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 1일 법원 결정으로 인해 경영권을 상실하게 됐다. ⓒ뉴스1
한달 넘게 신문 파행 발행사태를 빚어온 한국일보가 사실상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1일 서울중앙지법 파산2부(이종석 수석부장판사)는 한국일보에 대해 재산보전 처분과 함께 보전관리인 선임을 명령했다. 이는 한국일보 전현직 기자들과 논설위원 등 201명이 지난달 24일 채권자 자격으로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수년동안 한국일보로부터 받지 못한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 96억원의 임금채권을 모아 채권자 자격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기업회생은 경영난으로 채무를 갚지 못해 부도위기에 처한 기업이 법원에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기업의 부도 위기로 채권이 없어질 것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채권자들이 직접 신청할 수 있다.

과거 한국일보 워크아웃 당시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서 파견돼 채권관리단장을 역임했던 고낙현씨가 보전관리인으로 선임됐으며, 이에 따라 장재구 회장과 박진열 대표이사는 신문 발행 업무를 포함한 모든 경영권을 상실하게 됐다. 법원 결정에 따라 한국일보는 향후 법원의 허가 없이 재산처분이나 채무변제를 할 수 없으며 채권 가압류나 가처분, 강제집행 등도 금지된다.

법원은 장재구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신문제작 파행으로 광고주가 급속도로 감소하는 점 등을 감안해 회생절차에 앞서 보전관리인을 선임했다고 밝혔으며, 협력업체 등 다른 채권자들의 의견도 수렴해 회생절차 개시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국일보는 1999년 워크아웃에 돌입해 2007년까지 구조조정 작업을 거친 바 있다. 그러나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연속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었다.

201명의 신청인들은 1일 호소문을 내어 현 한국일보의 재정 상황에 대해 "부도직전의 사실상 사망상태"라고 표현하며, "기소가 임박한 장재구 회장의 비리와 전횡, 부실경영으로 부도 직전에 몰린 회사를 살리고 편집국 폐쇄 이후 망가진 신문발행을 정상화하기 위해, 뼈를 깎는 희생을 감수하고 기업회생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측은 만성적인 자금난과 상시적인 부도 위기 속에서, 임금 체불과 어음 지급기일 연장, 국세 체납 등을 통해 근근이 파국을 모면해 왔다"며 "하지만 지난 6월 15일 장재구 회장이 용역 인력을 동원해 자행한 초유의 '편집국 폐쇄' 사태로 결정타를 맞아 한국일보는 부도 직전에 몰리게 됐다. 기업회생은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결정으로 인해, 한국일보 편집국은 장재구 회장 구속여부와 상관없이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59년 전통의 한국일보가 장재구 회장의 불법비리와 막가파식 경영으로 존폐의 위기에 몰렸다"며 "기업회생은 임금삭감이나 구조조정 같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전제로 하는 만큼 한국일보에 대한 기업회생 신청은 사우들이 어떠한 경우라도 '한국일보' 신문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청자들은 창간정신을 구현하는 제대로 된 신문제작에 하루빨리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법원이 임명한 보전관리인이 회사의 빠른 회생을 위해 필수적인 편집국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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