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가 4대강 관련 감사원 뉴스를 당초 단신 혹은 50초짜리 리포트로 축소 보도하려다가 청와대 입장이 발표되자 갑작스럽게 당일 톱뉴스로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MBC 보도국 내에서는 "수뇌부의 뉴스판단 기준이 없거나, 그 기준이 정권의 한 마디라는 방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MBC <뉴스데스크>는 10일 4대강 관련 감사원 뉴스를 톱으로 보도했다.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실위에 따르면,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가 발표된 10일 <뉴스데스크> 큐시트에는 당일 오후 4시 23분까지도 관련 내용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았다.

MBC 정치부장은 4시 30분 회의에서 4대강 뉴스에 대해 단신으로 해도 좋고, 50초짜리 리포트로 할 수 있다고 보고했으나 오후 5시 5분 청와대가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며 전 정권과 확실한 선을 긋는 입장을 내놓자 상황이 달라졌다. 단신처리해도 좋다던 아이템이 갑자기 톱뉴스로 배치된 것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보도국 구성원들은 "전 정권에 부담되는 뉴스를 유야무야 넘어가려다 청와대에서 한 마디 하니까 급히 톱뉴스에 추가됐다. 전 정권의 눈치보랴, 현 정권의 눈치보랴 수뇌부가 바쁘다" "수뇌부의 뉴스판단 기준이 없거나, 그 기준이 정권의 한 마디라는 방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민실위는 전했다.

이 밖에도 <뉴스데스크>는 11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구속에 대해 "새로운 내용이 없다"며 KBS(16번째 리포트), SBS(8번째 리포트)와 달리 유일하게 해당 뉴스를 단신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서도, 보도국 구성원들은 "정권에 부담이 되면 MBC뉴스에서는 슬그머니 사라진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우리 뉴스를 누가 볼 것인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민실위는 밝혔다.

민실위는 보고서에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1일까지 <뉴스데스크>를 분석한 결과 자극적인 사건사고, 동물 관련뉴스 비중이 높았으며 검찰ㆍ법원발 스트레이트 뉴스와 경제뉴스는 홀대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원전비리의 최고 핵심인물인 전 한수원 사장 체포 뉴스는 KBS(9번째 리포트), SBS(15번째 리포트)와 달리 MBC만 유일하게 단신처리 했으며 동작구청장 비리혐의도 종편 단독보도를 그대로 받는 '쫓아가기'식 보도행태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분석 기간, 법조에서 주로 만들어내는 사회성 스트레이트 뉴스가 MBC <뉴스데스크>는 4건인 반면 SBS <8뉴스>는 13건으로 MBC의 3배를 넘어선다.

민실위는 김종국 사장을 향해 "보도의 공정성, 사실보도, 객관성, 불편부당성이 과연 MBC뉴스에서 담보되고 있는가? '뉴스'다운 '뉴스'를 위해 꼭 다뤄져야 할 스트레이트 뉴스가 MBC뉴스에서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고 있는데 과연 김종국 사장이 말한 경쟁력 확보는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지금이라도 MBC 뉴스의 현실을 바로 보고, 적확한 평가와 조치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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