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16일 보도전문 채널 YTN은 채동욱 검찰 총장과 관련된 기사 꼭지마다, '스폰서 검사 사건'의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과 '별장 성추문 사건'의 김학의 전 차관 등 연수원 14기 에이스의 몰락을 함께 다뤘다.

사례2>
9월17일 아침 SBS뉴스. 채동욱 검찰 총장과 관련된 뉴스 꼭지에서 이 모든 사태의 해결책은 결국 채동욱 총장과 그 혼외 자식으로 지목된 아이의 유전자 검사이며, 일선의 검사들도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양 보도했다.

사례1,2의 보도를 통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사례1의 보도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직 밝혀지지 않은 채동욱 검찰 총장의 혼외 자식 혐의(?)를 짐짓 사실로 추정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또한 사례2의 보도는 청와대와 국정원이 합작한 채동욱 검찰 총장 찍어내기라는 사건의 또 다른 측면을 배제한 채 정부 측이 의도한 채동욱 개인 비리라는 측면으로 사건을 축소시킨다. 사례1도, 사례2도 모두 사실만을 보도했다. 사실이 아니지 않은 건 없다. 그런데 여기서 다루고 있는 사실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진실은 아니다.

JTBC 보도 담당 사장 손석희 씨가 드디어 ‘JTBC 뉴스9’의 진행자로 나섰다. 첫 뉴스를 진행하기에 앞서, 손석희 앵커는 프랑스의 유명 언론인 위베르 뵈브메리의 말을 인용해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다루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 16일부터 JTBC '뉴스 9' 앵커를 맡게 된 손석희 보도 담당 사장 (JTBC 뉴스 9 캡처)
채동욱 검찰 총장 사건은 매우 미묘한 사안이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정권의 심기를 거스른 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고 원세훈 국정원장을 구속한 채동욱 검찰 총장 찍어내기라는 배경이 있는 반면, 그것이 현실에 드러나는 양상은 채 검찰총장의 개인 비리라는, 마치 시위 참가자에게 손해배상 혐의를 들어 엄청난 벌금을 뒤집어씌우는 비열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진실에는 쉽게 눈감지만, 만만한 사람들의 개인적 부도덕 혐의에는 동네방네 나발을 불기에 바쁜 대부분의 언론, 특히나 특정 종편들은 신이 나서 채동욱 검찰 총장의 개인 비리로 하루 종일 노래를 부른다. 그러는 사이 정작 초점을 맞추어야 할, 짚고 넘어가야 할 정치적 쟁점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 버리고 마는 것이 대부분의 언론의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설은 쉽게 확대대고 음모는 빠르게 나간다.

그런 가장 예민한 사안에 대해 ‘JTBC 뉴스9’은 진실에 접근하는 정공법을 쓴다. 채 검찰 총장의 개인 비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뒤에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정권의 불편한 심기가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그와 관련된 검찰청의 동정을 살피는가 하면, 법을 전공한 교수의 해석과 여론의 반응까지 곁들인다. 단지 다른 방송에서 말하지 않은 것을 말했을 뿐인데 시청자들은 모처럼 속이 시원하다. 손석희 앵커가 사안에 대해 가타부타 입장을 표명하지도 않았고, 그저 사안을 다각도로 접근했을 뿐인데도 굉장히 진보적인 느낌조차 받게 되는 것이다.

‘JTBC 뉴스9’은 진행방식에 있어서도 획기적이었다. 마치 그가 이전에 진행했던 라디오의 '시선집중'을 텔레비전 화면으로 옮겨와, '보이는 시선집중'처럼 양쪽의 스크린을 통해 현장을 연결해 인터뷰도 하고, 보도를 전해 들어 현장감을 살리는 식이다.

게다가 군더더기 없이 바로 중심 사안으로 들어가, 거기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마치 작은 토론회를 보는 듯한 재미를 주었다. 이미 '시선집중'을 통해 오랜 시간 생방송에서 단련된 손석희 앵커는 상대방이 안철수 씨라도 여유 있게 '한번 만나기가 어디 쉬워야 말이죠', '현실성이 없다'는 식의 촌철살인을 놓치지 않아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었고,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비둘기파를 빗대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은 이미 미드 <뉴스룸>을 통해 알려졌듯이 미국 보도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끄는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생방송 도중 여유롭게 인터뷰를 하고, 대화를 통해 보도의 사안을 헤집어보는 방식은 앵커의 능력이 출중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방식이다. JTBC가 뉴스 9을 통해 이런 방식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손석희라는 걸출한 그리고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도 공명정대하다고 인정받고 있는 당대의 앵커가 있기 때문이다.

▲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 9 첫 방송에 안철수 의원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JTBC 뉴스 9 캡처)
‘뉴스9’은 첫 방송의 첫 번째 인터뷰 주자로 안철수 국회의원을 초대했다. 안철수 국회의원이 첫 출연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아직까지도 차기 대통령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손꼽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근 안철수 의원과 관련된 보도는 다가올 보선이 2~3개 지역에 불과하다면 출마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건 그게 아니다.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정치적 흐름에 대해 차기 대통령 주자가 될 사람은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방송에서도 안철수 의원의 입장은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 방송에 출연한 안철수 의원의 인터뷰가 손석희 앵커의 발언처럼 분명한 것이 없단 것은 그 다음의 판단이다. 청와대의 동정과 야당의 반발만이 가득한 뉴스 현장에서 대안세력의 존재를 부각시켜 준만으로도 또한 JTBC의 선택은 의미가 있다.

물론 <썰전>에서 허지웅 씨가 언급한 것처럼, 삼성이란 그림자가 드리운 JTBC에서 보도 담당사장으로 있는 손석희 앵커, 그가 진행하는 JTBC의 바로미터는 바로 삼성을 얼마나 비판적으로 다룰 수 있는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최소한 첫 방송만으로도 손석희의 ‘JTBC 뉴스9’은 막무가내 막가파 종편 방송과 길들여진 앵무새 같은 보도만을 일삼는 타보도 프로그램들 속에서 ‘이제 뉴스 좀 봐볼까’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정도의 성과는 얻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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