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돌아가신 박완서 작가가 쓴 수필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어느 가난한 노파의 집을 찾아가게 된 박완서 작가는 그곳에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누워있는 노파의 아들을 보게 된다. 자신의 몸조차 늙어 버거운 노파는 그 커다란 덩치의 아들이 버거워 욕을 하며 이리저리 굴리듯 아들을 다뤘다.

그걸 본 박완서 작가는 질투심에 거의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가 되었었다고 고백하듯 쓴다. 바로 얼마 전 '참척'(부모를 놔두고 자식이 먼저 세상을 떠난), 그것도 단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먼저 보냈기 때문이다. 자신은 아들이 죽어서 그걸 견딜 수 없어서 세상과 벽을 쌓고 수녀원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는데, 비록 가난하고 늙고 병들고 일어설 수조차 없어도 살아있는 아들을 만질 수 있다는 그 사실에 박완서 작가 같은 분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힐링캠프>에 출연한 이지선 씨의 오빠는 오래도록 그와 반대의 고통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In heaven' 뮤직 비디오 마지막 장면의 사랑하는 사람을 남기고 차에 갇혀 불속에서 죽어가는 여인을 보며, 오빠가 너를 저렇게 놔뒀어야 하는 게 아니었냐는 말 속에서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았던 지선 씨의 고통의 시간을 막연히 가늠해 보게 된다.

그러나 이지선 씨의 담백한 소회의 뒤편을 가늠하기만 해도 먹먹해지는 시간을, 박완서 작가의 질투심의 본연인 그 '생명'의 손을 놓지 않고 지선 씨와 지선 씨의 식구들은 그저 살아있는 사실에 방점을 찍으며 용감하게 고통의 시간을 건너왔다. 아니 그저 건너온 것이 아니라, 식구들이 지선 씨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씩씩하게 이겨왔다.

지선 씨의 가벼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숨겨져 있는 고통와 아픔이 헤아려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모르겠다던 김제동처럼,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뭉클한데, 그런 시간을 견뎌온 지선 씨는 웃으라며 편하게 웃으며 말한다. '손가락 마디를 다 자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며

'꼬아보지 마세요'

눈앞에서 해맑게 웃으며 밝게 이야기하는 이지선 씨임에도, 그런 긍정의 여왕 이지선 씨를 선뜻 믿을 수 없는 이경규는 언제나 그렇듯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아니 이경규만이 아니다.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아직도 일그러진 이지선 씨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리고 그녀가 겪어온 고통의 시간을 들은 시청자들조차 그녀의 밝은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이지선 씨는 웃으며 단호하게 한 마디를 건넨다. '꼬아서 바라보지 말라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고'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티 하나 없는 '무한 긍정'이 비단 이번 이지선 씨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힐링캠프>가 가장 본연의 자태를 잘 드러내는 자리였던 지난번 '닉 부이치치' 역시 '긍정적'이라는 데 있어서는 이지선 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보기에 '불편해서 어떻게 살아'라는 '닉 부이치치'와 '흉해서 어떻게...'하는 이지선 씨가 오히려 더 밝고 긍정적인 것이다. 영혼의 무게를 다는 저울이 있다면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영혼의 무게가 묵직할 그들이다. 그것은 아마도, 보통사람이 욕구하는 삶을 극복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해탈'의 경지일 것이다.

그러기에 그저 자기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애달파 하던 사고 이전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지선 씨의 결론이 그저 헛말이 아니라는 데에 공감이 간다. 그리고 조금 더 나은 삶을 향해 자신을 들볶으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의 삶을 반성하게 만든다.

가장 행복했던 날이 언제냐는 질문에 바로 오늘이라며 지선 씨는 해맑게 웃는다. 제 아무리 긍정의 여왕이라도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인정하기 힘들었던, 밖에 나갈 때마다 연예인과 자신의 닮은 점 10가지의 주문을 외며 용기를 냈던 지선 씨가 텔레비전이라는 세상 밖으로 나온 오늘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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