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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프렌들리'에 이은 '시장 프렌들리'[기자칼럼] '언론'이 '시장'과 친해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서정은 기자 | 승인 2008.07.04 16:07

"올 하반기 방송통신 규제를 시장친화적으로 개혁하겠다."

7월 3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일성이다. 지난 2일 '방통위 하반기 주요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최 위원장은 '국민 편익 증진'과 '방송통신 융합산업의 활성화'를 하반기 정책 기조의 두 축으로 소개하면서 시장친화적으로 방송통신 규제를 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 ⓒ미디어스  
 
최 위원장은 이날 방통위의 비전과 철학을 묻는 질문에도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인터넷 강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발전시켜 국위를 선양하고 국가경쟁력의 원천인 IT사업을 활성화시키는 것, 이를 통해 선진화된 한국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우리 국민들이 그 발전의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는 인터넷복지 국가를 만드는데 일조해야겠다는 것이 평소의 소신이다. 위원회도 그것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최 위원장의 기자간담회에서는 미디어 공익성이나 다양성, 수용자 권리, 무료보편 서비스 등과 같은 언론의 '공공성'을 의미하는 개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시장 원리', '시장 활력', '규제 완화', '경쟁체제 도입'과 같은 시장친화적인 단어들만 넘쳐났다. 방송통신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어 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그 속에서 '국위 선양', '선진화', 'IT강국', '인터넷복지국가'를 실현하는데 일조하겠다는 '성장' 위주의 미디어 정책 방향을 위원회의 비전과 철학이라고 소개할 뿐이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미디어도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미디어 산업을 키워 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고 그로 인해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 혜택이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미디어 공공성과 산업적 활성화라는 두 축이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가에 있다. 최시중 위원장이 미디어의 시장친화적인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산업적 활성화를 꾀하려면 그래서 몇가지 전제를 필요로 한다.

우선 합리적인 '공정경쟁'의 틀거리를 마련하는 일이다. 과거에는 미디어의 '균형발전'이 요구됐다면 지금은 사업자간, 매체간 '공정경쟁'의 룰이 중요해졌다. 공정경쟁이 불가능한 조건에서 이뤄지는 산업적 활성화는 '돈 있는' 기업 내지 시장을 선점한 방송·통신사업자들의 배만 불려주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배만 불려주는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돈 있고 힘 있는' 집단의 미디어 진출이 활발해지면 궁극적으로 여론이 독점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여론 다양성 침해는 공공성 약화라는 악순환을 낳을 수 밖에 없다.

방통위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위성방송과 지상파 DMB에 대한 소유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위성방송은 외국인 지분제한(33%)을 완화해 경쟁매체인 케이블방송과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지상파DMB에 대해서도 1인 소유지분 제한(현행 30%)을 완화해 신규 자본 유입을 촉진할 계획이다. 현행 30%대인 규제 비율이 최대 49%까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달 IPTV 시행령을 통과시키면서 방송매체를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의 범위를 '자산총액 3조원 미만'에서 '10조원 미만'으로 완화해 언론계와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샀다. IPTV 종합편성 및 보도 채널에 대한 대기업의 진출이 훨씬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한쪽에서 우선 자본의 방송 진출 길을 넓혀준 다음, 경쟁매체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다른쪽도 동일하게 규제를 완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겉으로는 '공정경쟁'을 위한 '형평성'을 내세우지만 '기업이 방송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주는 이같은 정책에 미디어의 공공성을 견지하려는 시각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방통위는 소유규제 완화 뿐만 아니라 방송광고 시장도 경쟁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논란을 키우고 있다. 최 위원장은 2일 "방송광고공사 체제가 마련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독점적 체제가 아닌 경쟁적 체제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를 중심으로 한 현재의 방송광고 시장에 민영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을 도입해 경쟁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지역방송과 종교 관련 방송 등 규모가 작은 방송사들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또한 방송광고가 경쟁체제로 바뀌면 방송사들의 시청률 경쟁이 첨예해져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와 공공성 약화를 초래할 위험도 높아진다. 

이처럼 미디어 관련 각종 규제들을 "시장친화적으로 완화"하고 "경쟁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방통위의 정책 방향에 우려와 반발이 높은 것도 공공성과 산업 활성화라는 두 개념의 '조화'가 아닌, 시장 원리로의 '편향'이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산업'과 '공익'의 조화라는 이 어렵고도 지난한 논란은 미디어가 가진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사회적 여론 형성 그리고 다양성과 민주주의적 가치 전달이라는 공적 역할을 속성으로 하는 미디어를 단지 '약육강식' 시장경쟁 체제에만 맡길 경우, 미디어 공공성 훼손이라는 치명적인 상처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적절한 사회적 틀 속에서 규제하고 보호하고 감시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미디어를 비롯한 우리사회 공공 영역이 파괴되면 일반 시민들의 삶의 질은 더 피폐해진다. 돈 많은 기업이 방송을 소유·독점하고 미디어의 상업화가 가속화 할수록 우리 사회의 정보 격차는 그만큼 벌어지고, 여론 독과점의 폐해 또한 걷잡을 수 없다. 시장 경쟁을 통한 산업 활성화는 '돈 안되는' 공공적 콘텐츠보다는 '돈 되는' 시장친화적 콘텐츠에만 집중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돈이 될 만한' 신규 미디어 서비스는 폭발적으로 양산되고 기업들의 방송 진출은 늘어날 지 몰라도 정작 시민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가치와 정보 제공이라는 공적 기능은 그만큼 약화될 것이다. 단적으로, 대기업과 거대 신문들이 각종 미디어를 소유하고 여론을 입맛대로 독점할 경우, 정부나 권력집단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내용의 뉴스와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만들어질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회의적이다.

미디어가 적절한 공적 규제의 장에 있지 않고 자본 위주의 시장경쟁 구도로만 재편될 경우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을 사회적으로 이슈화한 MBC < PD수첩> 같은 프로그램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통신 규제완화를 통해 달성하겠다는 '선진화' 'IT강국' '인터넷복지' '국민복지'라는 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지, 누구를 위한 '복지'와 '성장'을 뜻하는지 계속 반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정은 기자  punda@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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