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측이 편집국 폐쇄를 해제한 이후에도 여전히 기존 체제대로 신문을 제작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행위가 법원의 가처분 결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는 변호사 의견이 나왔다.

▲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회사측의 편집국 폐쇄가 해제된 9일, 한국일보 기자들이 편집국에서 회사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한국일보는 8일 법원이 한국일보 기자들의 직장폐쇄 해제 가처분을 받아들이자 9일 오후 곧바로 폐쇄 조치를 해제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일보는 복귀한 편집기자들에게 조판 프로그램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차장급 이상 기자들에게도 데스크 권한을 주지 않아 '짝퉁 한국일보' 발행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11일 민변 권영국 변호사가 한국일보 비상대책위원회 측에 보내온 자문결과에 따르면, 한국일보의 이 같은 행위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권영국 변호사는 "한국일보가 기자들이 올린 기사를 수정하고 신문에 나가도록 승인하는 데스크 권한을 빼앗아 결과적으로 기사의 보도를 막고 있다면 이는 내용적으로 기자들의 근로제공을 거부하는 것과 동일하다.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기자들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로서 편집국 출입을 발해하는 행위와 전혀 다르지 않다"며 "편집 기자들이 조판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없게 한 행위도 그 자체로 근로제공을 거부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권영국 변호사는 한국일보 사측이 "기자들은 회사가 임명한 데스크(하종오 편집국장 직무대행)의 지시에 따라 신문제작에 동참해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하종오 편집국장 직무대행에 대한 기자들의 편집국장 임명신임안 투표에서 신임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됐음을 거론하며 "하종오씨는 명칭에 상관없이 편집국장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가지거나 행사할 수 없으며, 하종오씨의 지시와 명령은 권한 없는 자의 지시와 명령으로서 아무런 법적 효력과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편집국장 임명 절차에서 부결된 자를 편집국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한 것은 편집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편집강령규정 8조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로서 그 자체로 무효"라고 덧붙였다.

권영국 변호사는 "하종오씨의 지시를 거부했다고 해 그것이 업무거부나 지시거부가 되지는 않는다"며 "한국일보가 하종오씨를 편집국장의 권한을 가진다는 것을 전제로 취재기자들에게 보고를 요구하고 지시에 따를 것을 강제한다면, 이는 법적 근거가 없는 권리남용 행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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