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내란음모 조작 및 공안탄압 규탄 대책위원회 공동변호인단'(이하, 변호인단)은 한국일보를 비롯한 언론사를 대거 고소한 이유에 대해 "국정원이 피의사실과 함께 녹취록을 (언론에) 흘림으로써 언론을 매개로 한 여론재판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수십년 동안 쌓아올린 사법민주화를 일거에 무력화 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허주희,김칠준,이재정(왼쪽부터) 변호사는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다산 서울사무실에서 국정원 내란음모 조작 및 공안탄압 규탄 대책위원회 공동변호인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뉴스1)

통합진보당의 내란음모 피의사건 변호를 맡은 변호인단은 3일 한국일보를 상대로 게시기사 삭제 및 게시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함과 동시에 국정원장 및 녹취록 유출담당 직원, 한국일보 사주와 기사 작성 기자 등에 대해 피의사실공표, 공무상 비밀누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를 제기했다. 같은날, 'RO 조직원' 관련 보도를 한 문화일보와 디지틀조선일보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의 고소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다산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정원이 언론을 매개로 한 여론재판을 주도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수십년 동안 쌓아올린 사법민주화를 일거에 무력화 시키는 것이다. 피해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마녀사냥은 중세 유럽에만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의 현실에 있다"고 밝혔다.

김칠준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있어서 핵심적인 증거는 녹취록이다. 그런데 과연 녹취록이 제대로 된 것인가"라며 "(한국일보가 단독 보도한) 녹취록 전문, 요약문과 검찰 영장에 나오는 내용들 사이에 심각한 왜곡과 과장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한국일보가) 녹취록 전문에서 발췌한 요약문은 왜 그렇게 절묘하게 편집돼 있나"라고 말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5월 12일 모임이) 정세인식에 대해 토론하고 강연을 듣는 자리라면, 이 자리가 엄청난 모의임을 전제로 해서 서술해 나간 모든 것이 다 소설이다. 언론 보도에는 밑도 끝도 없이 '혐의포착'이라는 말이 제일 많이 나오는데, 국정원은 언론을 매개로 한 여론재판을 즉각 중단하라"며 "'언론의 사명' '국민의 알 권리'가 있긴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모든 노력도 공정한 사법 프로세스 한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노현 전 교육감을 변호했던 김칠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곽노현 사건과 "매우 흡사하다"고 말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곽노현 사건 당시)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피의사실이 언론에 생중계 되면서 한 사람이 도덕적으로 매장되어 버렸다"며 "이 사건에서 결국 저희는 무죄를 확신하는데 나중에 무죄가 선고됐을 때 지금의 여론재판에 의해 규정되고 낙인찍혔던 것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기자들을 향해 "RO라는 단체 이름은 전혀 사용된 적이 없고, 국정원에 의해서 작명된 것이다. 보통 공소장이나 판결문에서 이름을 모를 경우 '성명불상자'라고 하듯이 알 수 없는 단체는 '성명불상단체'라고 표현한다"며 "그런데 왜 유독 이런 공안사건에서는 공안기관이 작명을 하는가. 국정원에게 RO라는 작명의 근거가 무엇인지 물어봐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이유에 대해 "쓰나미처럼 쓸려가고 있는 여론의 흐름 앞에서 도저히 냉정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아, 오늘 불가피하게 이 자리를 만들게 됐다. 앞으로는 사건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 없으며, 이런 자리가 불필요해졌으면 한다"며 "그동안 우리가 이뤄낸 공정한 사법 프로세스에 의해 재판이 진행되는 것을 차분히 지켜보자. 책임은 재판이 끝난 이후에 물으면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