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집안은 가지 나무에 수박이 열린다'라는 속담은 일이 되려고 하면 뭘 해도 된다는 의미이다. 비록 2회에 불과하지만 새로 개장한 <1박2일>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이 속담이 떠오른다. 아, <1박2일> 시즌3 집안은 되겠구나 싶다.

일찍이 김C를 홀딱 벗기고 박스 하나를 던져 주었던 <1박2일> 시즌1의 혹한기 캠프 이래로, <1박2일>에서 혹한기 캠프 미션을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까나리 복불복을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12월8일 <1박2일>의 혹한기 캠프 미션은 모처럼 재미가 느껴졌다. 무엇보다 신선했다. 멤버 몇 명이 바뀌었으며 제작진에 변화가 있을 뿐인데, 같은 미션 같은 복불복이 다른 맛의 웃음을 준다. 무엇보다 <1박2일> 시즌3의 재미는 신선함에서 오는 것이 크다. 그것은 1차적으로는 다수의 멤버가 변화된 데서 기인하지만, 혹한기 캠프 과정을 보고 있노라니 꼭 그것만도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시즌2는 시즌 1을 고스란히 빼다 박은 진행 방식이, 달라진 멤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을 자아냈었다.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시작한 시즌2였지만, 시즌1의 잔여 멤버 이수근은 여전히 시즌1의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갔었다. 사사건건 제작진과 힘겨루기를 택하는 방식이었는데, 조금이라도 힘든 미션이 주어지면 이제 막 예능을 시작한 멤버들은 그것을 하기보다, 우선 어떻게든 꼼수를 써서라도 좀 덜해보려고 애썼던 것이다. 그런 방식이 되풀이되다보니, 1박2일은 점점 미션을 수행하지 않고 놀고먹는 예능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사실 들여다보면, 시즌2의 멤버들이 안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늘 꾀를 부리며 빼는 듯한 그 태도들이 1박2일 시즌2의 분위기와 이미지를 지배했다.

김종민은 하는 일이 없다고 욕을 먹을지언정 나서서 분위기를 흐려놓는 사람은 아니다. 차태현은 그가 가진 무한한 재능과 상관없이 더더욱 앞에 나서려고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분위기는 새로운 멤버 쪽으로 넘어오고, 테프콘을 덩치로 보나 진행으로 보나 강호동을 이어갈 재목으로의 가능성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이제 막 KBS에 첫 선을 보인 데프콘이 섣부르게 제작진과 딜을 하진 않는다. 오랜 시간 라디오와 케이블 방송을 통해 관록을 쌓은 그의 예능감은 과도한 딜 대신, 적절한 한 줄 정리로 상황을 명쾌하게 정리해낸다.

1박2일 시즌3에선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그 마무리는 데프콘의 한 마디로 정리된다. 생뚱맞은 한 마디라도 그의 멘트로 상황은 명확해지거나 승화되는 것이다. 8일 방송의 마지막 오래된 별 다방에 들어선 멤버들은 저마다 시킨 메뉴를 자랑한다. 김주혁이 커피는 믹스야라고 하자, 정준영은 자신이 직접 조제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커피는 블랙이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그저 웃음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데프콘의 한 마디가 들어간다. '따자하오 쌍화~'에 '오겡끼 데스까' 금상첨화다.

사실 시즌3 멤버가 결정되었을 때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활약을 할 사람으로 김준호가 예상됐을 것이다. 하지만 8일 방송에서 김준호는 아침을 차려주러 온 수지에게 하소연을 한다. 트럭 뒷자리에서, 웃통 벗고 등목하기 등 갖은 힘든 일은 다했는데 김주혁에게 밀렸다고. 그의 그런 말이 없었다면 잊혔을 김준호인데, 막상 그가 그렇게 하소연하니 정말 그런 게 떠오르고 그래서 또 한번 웃음을 자아낸다.

만약 경험이 많다고 해서 시즌2에서 있었던 김종민이 진행하고, 지금 <인간의 조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준호가 나서서 웃긴다면 <1박2일> 시즌3는 지금처럼 2회 만에 재미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시즌2에 있었던 김종민과 차태현이 있고, 타 버라이어티에서 활약하는 김준호가 있지만, 그들이 나서지 않고 시즌3의 멤버들과 함께 묵묵히 미션을 수행할 뿐인 것이 시즌3에서는 보약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일찍이 <남자의 자격>에서도 예상을 뒤엎고 철인 3종 경기를 해냈던, 그리고 비호감이라 욕을 먹으면서도 <인간의 조건>의 웃음을 살려내기 위해 애쓰던 김준호이기에, 김주혁과 똑같이 하지만 지금은 김주혁이 빛날 때라 생각해서 나서지 않고 미션을 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차태현과 김종민도 보이건 보이지 않건 열심히 한다. 그런 모습을 보니 피디가 이들을 잔류시킨 이유가, 시즌2에서 가장 꾀부리지 않고 묵묵히 자기 몫을 해냈던 멤버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1박2일>은 집단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기에 거기에 임하는 집단의 분위기가 중요하다. 당연히 힙합 비둘기로 거듭나며 예능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어 보겠다는 데프콘이나, 1년 뒤에 보자며 이를 가는 김주혁이야 열심히 할 것이다. 정준영은 막내니까, 나서서 분위기를 어찌해볼 군번이 아니다. 문제는 '으쌰으쌰'하며 의지가 분기탱천하는 신입들을 컨트롤하는 예능을 해봤거나 해왔던 멤버들이다.

그런데 김종민이나 차태현, 김준호까지 각자 열심히 할 뿐이지 남들에게 '감놔라, 배놔라'하는 스타일이 아닌 것이, 새로운 1박2일에는 보약이 되고 있다. 묵묵히 미션을 수행하고, 기껏해야 입고 잘 옷이나 챙겨주고, 그도 아닌 ‘나도 열심히 했는데’라는 애잔한 하소연을 하는 ‘예능 좀 하는 병풍 멤버들’이 있어 신입들이 빛난다.

<1박2일> 시즌 3는 가지 나무에 수박이 열리는 형국이다. 아마도 예전 1박2일이었다면 혹한기 오덕 테스트 같은 것을 통해 멤버들이 라면과 밥을 얻어 저녁을 먹었다면 실패라며 시시했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이 라면과 밥, 심지어 멧돼지 고기 뒷다리까지 얻었는데 시원하다. 제작진의 얼굴이 찌그러지고 말을 잃었는데 통쾌하다. 그것은 아마도 사사건건 딜을 통해 꼼수를 부리기보다, 어떻게든 열심히 그 미션을 통과하려 했던 멤버들의 열의가 고스란히 전해져 그들을 응원하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멤버 전원이 얼음물 웅덩이를 건넜을 때 환호가 절로 나올 만큼.

게다가 이제 막 예능의 분위기를 타고 있는 김주혁은 무엇을 해도 걸려 애잔한 웃음을 유도해 낸다. 마치 예능신이 있어 이 프로그램을 도와주는 것 같이. 김주혁은 나이가 가장 많은데도 영구에서부터 그 어떤 미션도 마다않고 몸으로 부딪쳐 이겨낸다. 그러니 그의 투덜거림이 더 애잔하고 저절로 마음이 간다. 부디 이 응원이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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