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은 한국일보 사측이 기자들을 외부로 쫓아내고 회사측 소수 인력으로만 신문을 발행한 지 한달째 되는 날이다. 9일 편집국 폐쇄가 해제됨에 따라 한국일보 지면 정상화를 바라는 기대감이 한국일보 안팎에서 흘러나왔으나, 회사측은 데스크 권한 미부여 등으로 여전히 기자들의 손발을 묶어두고 있다. 그 사이, 한국일보 지면에는 기사 본문과 상관없는 사진이 실리거나 사람이름이 잘못 기재되는 등 '황당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 한국일보 6월 21일자 체육2면 톱 기사. 해당 사진에는 '20일 경기에서 이승엽이 홈런을 쏘아올리고 있다'는 설명이 붙었으나, 실제로 이 사진은 이승엽이 일본에 진출한 2004년 이전의 사진이었다.

15일 한국일보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면 분석을 통해 '짝퉁 한국일보'가 벌인 크고 작은 사고를 지적하고 나섰다.

'사고'의 첫 번째 유형은 기사 본문과 상관없는 그래픽이나 사진이 쓰인 경우다. 지난달 27일 1면에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 계획'을 설명하는 기사가 실렸는데, 이 기사에 사용된 그래픽은 엉뚱하게도 '비과세 감면 축소'에 대한 것이었다. 지난달 21일자 체육2면 톱 기사 '이승엽 홈런 새역사 352호' 기사에 쓰인 사진 역시 '20일 경기에서 이승엽이 홈런을 쏘아올리고 있다'는 설명이 붙었으나, 실제로 이 사진은 이승엽이 일본에 진출한 2004년 이전의 사진이었다.

한 지면 안에 서로 앞뒤가 맞지 않은 기사가 실리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아시아나기 불시착 사고를 다룬 8일자 2면의 경우, 톱 기사에서는 'B-777이 취항 이후 유사한 사고를 잇달아 내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같은 지면의 박스기사에서는 이 여객기가 '항공업계에서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 기종'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기사마다 사고 여객기가 '아시아나 214편', '아시아나 B-777기', '아시아나 OZ 214편'으로 제각각 표기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 한국일보 6월 26일자 경제면 톱

기사 제목에서 사람 이름이 잘못 기재된 경우도 있었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26일자 경제면에서 이재현 CJ 회장 검찰 구속 이후 CJ의 향후 경영구도를 다뤘는데, 기사 제목에서 '이미경 CJ E&M 부회장'의 이름을 '이미영 부회장'이라고 적은 것이다.

비대위 분석결과, 한국일보 기자 이름이 명시된 기사지만 실제로 연합뉴스 기사와 토씨 정도만 바꾼 경우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상가에 대한 정부단속을 앞두고 쓴, 지난달 19일자 '상가 과잉냉방' 기사는 르포형식임에도 불구하고 연합뉴스의 사례를 인용한 뒤 버젓이 한국일보 기자 바이라인을 달았다.

지난 8일자 16면 '아파트 입주해 보니 집 앞에 비닐하우스' 기사 역시 한국일보 기자 이름이 달렸으나 연합뉴스의 '입주해 보니 집앞은 논밭' 기사의 토씨만 바꾼 수준이다. 한국일보의 지난달 19일자 사설 '성범죄 근절, 법률 강화 이후 과제 크다'는 전날 '성범죄 근절, 법률 강화만으론 부족하다'라는 연합시론의 두번째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내용과 표현 등을 통째로 옮겨 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비대위는 "백 번 양보해 소소한 실수는 눈감아주더라도 중징계를 내려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활자매체로서 용납할 수 없는 실수들의 반복은 과연 짦게는 7~8년 길게는 20년 이상 신문사 생활을 한 사람들이 신문을 만들었는지 반문하게 할 정도"라며 "'쓰레기 뭉치'라는 말도 과분한 지난 한달 동안의 한국일보 지면에 대해 회사는 지금까지도 '정상적인 제작을 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니, 이런 후안무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NLL 대화록 공개나 국정원의 대선 개입, 한중 정상회담 등을 보도한 지면과 사설들이 이전까지의 한국일보 태도와 달리 크게 균형을 잃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런 지면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국일보가 진짜 한국일보가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 환노위, 교문위 소속 의원 6명은 16일 오후 4시 한국일보 편집국을 방문해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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