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4일 KBS 정연주 사장을 전격 출국금지시켰다. 정 사장은 6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 베이징 올림픽을 참관하고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주관하는 오찬에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 정연주 KBS 사장 ⓒKBS
정 사장에 대한 출금 조치는 5일 감사원 특감결과 발표, 7일 KBS 이사회 등을 앞두고 이뤄져 그 배경에 언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박석운·정연구·정연우)은 5일 성명을 내어 "검찰의 기습적인 출국금지 조치로 정 사장의 중국 방문은 무산됐다. 이는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서라면 외교적 결례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집념은 이제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검찰의 정 사장 출국금지는 '감사원 발표-검찰 기소-정 사장 해임'의 과정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기 위한 사전 조치로 보인다"며 "검찰이 정 사장을 연행 조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방송장악에 몸이 달아 염치고 체면이고 다 던져버린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날 민언련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너무 부끄럽다

4일 검찰이 정연주 KBS 사장을 출국금지 시켰다.

정연주 사장은 6일부터 10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 올림픽을 참관하고 8일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주관하는 각국 정상들과의 오찬에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 오찬에는 극소수의 언론사 사장들이 초청받았으며, 한국에서는 정 사장이 유일하게 초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의 기습적인 출국금지 조치로 정 사장의 중국 방문은 무산되었다.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서라면 외교적 결례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미 언론계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의 ‘8월 초 KBS 장악’ 시나리오가 파다했다. 감사원의 KBS 감사 결과 발표, 검찰의 정 사장 기소, KBS 이사회의 정 사장 ‘사퇴 권고’ 등의 과정이 예상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려 정 사장의 베이징 방문을 막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우리는 ‘설마 이명박 정부가 그런 무리수를 쓸 것인가’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우리의 기대가 얼마나 안일했는지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집념은 이제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될 것이다. 국제사회가 정 사장의 베이징 방문이 무산된 정치적 배경을 모를 리 없다. 국민으로서 부끄럽고 부끄럽다.

오늘(5일) 감사원이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KBS 감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감사 결과는 ‘정 사장의 개인 비리는 없으나 부실 경영 및 인사, 조직관리 문제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감사위원회가 ‘부실 경영’을 이유로 KBS 이사회나 대통령에게 정 사장의 해임을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감사원 발표 직후 7일 KBS 이사회가 열린다는 사실도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검찰의 정 사장 출국금지는 ‘감사원 발표-검찰 기소-정 사장 해임’의 과정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기 위한 사전 조치로 보인다. 검찰이 정 사장을 연행 조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방송장악에 몸이 달아 염치고 체면이고 다 던져버린 모습이다. 거듭 말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검찰과 감사원을 동원해 끝내 ‘정연주 축출, KBS 장악’을 밀어붙인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부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명심하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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