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번째 촛불문화제는 서울시청 광장이 아니라 여의도에서 열렸다. 8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MBC본사 남문 앞에서 열린 62번째 촛불문화제의 주제는 ‘촛불아 모여라! PD수첩 지키자’.

1천여 명이 참석한 이날 촛불문화제는 미국산 쇠고기 반대를 넘어 공영방송 사수라는 화두로 촛불문화제의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촛불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손정은 MBC 아나운서가 ‘PD수첩에 대한 표적수사를 중단하라’는 손팻말과 함께 촛불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박성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인사말에서 “요즘 ‘PD수첩’을 수사하고 감옥에 넣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바쁘다”면서 “오늘(8일) 낮에도 ‘정치검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하지만 그 어떤 더위도 시청자와 국민을 위해 방송하고자 하는 MBC의 열기를 가로막지 못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비판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국민을 위한 정론직필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 8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MBC본사 남문 앞에서 시민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62번째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민임동기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조중동은 ‘조작-중풍-똥통일보”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늘 조중동이 회사 이름을 바꿔야한다는 문자 한통을 받았는데, 그 내용이 너무 웃겼다”면서 “조선일보는 조작일보로, 중앙일보는 중풍일보로 그리고 동아일보는 똥통일보로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요즘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민주노총이 여러 가지로 힘들지만 이명박 정권이 국민 앞에 무릎 꿇을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방송인 김미화씨도 62번째 촛불문화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MBC에서 방송을 몇 년 째 하고 있지만 MBC의 진정성을 믿는다”면서 “여러분의 외침이 숙성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미화씨는 노래를 해달라는 참석자들의 요구를 즉석에서 수용, 뜨거운 호응을 받기도 했다.

▲ 손정은 MBC 아나운서가 ‘PD수첩에 대한 표적수사를 중단하라’는 손팻말과 함께 촛불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민임동기
성공회대 김민웅 교수 역시 단상에 올라 < PD수첩>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밝혔다. “MBC는 ‘MB’씨의 것이 돼선 안된다”고 강조한 김 교수는 “MBC가 ‘MB’씨의 것이 되면 ‘PD수첩’은 ‘MB수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PD수첩’의 P와 D는 'Power of Democracy' 즉 민주주의 힘”이라면서 “MBC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웅 교수 “‘PD수첩’은 민주주의 힘”

이어진 시민 자유발언에서는 ‘사업을 하는 익명의 50대 남자’와 ‘한 주부’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을 ‘사업을 하는 50대 남자’로 소개한 한 남성은 “주 고객층이 한나라당 성향이다 보니 언론이나 카메라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참석자들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영등포가 고향이고, 지금 살고 있는 곳도 영등포인데 동네사람들의 힘으로 (< PD수첩> 탄압을) 막아내지 못하고 멀리서 오시게 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KBS MBC 등 공영방송까지 장악이 되면 광우병소를 반대하는 어린아이까지 이른바 ‘빨갱이’로 둔갑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것만은 막아야 된다는 생각에 요즘은 거의 매일 KBS앞 집회에 나오고 있고, 오늘 이 자리에도 나왔다”고 강조했다.

▲ ⓒ민임동기
자신을 주부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조선일보와 관련된 ‘일화’를 소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여성은 “제가 활동하고 있는 주부카페가 있는데 회원 중의 한 분이 농담으로 ‘우리 집에 쥐가 한 마리 있는데 이걸 어떻게 처치할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회원들이 농담으로 야쿠자도 있고, 유럽용병도 있다, 그런데 야쿠자보다는 잘생긴 유럽용병이 더 낫지 않냐 이런 댓글을 남겼는데, 조선일보가 이걸 보고 대통령 암살카페가 있다고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조선일보 편집국에 전화를 했더니 기자에게 책임이 있으니 기자에게 전화를 해보라 했다”면서 “하지만 해당 기자에게 따졌더니 농담인지 진담인지는 독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이게 말이 되냐”며 조선일보를 강하게 비난했다.

▲ MBC 앞에 모였던 1천여 명의 시민들은 촛불집회를 마친 뒤 8일 밤 10시경부터 한나라당사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민임동기
MBC 앞에 모였던 1천여 명의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뒤 밤 10시경부터 한나라당사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집회참석자들은 여의도를 행진하며 “이명박 OUT!” “공영방송 사수”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한나라당 당사 근처까지 행진했으나 한나라당사는 이미 전경 버스로 차단이 된 상태였다. 시위대는 이후 KBS 본관 앞으로 이동한 다음 마무리 집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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