못한 우리에게 ‘방만경영’이라는 낙인을 찍어 급여를 삭감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해 조직을 슬림화하겠다는 정권의 신자유적 발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권력의 칼날, KBS 구성원의 목을 겨누다

이쯤 되면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KBS 사장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KBS 구성원을 향한 무자비한 테러입니다. 노사간의 합의사항을 지적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다시 살펴봅시다. ‘기준인상률보다 2배 높은 인상’ ‘과도한 유급휴가’ ‘과다한 유휴인력 운용’ …. 감사원은 노동자의 대표인 노동조합과 합의를 하든 말든 구성원의 임금과 복리를 낮추고 인원을 감축하라고 지시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과의 합의 또는 협의라는 구절은 눈을 씻고 봐도 어느 대목 하나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물론 우리가 받는 임금과 후생복지의 일정 부분은 국민이 내고 있는 소중한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방송 제작비를 사용하거나, 구성원의 인건비를 지급할 때 감사한 마음을 지녀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불필요하게 집행되는 예산은 없는지 철저하게 점검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프로그램 제작비와 인건비는 사정이 비슷한 지상파 방송사의 수준과 어느 정도는 비슷해야 합니다. 해외 공영방송사의 인력구조와 인건비 수준도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함도 불문가지입니다. 이번 감사와 같이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정부투자기관과의 단순비교로는 그 문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타 방송사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공영방송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방송을 제작하고 있는 방송인들에게 턱 없이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을 우리는 도저히 납득할 수도 수용할 수도 없습니다.

사장해임은 KBS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설마하여 지켜봐왔던 권력의 시나리오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공은 KBS 이사회로 넘어갔습니다. 임시 이사회가 예정보다 하루 연기된 8일(금) 오전 10시에 열린다고 합니다. 안건은 ‘사장해임안’입니다. 감사원의 해임요구를 받아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대체 누가 이사회에게 그런 권한을 준 것입니까? 해임권고안이 무슨 법적 효력이 있다는 말입니까? 감사원처럼 KBS이사회마저도 권력의 개가 되어 주인이 시키는대로 순순히 따르겠다는 것입니까?

유재천 이사장은 입버릇처럼 ‘공영방송은 권력으로 독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정권의 사주로 감사원이 KBS 사장의 해임요구를 하고 이를 이사회가 받아 ‘사장해임건의’를 결의해 청와대에 제출하는 것이 그가 평생 동안 주장해 왔던 ‘독립된 공영방송’입니까? 이사진의 구성 또한 문제가 있습니다. 초법적으로 자행된 신태섭 이사의 해임이 법률적으로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새로 임명됐다는 강성철 교수 또한 KBS 이사로서의 자격을 부여받았는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내부 정리도 되지 않은 채 마치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기다렸다는 듯이 판을 벌이고 있는 ‘KBS 이사회’의 무책임한 행태를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세월동안 선배들이 피땀을 흘려 건설한 자주적 공영방송을 건강하게 지켜내기 위해 우리의 힘을 모을 것입니다. 작고 보잘 것 없는 힘이 모여 큰 목소리로 하나가 될 때 우리는 반드시 자랑스런 우리의 일터를 우리 손으로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늦출 수 없는 공영방송 사수투쟁

법도 절차도 갖추지 못한 권력의 막가파식 방송장악음모를 저지하기 위한 자발적인 움직임에 대해 사내에서는 ‘정연주 사장 지키기’라며 매도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그들의 눈에는 정연주 사장을 지점으로 친정과 반정의 구도로 몰아가며 내부분열을 획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연주를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공영방송 사수 투쟁에 나서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한 걸음만 물러서 보면 이번 싸움의 지형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KBS를 장악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체면도 염치도 없습니다. 이들에게 협상이나 이해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곧 KBS에 낙하산 사장이 들이닥치리라는 것이 불을 보듯 합니다. KBS가 권력에 의해 장악된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KBS와 국민들 그리고 KBS에 종사하는 구성원이 될 것입니다. 어렵게 쌓아올린 방송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일순간에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따라서 감사원의 부당한 감사결과나 이사회의 막가파식 사장해임건의안이 그저 ‘정사장 퇴진 투쟁’과 맞지 않다고 수수방관하는 것은 우리 목에 들이대는 칼날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공영방송은 우리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자 이 땅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공적 자산이며 민주시민들의 공간입니다. 마땅히 저항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공간을 빌려주고 전파를 내어준 방송의 진정한 주인인 시민들에 대한 직무유기이자 배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자랑이었던 ‘KBS 노동조합’이 어려운 지형 속에서 보다 공영방송의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더 큰 목적을 위해 작은 이익을 버리고 ‘KBS 이사회’ 저지 투쟁의 선봉에 서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합니다.

이제 싸움을 시작할 때입니다. 싸움을 피할 자는 피하십시오. 하지만 대의와 명분 앞에 이제 더 이상 거짓 혀는 놀리지 마십시오. 우리는 공영방송 사수라는 엄숙한 시대의 소명을 받들 것이며 앞으로 공영방송을 이어갈 후배들에게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되지 않을 것입니다. 말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영방송을 유린하려는 자에 대한 저항,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가열찬 행동입니다.

KBS 선후배 동료 여러분!
이번 이사회는 정당하지 않습니다.
우리 KBS인들의 정당한 분노를 행동으로 보여줍시다!

2008. 8. 6

강동원(대전지부장), 김병국(부산지부장), 김영진(조명감독협회장), 김현석(기자협회장), 박기호(7구역 중앙위원), 양승동(PD협회장), 이광규(청주지부장), 이내규(6구역 중앙위원), 이도영(경영협회장), 정일서(5구역 중앙위원), 정재준(경남도지부장)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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