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경제부총리의 소위 ‘어부바 퍼포먼스’가 화제다. 7월 31일 전북 새만금산업단지 내의 열병합발전소 부지를 방문한 현오석 부총리가 김재신 OCI SE 사장을 등에 업고는 “투자를 하는 분들은 업어드려야 한다. 내가 이러려고 운동을 열심히 했다”라며 “정부가 기업을 업고 다니며 문제를 해결 하겠다”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경제부총리가 보여준 퍼포먼스라는 점에서 이 행위에는 참으로 깊은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첫째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그간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혀온 박근혜 정부가 최근 이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경제민주화 주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며 경제민주화 마무리 발언을 하는가 하면 현오석 부총리가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장, 관세청장을 모아놓고 경제민주화를 추진해야 하지만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후퇴는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현오석 부총리가 지난 27일 제주에서 열린 전경련 포럼에서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에 대해서도 일감 몰아주기 과세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이혜훈 최고위원이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가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 또는 상속의 악용수단으로 악용돼 왔기 때문에 근절하자는 차원에서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었고, 그런 차원에서 과세를 도입했지만 시작도 안 됐는데 이것을 무력화 시킨 것”이라는 평을 내놓은 사례 등을 들 수 있다.

현오석 부총리가 재계 인사를 등에 업은 모습은 정부의 경제민주화 역행의 화룡점정을 찍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 경제민주화는 끝났고 그야말로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보여주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오전 경제현장 삼천리 길 첫 방문지로 새만금을 방문해 새만금 투자 기업인 OCISE(주) 김재신 대표를 업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뉴스1)

그러나 현재 국회에서 통과된 몇 개의 법안으로 애초에 의도했던 경제민주화 정책의 효과를 충분히 유도할 수 있을 것인지에 우려를 보내는 시선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출범한지 5개월 밖에 안됐는데 벌써부터 경제민주화는 종료됐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게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현오석 부총리의 퍼포먼스에서 두 번째로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독특한 캐릭터에 관한 것이다. 현오석 부총리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됐을 때 언론에서는 ‘현오석은 능력, 소신, 책임감, 리더십 모두 없는 4無’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언론에서는 현오석 부총리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을 지내던 시절 장관이었던 강봉균 전 민주당 의원의 말을 빌어 현안에 대한 의견을 물어도 뚜렷한 소신을 갖고 답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고국장으로 좌천된 경력이 있음을 예로 들어 현오석 부총리 임명의 부적절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KDI 원장을 하면서 정부 입맛에 맞는 연구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성장론자’로 분류된 전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모두 실행하겠다고 주장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최근의 예로 보면 취득세 인하 등과 관련한 각 부처 간의 이견을 조율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이 질타를 하고 여권 일각에서 교체설이 제기되자 취득세 영구 인하를 관철하는 등의 대활약을 펼쳐 사실상의 ‘재신임’을 얻어낸 것도 현오석 부총리의 ‘스타일’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로 꼽힌다.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제2차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열린 자리에서 “투자하는 분들을 업고 다녀야 한다”고 발언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현오석 부총리의 충성심에 대해 새삼 감탄하게 된다. 진짜로 기업인을 등에 업은 현오석 부총리의 충성스러운 모습을 보며 대통령의 마음이 얼마나 흐뭇했을 것인가? 훌륭한 신하는 세상을 잘 다스리는 데 무엇이 필요한 지를 생각하지만 간신은 주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법이다. 고대 중국의 군벌인 조조를 두고 흔히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이라고 하는데, 혹시 현오석 부총리가 치세의 간신은 아닌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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