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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중앙 '사설 공동기획' 2달째, 평가는?공언대로 '청소년 교육용' 불과…"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어"
곽상아 기자 | 승인 2013.07.30 15:59

   
▲ 5월 20일자 한겨레 1면 기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공동 기획 기사 '사설 속으로'를 시작한 지 벌써 2달이 흘렀다. 양사가 밝힌 기획 의도인 '청소년 교육' 측면에서는 의미있는 시도이지만, 당초 기대를 모았던 '심화된 공론형성'이나 '진영논리 극복' 차원에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겨레와 중앙일보는 "건강한 토론문화를 뿌리내리고, 청소년에게 균형잡힌 시각을 길러주기 위한 뜻있는 일"이라며 같은 주제에 대한 양사의 사설을 비교 분석하는 공동 기획기사 '사설 속으로'를 5월 21일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게재하고 있다.

한겨레와 중앙일보는 5월 20일자 1면 알림에서 공동기획 기사의 의미에 대해 "사설은 우리 사회 현안에 대한 신문사의 책임있는 주장이다.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깊이 살피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 바르고 균형잡힌 시각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청소년들에겐 다양한 분야의 풍부한 지식을 쌓을 기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사설 속으로'는 같은 사안을 다룬 두 언론사의 사설에 담긴 관점과 논거를 정리하고 관련 지식의 탐구를 돕는 내용이며 '논리 대 논리' '키워드로 보는 사설' '추천도서' 등의 꼭지로 채워진다. 한겨레가 추천한 송승훈 남양주광동고 국어교사,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와 중앙일보에서 추천한 김기태 호남대 교수, 허병두 숭문교 교사가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한겨레는 '함께하는 교육' 섹션면에서, 중앙일보는 오피니언면의 직전 지면(기획면)에서 한면을 털어 소화하고 있다. 그동안 '개성공단 정상화' '김영란 부패방지법'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 등의 주제가 다뤄졌다.

5월 31일자 언론노조 한겨레지부 노보에 따르면, 사설 공동기획은 올해 2월 중순께 중앙일보에서 먼저 한겨레에 제안했으며 권복기 디지털미디어국장(미디어전략연구소장 겸직)은 "우리가 신문활용교육을 먼저 시작했는데 다른 신문들과 별로 차별화가 없었다. 중앙일보 독자들에게 한겨레를 알리는 기회이기도 했다"며 "마케팅 포인트의 하나로 사설 공동기획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서경호 중앙일보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대치동 논술학원가에서는 사설 비교를 많이들 하고 있는데, 왜 대치동 학생들만 그런 혜택을 받아야 하나. 신문을 통해 더 많은 학생들이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면 보다 민주적이지 않겠나"라며 "기획 자체가 NIE(Newspaper In Education: 신문활용교육)의 의도로 시작한 것이라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쓸 수 있는 필자들을 섭외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 중앙일보 7월 30일자 30면

국내 대표 진보-보수 신문이 공동으로 사설을 비교 분석하는 시도는 언론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어떤 파장을 낳을지 관심을 끌었으나, 양사가 밝힌대로 '청소년 교육용'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태규 언론노조 한겨레지부 미디어국장은 "내부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고 전하며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태규 국장은 "다만, 초반의 기대와는 달리 임팩트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시도 자체는 비판할 수 없으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것 같다"며 "한겨레-중앙일보가 사설 제휴를 했다는 정도의 의미"라고 평가했다.

한겨레의 한 구성원도 "두 신문의 사설을 나란히 놓고, 관점의 차이를 진단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논술준비를 하기 위해서든, 한국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든 좋은 접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NIE 차원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거창한 의미는 없는 것 같다"며 "크게 나쁠 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구성원은 "지면을 통해 양사 사설을 분석하기 때문에 서로 사설쓰는 데 더 긴장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기대를 한번에 채울 순 없지만, 이러한 시도가 언론계에서 좀 더 많아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보였다.

김동찬 언론연대 기획국장은 "양대 진보-보수 신문의 시각차를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미디어와 현안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신문 저널리즘을 개선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시도라고 보긴 힘들 것 같다"며 "양사의 콘텐츠 교류를 통한 새로운 콘텐츠 생산 정도의 의미로 보면 될 것 같다. 합리적 진보-보수라는 이미지 메이킹, 상업적 이해의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평했다.

그는 "제3자를 통한 기계적 균형의 분석 보다는 서로 지면을 통해 상대 기사에 대한 비난이 아닌 의미있는 비평을 하고, 다시 재반론을 한다든지 하는 게 보다 건강한 저널리즘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그런 차원에서는 오히려 2000년 초반에 활성화됐다가 사그라든 매체간 상호비평이 더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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