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한국일보 기자들은 사측의 경력기자 공채에 지원할 예비 응시자들을 향해 "기자라면 '기자의 눈'으로 한국일보의 현 상황을 봐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 3일자 한국일보 1면에 실린 경력기자 모집 공고
한국일보 사측은 3일자 1면에서 경력기자를 모집한다는 사고(社告)를 낸 바 있다. 모집 부문은 '취재, 편집, 디자인' 경력기자이며, 지원자격은 '4년제 정규대학 졸업자로 신문사, 통신사, 방송사 경력 2년 이상'이다. 한국일보가 경력기자를 모집해 '짝퉁신문' 발행 체제를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함에 따라, 지난달부터 진행했던 노사협상도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일보 바로세우기 위원회, 한국일보 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성명을 통해 "한국 언론사에서 최악의 사주로 기억될 장재구 회장과 손잡고 '짝퉁 한국일보'에 불명예스런 바이라인을 남기고 싶느냐"며 "기자로서 당신의 양심과 명예에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장재구 회장은 노동조합원과 비조합원을 포함해 모든 기자들이 제작거부나 파업 등 쟁의를 하지 않았는데도 편집국을 봉쇄하고 펜을 빼앗았다. 이유는 단 하나, 기자들이 사주의 비리를 검찰에 고발했다는 것 때문"이라며 "사회의 온갖 부정부패를 파헤쳐 진실을 알려야 할 사명이 있는 당신이 만약 이 사태를 취재했다면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장 회장은 취재비, 야근수당, 연차수당, 출장비, 통신비 등 수년 간의 체불에도 신문 하나 제대로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버텨온 기자들을 거리로 내몬 '악덕사주'"라며 "지난해 한 방송사 파업 당시 뽑힌 시용기자들은 양심을 버린 대신 적어도 임금이나 인사에서 유리한 특혜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수당을 제때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특혜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한국일보 기자로서 명함을 파기 전에 당신이 서명해야 할 문서는 '근로제공 확약서'다. 노조의 편집국장 임면동의 투표 등 노사간 맺은 편집윤리강령을 전면 부정하는 내용일 뿐 아니라 기자를 그저 사측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로 폄훼하고 있다"며 "이런 '충성맹세 서약서'에 서명하고도 출입처에서, 현장에서 당당하게 취재할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우리는 법원에 부당한 폐쇄를 풀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 밖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법적 대응을 하고 있고, 조만간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 회사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는 편집국에 복귀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경력기자에 응시하신 분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경실련ㆍ참여연대 등 12개 시민단체는 4일 성명을 통해 "시민의 힘으로 침탈당하는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라며 "독자 등 언론소비자의 권리확보와 한국일보가 정상적인 역할과 기능을 되찾는 시민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장재구 회장 등 한국일보 경영진은 편집국 봉쇄와 파행적인 신문발행 등 모든 위법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대체인력 모집을 즉각 중단하고, 기자들의 취재권ㆍ편집권 보장 등 모든 것을 원상회복하는 데 적극 나서라"고 요구했다. 검찰을 향해서도 "법적 원칙과 상식에 따라 장재구 회장에 대한 즉각적인 수사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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