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은 사설 게재를 거부한 데 이어, "한국일보 사태는 단순한 노사갈등이 아니다"라며 장재구 회장의 비리경영을 털어내 한국일보를 바로 세우는 것이 사안의 본질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 1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 앞에서 열린 '한국일보 제작 정상화와 장재구 구속수사 촉구 기자회견' 모습 ⓒ미디어스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은 18일 오후 성명을 통해 "사태의 본질은 명확하고도 단순하다"며 "십 수 년 언론사란 보호막에 싸여온 경영의 비리와 탈법, 부도덕의 적폐를 이제는 털어내 한국일보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데 200여명 기자 거의 전원이 뜻을 모은 것이 그 발단"이라고 설명했다.

논설위원들은 "이에 대해 경영진이 부당한 인사조치에 이어 급기야 편집국 폐쇄라는 가장 최악의 선택으로 국면을 돌파하려 했다가 파국을 자초한 것"이라며 "작금 한국일보 상황이 도식적인 노사, 혹은 노노갈등 상황으로 잘못 이해될 우려가 있어 굳이 그 정확한 내용을 알려드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논설위원들은 사측의 편집국 폐쇄 이후 발행되는 신문을 놓고 "쓰레기 종이뭉치"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논설위원들은 "상상할 수도 없었던 편집국 전면 폐쇄와 기자 전원 축출의 참담한 현장을 목도한 순간, 그리고 뒤이어 한국일보 가짜 제호를 달고 나온 쓰레기 종이뭉치를 받아 든 순간,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마저 철저히 유린당한 치욕감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경영진은 어떤 일이든 적어도 언론과 신문의 본질을 모욕하는 일만은 결코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형식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기사가치 판단, 문장 등에서 기본도 갖추지 못한 채 대폭 감면한 좁은 지면조차 간신히 메우는데 급급한 신문"이라며 "어떤 기준으로도 신문이라고 부를 수 없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쓰레기 종이뭉치"라고 비판했다.

논설위원들은 "장재구 회장과 그에 기댄 몇몇 경영 측 인사, 그리고 이번 사태 무마의 전위 용도로 졸속 승진발령을 받은 예닐곱 간부가 현재 한국일보 편집국에 출입하거나 남아있는 전부다. 이게 경영진이 가짜 신문에 낸 1면 사고를 통해 신문제작에 참여하고 있다고 호도한 '편집국 부장 전원과 기자'의 정확한 실체"라며 "직업 특성상 기본적인 옳고 그름의 판별을 훈련받아온 기자들이므로 가짜 한국일보 제작에 더 참여하는 이는 추후에도 결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설위원들은 향후 계획에 대해 "사실상 한국 유일의 중도지로서, 사회의 균형자로서 어렵게 지켜온 한국일보의 가치를 다시금 바로 세우고 더욱 공정하고 신뢰받는 신문으로 거듭나는 일에 진력"하겠다며 "독자와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죄의 말씀과 함께 따뜻한 이해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편집국 폐쇄' 한국일보, 이번엔 '폭력' 덧씌우기?

한편, 한국일보 사측은 노사의 밤샘 대치가 있었던 17일 밤 상황에 대해 노조가 '쇠파이프'를 동원해 편집국 진입을 시도하고 이 과정에서 시설경비원 3~4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 17일 밤 9시경, 서울 중구 남대문로 2가 본사 편집국이 연결된 비상계단 철문이 개방되며 편집국으로 들어가려던 기자들이 용역들에게 막혀 복도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뉴스1)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대위 소속 기자 80여명은 17일 밤 9시경,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 15층 비상계단 앞 철문을 통해 편집국 진입을 시도했으나 회사측 용역 직원들에게 가로막힌 뒤 현재까지 계속 대치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비대위 측은 폐쇄됐던 철문이 열린 경위에 대해 "17일 오후 8시 40분쯤 총회를 마친 기자들이 편집국이 있는 15층에 항의 방문하러 가던 중 흡연실 쪽 비상구 잠금 장치가 열린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으나, 회사 측은 "남자 노조원 30~40명이 일명 빠루(노루발못뽑이, 한국일보는 이를 '쇠파이프'라고 지칭했다)로 방화문을 부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회사 측은 18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에는 문고리만 부쉈던 노조가 이날은 아예 방화문 잠금장치 자체를 빠루로 뜯은 것"이라며 "이에 따라 온전히 몸으로만 막는 과정에서 시설경비원 3~4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한명은 허리를 찍히고, 한명은 발목 부상을 입었다. 이밖에도 상당수가 노조원들로부터 머리채를 잡히거나 발로 차였다"며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까지 배포했다.

그러나, 회사 측이 공개한 동영상은 기자들이 편집국에 들어가기 위해 의자를 들어내는 장면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쇠파이프'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좁은 문을 사이에 두고 양측이 서로 밀고-막으려는 과정에서 욕설과 고성이 들리고 일부 충돌이 보이지만, 어느 한쪽이 상대편을 일방적으로 폭행하는 상황도 아닌 것으로 나온다.

이와 관련해, 최진주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부위원장은 "쇠파이프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았고, 문을 부수지도 없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허위사실이며, 명예훼손에 해당되기 때문에 법적 대응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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