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실과 관련 인사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공영방송은 사태의 진실보다 국정원과 검찰의 말을 확산하는데 급급했다.

그간 '국정원 선거 개입' 보도에는 사실상 침묵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던 공영방송은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와 관련해서는 자사 메인뉴스에서 4꼭지나 할애했다.

이석기 의원에 대한 충격과 함께 내란 혐의를 내세운 국정원의 무모한 행보에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KBS·MBC 두 공영방송은 국정원, 검찰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지 못했다. 다만, SBS는 기자멘트와 앵커의 클로징 멘트에서 국정원의 공개 수사 시기의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국정원의 압수수색 △'내란음모'라는 국정원의 주장 △이석기 의원의 전력 △각 당의 반응 등 지상파 3사는 비슷한 보도의 행태를 보였다.

▲ 공영방송사 28일자 보도. (위 두 사진 KBS. 아래 두 사진 MBC)

공영방송, 국정원 주장 확산에만 골몰

KBS <뉴스9>는 <"내란음모"…이석기 의원실 압수수색>, <"체제 전복 모의 관여">, <'종북 성향' 논란 계속>, <통진당 강력 반발>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차례대로 보도했다.

KBS <뉴스9>는 <"체제 전복 모의 관여">에서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 등을 선언한 뒤 남북간 긴장감이 고조되던 지난 5월 중순. 서울의 한 교육관을 빌려 이석기 의원 등 백여 명이 모였다"며 "모인 이들 상당수는 지난 1999년 이석기 의원도 연루됐던 '민혁당'에서 유래한 이른바 경기동부연합 관계자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KBS는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북한의 무력 행동에 대비해 기술적,물질적 준비를 하라는 취지의 강연을 한 것으로 국정원과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며 "이후 이어진 참석자들의 팀별 토론에서는 경찰 지구대를 습격해 총기를 탈취하는 등의 구체적인 모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은 국정원이 3년간 내사해온 것으로, 최근 결정적인 증거가 잡혔다고 말했으며 국정원과 검찰은 이번 사건을 지하혁명조직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MBC <8시 뉴스데스크>도 <통진당 이석기 의원 압수수색>, <'내란 음모' 혐의>, <경기동부연합 실체는?> <"충격" "주시" "조작"> 순으로 소식을 전했다.

MBC는 3번째 꼭지 <경기동부연합 실체는?>에서 이석기 의원의 과거 당내경선에서 일어난 부정선거 논란을 다뤘다. 또 민혁당 사건도 다뤘다.

MBC는 "지난해 총선 때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이석기 의원은 경기동부연합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다"며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이 의원이 당내경선에서 최고득표를 하자 부정선거 논란이 일었다"고 말했다.

MBC는 "경기도 성남과 용인을 중심으로 활동한 주사파 학생 운동권 세력인 경기동부연합은 '10여년 전 해체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공안당국은 여전히 지하조직이 활동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의원은 민혁당 사건으로 2003년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공안사범으로는 유일하게 같은 해 노무현 정부의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15만명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SBS "국정원, 수사 결과 부담될 것"

SBS <8뉴스>는 <이석기 '내란 음모' 혐의…압수수색>, <"총기 준비해 국가시설 타격 계획">, <NL계 운동권 '경기동부연합' 핵심>, <통합진보당 "용공조작극" 강력 반발> 순으로 관련 소식은 전했다. SBS도 두 공영방송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이석기 사건'을 보도했다.

다만 SBS는 2번째 꼭지 <"총기 준비해 국가시설 타격 계획">에서 "국정원이 오랫동안 내사한 사건을 '댓글 사건'으로 정국이 꼬여 있는 시점에 공개수사로 전환한 만큼 수사 결과에 대한 부담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라고 말하며 국정원의 공개수사 전환 시점에 대해 비판적 관점을 견지했다.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로 궁지에 몰린 국정원이 국면 전환용 카드로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를 꺼낸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보인다.

또 SBS 김성준 앵커는 클로징 멘트로 "미묘한 때에 초대형 사건이 불거졌습니다. 국민이 놀랐습니다. 시점과 내용으로 볼때 국가정보원이 조직의 명운을 건 외길 걷기에 나선 것 같습니다. 진실 말고는 길잡이가 없습니다"며 국정원의 무리한 행보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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