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방송되고 있는 EBS <학교의 발견>은 뉴튼, 아인슈타인 등 위인들의 성장과정을 통해 학교가 지닌 본래 가치와 교육의 본질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두 사람은 흔히 타고난 천재로 알려져 있지만, 그들의 훌륭한 발견과 성취가 있기까지는 그들이 다녔던 학교와 스승, 학계와 사회 분위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무너지는 공교육’이라는 말이 고유명사처럼 쓰일 정도로 학교가 휘청대는 시대에, 또 다시 ‘학교’를 호출해 학교의 본질에 대해 고민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작진이 찾은, 아이들과 우리 사회에게 더 지혜로운 길은 무엇일까. 뉴튼과 아인슈타인의 삶을 되짚으며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미디어스>는 11일 오후, 서강대 부근에서 <학교의 발견>을 만든 서재권 PD를 만나, <학교의 발견>의 탄생 과정에 대해 들어 보았다.

위인의 탄생에 학교는 어떻게 기여했을까

▲ EBS '학교의 발견'을 제작한 서재권 PD (미디어스)
외주제작사에서 여러 가지 교양·인문 프로그램 등을 꾸준히 제작해 온 서재권 PD는 오래 전부터 교육에 대해 고민해 왔다. 철학 전공으로 졸업한 이후에도 각종 철학, 역사, 경제학책 등을 샅샅이 읽으며 자신만의 인문학 공부를 계속해 왔다. ‘혼자 하는 공부’는 처음엔 막연했다. 하지만 들인 시간이 쌓이기 시작하며 스스로의 논리가 생겼고 그 논리에 대한 확신도 강해졌다. 덕분에 인문학 프로그램을 만들기는 수월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오래 전부터 교육에 대해 고민해 왔다. 제가 볼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었다. 나는 누구지? 세상은 왜 이렇게 돌아가지? 등등 자기 안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게 공부인데, 우리나라의 공부는 정답 찾기 경쟁으로만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교육’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때는 지난해 2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보잘 것 없는 아이였던 아이작 뉴튼 같은 사람이 어떻게 세상을 바꾼 위인이 되었다. 과연 어떤 가르침과 어떤 학교 분위기, 어떤 환경과 어떤 스승이 있었기에 뉴튼이 탄생할 수 있었는지 풀어보자는 것이 기획의도였다”

뉴튼과 아인슈타인을 선택한 이유

<학교의 발견>은 1부 ‘뉴튼, 학교를 만나다’, 2부 ‘아인슈타인, 천국에서의 1년’, 3부 ‘학교, 미래를 준비하다’ 등 총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뉴튼은 좋은 선생님을 만난 후 비로소 ‘배움의 즐거움’을 깨달은 학생이었다. 서재권 PD는 “뉴튼은 조손가정에서 자라 엄마 사랑을 받은 기억이 없는 외톨박이 아이였다. 뒤늦게 입학한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다. 그런데 뉴튼의 재능을 알아보고 보살펴 준 선생님이 있었다”며 “농사를 짓게 하려는 엄마를 설득해 뉴튼을 케임브리지에 보낸 선생님이 뉴튼의 삶을 달라지게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 EBS 학교의 발견의 한 장면 (사진=EBS 제공)

말 잘 듣는 학생이 아니었던 아인슈타인은 질문이 많은 아이였다. ‘왜 이걸 공부해야 하지?’ 싶으면 공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제아 아인슈타인이 스위스 학교를 다니면서부터 1년 만에 바뀐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서재권 PD는 “아인슈타인이 변한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니 페스탈로치 교육이 있었다. 아이들의 직관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인 페스탈로치 교육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재권 PD는 1, 2부를 통해 훌륭한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선생님과 학풍이 중요하다는 점을 전하고 싶었다. 열린 학풍, 깨어 있는 스승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뉴튼을 예로 들면 그와 비슷한 연구를 한 사람이 많았는데 왜 하필 영국에서 뉴튼이 나왔느냐는 거다. 정치적, 종교적 이데올로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유럽과 달리 영국은 실험, 관찰을 통해 확실히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실증적인 이야기를 했다. 사실주의에 입각한 지적 전통이 일찌감치 자리 잡혀 있던 영국의 남다른 ‘학풍’의 영향이 컸다는 의미다. 이런 배경을 알면 단순히 ‘만유인력을 깨친 천재’로만 여겨졌던 뉴튼의 천재 신화를 걷어낼 수 있다”

교실 뒤편서 노는 아이들도 ‘나무라지 않는’ 학교

<학교의 발견>은 해외 촬영 분량이 많다. 선진국들은 어떻게 학교 개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독일, 미국, 스위스, 영국, 핀란드 등 각국을 두루 돌았다. 서재권 PD가 촬영 중 만난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었던 것은 ‘이제 새로운 국면 전환의 시기가 왔다’는 말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이어져 온 대규모 생산, 대규모 노동 중심의 근대식 경제시스템 시대는 끝났다는 의미다.

서재권 PD는 “과거에는 국가의 성장이 곧 개인의 성장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성장하지 않으면 국가도 성장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재능과 가치 꿈을 펼쳐서 세상과 만나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아직도 좋은 학교와 좋은 회사를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공고한데 이곳에서는 그런 환상과 집착이 깨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해외의 학교들을 돌 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무엇이었는지 묻자, 서재권 PD는 독일의 발도르프 학교에서 목격한 장면을 이야기해 주었다.

“발도르프 학교는 비주류, 대안 교육으로 시작해 현재에는 전 세계에 뻗어있는 학교다. 중학생 또래의 아이들이 르네상스, 종교개혁에 대해 수업을 듣고 있는 교실에 방문했는데, 교실 뒤편에서 쿵쿵거리고 까부는 아이들이 몇 있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아무도 그 아이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니 ‘오늘은 공부하고 싶지 않다’고 한 아이들이라고 했다. 이렇게 해도 괜찮냐고 묻자 ‘공부는 오늘 못하면 나중에 또 하면 되니까요. 싫다는 데 시키는 것은 좋지 않아요. 자기 의지와 동기가 있을 때 하는 게 좋지요’라는 선생님의 답이 돌아왔다.

그때 아이들은 찰흙으로 돈을 만들고 있었는데, 나름대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노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수업에 필요한 교구재를 만들고 있었으니까. ‘놀고 있는’ 아이들을 있고 그들을 나무라지 않는 풍경도 생소했지만, ‘오늘은 이만큼의 지식을 가져가야 해!’라며 진도 나가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아이가 얼마나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지 의지를 먼저 헤아린다는 점이 놀라웠다”

“‘아이들을 격려해 주라’는 메시지 전하고 싶어”

15일 방송될 <학교의 발견> 3부에서는 선진국뿐 아니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의 모습도 나온다. 서재권 PD는 “인문계 고등학교인데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다 받아주려고 노력한다는 점이 특이했다”며 “다른 학교보다 줄세우기가 덜했다. 3주체 협약이라고 해서 아이-학교-학부모가 올해 어떻게, 얼마만큼 공부할지를 함께 정하는 것도 민주적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 EBS 학교의 발견의 한 장면 (사진=EBS 제공)

서재권 PD는 <학교의 발견>을 통해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격려해 주어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이들의 가치가 존중받고 이해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렇게 신뢰받고 인정받은 사람만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무언가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공부를 수치화, 계량화한 눈으로만 보지 말고 마음의 눈으로 보자는 뜻도 담겨 있다. 큰 틀거리가 바뀌어가고 있는 세상에서 학교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사회적으로 고민했으면 좋겠고, (프로그램이) 거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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