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SBS스페셜>은 남해 작은 섬마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마치고 무작정 상경, 불과 28살에 '다원 건설'의 사장이 된 청년의 일대기를 다루었다.
고향 마을 사람들은 지금까지 마을에서 이렇게 출세한 사람이 없다며 입을 모아 칭찬한다. 가난한 집안 환경 때문에 겨우 공고만을 마치고 서울에 올라와서 지하 단칸방에 살던 청년. 회사에 들어가서도 하루에 세 시간을 잘까 말까 성실하게 업무에 임해 사장의 눈에 들었던 청년. 28살에 사장이 되어 불과 15년 만에 건설 재벌이 된 그야말로 현대판 '개천에서 용이 된' 케이스였다.
하지만 그의 성공 스토리에는 숨겨진 이면이 있다. 그가 헌신적으로 했던 일이 무엇이었나? 사람들은 그를 '철거왕'이라고 부른단다.
바로 그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 돋보인 활약을 보인 사람이 바로 <SBS스페셜>의 철거왕이다. 그는 그 가차 없는 폭력적 철거에 앞장서는 걸 발판으로 '적준'에 이어 철거의 대명사가 된 '다원 건설'의 사장이 되었다.
1998년 천주교 인권 위원회는 그가 만든 기업이 서울 곳곳에서 폭력적 철거를 일삼았던 내용을 담아 <다원 건설 철거 범죄 보고서>를 펴냈다. <SBS다큐 스페셜>은 그에 기반해, 당시의 상황을 재연한다. 부모들이 철거를 막기 위해 밖에 나가 있는 동안 홀로 남은 아이들이 있는 집에 거침없이 불은 놓는가 하면, 그 아이를 구하러 부모가 갈 수조차 없게 만든다. 부모는 철거 깡패들이 막아선 바리케이트 밖에서 그저 울부짖기만 한다. 죽기를 각오하고 망루에 올라 농성하는 사람들에게 불을 놓는다. 불이 붙어 떨어진 사람에게 돌아온 건, 도움의 손길이 아니라 철거 깡패의 집단 폭력이요, 차가운 감방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막으려 했지만, 성폭력도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의 폭거에 집은 무너지고 사람들은 갈 곳을 잃었다.
임대 아파트라도 얻었지 않느냐고? 철거는 그저 집이 사라진 게 아니다. 그 동네에 깃들여 살던 사람의 삶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동네 목공소에서 부족한 것 없이 살던 남자는 날짜를 딱히 꼽을 수 없는 일용직 노동자가 되었다. 집단 린치를 당했던 노인은 폐지를 줍는 이상의 일을 할 수가 없다. 감옥에 간 아버지를 두었던 아이는 자랐어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부모를 쇠파이프로 마구 때린다고 울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리고 거기서만 끝나지 않는다. <황금의 제국>의 마지막 회 장태주는 스스로 바다를 향해 걸어 들어갔지만, <철거왕>의 입지전적 인물은 도망 다니다 결국 경찰의 손에 잡힌다. 이게 끝일까? 그가 법의 심판을 받으면 되는 걸까? <SBS스페셜>은 그게 다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저 성공하고 싶어 물불을 안 가리던 청년을 '철거 깡패'로 만들고, '철거왕'이 되게 만든 이 사회의 성장 욕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구체적으로는 슬쩍 뒤로 물러선 채 '철거'를 사적 영역으로 던져버린, 철거 깡패를 불러올 수밖에 없도록 만든 공권력이 실제 주범이요, 낡은 집들을 밀어 버리고 그럴 듯한 아파트 숲을 만든 건설 시책이 공범이라고 말한다. 아파트를 사서 집값을 뻥튀기해보겠다는 욕망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의 욕망 역시 그 원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다큐는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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