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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경찰 폭력과 '일부' 시위대 폭력이 같나[오늘의 핫이슈] 경찰과 시위대 갈등만 조장하는 조중동
서정은 기자 | 승인 2008.06.30 08:47

'촛불민심'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정부의 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계기로 지난 주말, '6.10 촛불대행진' 이후 가장 많은 (광우병위험국민대책회의 추산) 10만여명의 촛불이 거리로 쏟아졌다. 경찰은 미리부터 최루액과 색소를 섞은 살수차 사용을 검토하겠다며 '협박'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분노와 저항을 막진 못했다.

정부는 28~29일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무차별적 폭력으로 진압하기 바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과 경찰이 물리적으로 충돌하고 부상을 입었다. "80년대를 방불케 한다"며 정부의 폭력 진압, 과거 회귀 행태를 질타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 중앙일보 6월 30일자 3면  
 
28일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한 정부는 29일 대국민 담화를 내더니 그날 오후에는 아예 서울광장 진입을 막고 집회 자체를 원천봉쇄했다. 시민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자체를 막아선 것이다.

특히 이날 정부는 대국민 담화에서 언론의 '균형있는 보도'를 요청했다.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한 협조를 당부한다면서 전의경들의 고충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사실 보도'가 생명인 언론이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균형 보도와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하지 않으면 필요한 대응을 하면 될 일이다. 무엇이 사실이 아니고 무엇이 왜곡인지 밝히면 되는 것이다. 아무리 '프렌들리' 기조라고 해도 협조와 당부가 웬말인가.

게다가 '균형 보도'라는 말도 참 모호하다. 무엇을 위한 균형을 요구하는 것인지 그 의도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경찰과 촛불시위대를 동질화하면 그것이 '균형'인가? 정부가 언론계의 협조를 당부하지 않아도 '관변언론' 조중동은 이미 잘 하고 있다. 30일자 신문만 봐도 확연하다. 80년대로 돌아간 것은 정부의 폭력 대응 뿐만 아니라 이들 언론도 마찬가지다.

- 휴일 서울 한복판은 전쟁터였다 (중앙일보 1면)
- 시위대 "죽여라" 전경 "살려달라 외쳤지만 쇠파이프 날아와" (중앙일보 3면)
- 불법시위 두둔하고 경찰 탓만 한 민주당 (중앙일보 4면)
- 무법천지 방치 이제 끝내라 (중앙일보 사설)

- 그제밤 최악의 충돌 수백명 부상/어젯밤 경찰 원천봉쇄...산발시위(조선일보 1면)
- 시위대 낫에 발목 찢기고, 경찰 진압봉에 머리 터져 (조선일보 3면)
- 전경 150명 포위해 10분간 무차별 공격 (조선일보 4면)
- 대낮, 시위대에 짓밟힌 경찰차 (조선일보 11면)
- 전문 시위꾼들에게 언제까지 서울 도심 내줘야 하나 (조선일보 사설)

- 경찰, 도심 불법시위 원천봉쇄 (동아일보 1면)
- 폭력시위는 "저항권" 경찰대응은 "과잉진압"...앞뒤 안맞아(동아일보 4면)
- 전대협 깃발 등장...붉은 손수건 두르고 행동통일(동아일보 5면)
- 대의 민주주의와 법치 회복이 6.29 정신이다 (동아일보 사설)

위 기사들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렇다. 

'지난 주말 시위대들이 낫과 쇠파이프까지 동원해 전경을 무차별 공격했다. 전문 시위꾼들이 서울 도심을 점령했고 대낮부터 경찰차는 짓밟혔다. 무법천지다. 시위대는 심지어 전경을 향해 "죽여라"는 말로 선동했고 전경이 "살려달라" 외쳤지만 쇠파이프로 공격했다. 폭력 시위가 정당한 저항권이라고? 말도 안된다. 야당 의원들이 불법을 두둔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전대협 등 과거 꾼들까지 시위에 가세했다. 한마디로 서울 한복판은 불법과 무법이 판치는 전쟁터다. 법치는 사라지고 폭력만 들어섰다. 6.29는 대의민주주의와 법치 회복의 상징인데 지금의 불법폭력시위세력이 6.10과 6.29의 이름으로 이를 조롱하고 있으니 큰 일이다. 시민들? 물론 시민들도 다쳤다. 하지만 군홧발은 아니다. 경찰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 중앙일보 6월 30일자 1면  
 
일부의 과격했던 시위 참가자의 폭력 행동만을 골라 자세하게 보도하고, 경찰이 시위대에게 포위당한 사진을 모조리 1면에 배치하면서 공권력과 법치가 무너진 양 호들갑 떠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수만명,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아예 지면에서 사라지고 낫과 쇠파이프를 들고 경찰차를 끌어내는 '폭도'만 존재할 뿐이다.

진압봉과 방패, 훈련으로 무장된 경찰과 평화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있던 대다수 시위대를 동질적인 집단으로 등가시켜 다루는 것부터가 심각한 왜곡이다.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시위대와 진압봉으로 무장한 경찰의 충돌로 4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중앙일보의 기사만 봐도 어느 쪽에 방점을 두었는지는 분명해진다. 쇠파이프를 휘두른 시위대는 극히 일부였지만 경찰은 모두 진압봉과 방패로 무장하고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 400여명 가운데 부상 경찰은 100여명이고 나머지는 일반 시민들이다. 그런데도 쇠파이프와 진압봉, 이 둘을 나란히 병렬시키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기 충분하다.

경고방송을 통해 시민들을 자극하면서 물대포를 직사하고 소화기를 내던진 것은 경찰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여러분 중에 낫을 휘두르는 사람도 있다. 광우병을 문제삼기 전에 여러분이 미치지 않은 것인지 생각해보시기 바란다"는 경찰의 경고방송까지 나왔다니 정말 도를 넘어섰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극렬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물대포와 소화기를 부득이하게 동원했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지만 대다수 평화적으로 시위를 벌였던 시민들에게 진압봉과 방패, 발길질을 해대는 것까지 부득이하다고 주장하긴 어려울 것이다. '일반 시민'과 '촛불시위대'를 분리시키려고 정부나 조중동 모두 안간힘이지만, 촛불시위에 나선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반 시민'이라는 엄연한 사실까지 바꿀 수는 없다.

   
  ▲ 조선일보 6월 30일자 4면  
 
촛불집회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전의경들과 시민, 양쪽 모두 안타깝긴 누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경찰과 시위대의 편을 갈라 서로 감정적으로 대립만 부추기는 지금과 같은 보도 양태는 곤란하다. 언론이라면, 무법천지라며 흥분할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사태가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본질'을 따져야 한다.

오늘은 특별히 동아일보에 묻고 싶다. 30일자 아래 사설을 본 많은 사람들은 코웃음을 치지 않았을까.

"21년 전 어제, 국민의 민주 함성에 놀란 전두환 독재정권은 대통령 직선제 요구를 수용했다. 6.29 민주화 선언이다. 이 선언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실이었고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발전의 거보를 내디뎠다. 산업화에 이어 민주화를 이룩한 이날을 기념하고 축하해야 마땅하지만 많은 국민은 지금 혼란에 빠지고 절망감마저 느끼고 있다. 6월 항쟁 대열에서 정론의 자리를 굳게 지켰다고 자부하는 본보 역시 그렇다."

   
  ▲ 동아일보 6월 30일자 사설  
 
정론의 자리를 굳게 지켰다고 자부하는가? 지금 혼란에 빠지고 절망감마저 느끼는가? 그런데 상황에 따라 여기저기 줄을 바꾸고, 한입으로 두말하는 '정론'에도 국민들은 혼란과 절망감을 느낀다.

21년 전인 1987년 6월 11일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이렇게 썼다.

"자꾸 외국의 예를 드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나 평화적으로 의사를 표시하고 경찰이 또 성의를 다해 에스코트해 주는 몇몇 나라의 시위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는 한없이 부럽다. 우리는 왜 그것이 안되고 있는가. 다른 것은 다 그만두더라도, 어차피 정치에 큰 기대를 걸 형편이 못된다고 치더라도 제발 죄없는 국민들만은 덜 괴롭혀 주었으면 싶다. 최소한 지독한 최루 가스로부터 일상의 리듬이 온통 망그러지는 낭패와 불안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으면 싶다."

21년 뒤 동아일보가 쓴 2008년 6월 30일자 기사는 다음과 같다.

"일부 단체는 불법임을 알면서도 '국민 저항권이 우선'이라며 시위대의 과격한 행동까지 두둔하고 일부 언론은 이같은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며 공권력 행사를 '과잉진압'으로 몰아붙인다. 앞뒤가 뒤바뀐 본말전도 현상이 2008년 6월 서울 도심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과연 누가 본말전도인가. 2008년 지금도 국민은 괴롭다. 87년과 같은 독재시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엇이 다른지도 요즘은 혼란스럽다. 서울광장마저 원천봉쇄한 채 국민들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현마저 틀어막는 이명박 정부다. 당연히 정치에 큰 기대를 걸 형편도 못된다. 국민들은 지독한 물대포와 소화기, 곤봉과 발길질, 집회의 원천봉쇄에 낭패와 불안감을 느낀다. 

   
  ▲ 경향신문 6월 30일자 4면  
 
한편 경향신문은 30일자 4면 <국민 외침 귀닫은 정부...담화도 '억지논리'>에서 29일 정부가 발표한 대국민담화의 잘못된 인식과 논지를 4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이 요구했던 사항을 대부분 반영했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 "국민이 요구한 사항은 안전한 쇠고기를 수입하고 검역주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재협상 하라는 것이다. '촛불민심'의 핵심 요구 중 하나인 검역주권과 관련해 정부가 반영한 것은 사실상 없다"고 비판했다.

"쇠고기 문제를 떠나 정부의 정당한 정책 수행을 반대하고 나아가 정부의 정체성까지 부정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주요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수적 수순이다. 국민들은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고 특히 잘못된 정부 정책에 반대할 권리가 있다. 국민의 정당한 의견 표출을 정체성 도전으로 간주하는 것은 되레 정체성 수호 의지에 물음을 던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불법 폭력시위는 서민경제를 죽이는 일이고 그 피해가 묵묵히 일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촛불집회가 서민경제를 죽이고 있다는 징표는 제시하지 못했다. '묵묵히 일하고 있는 국민'을 정부가 광장으로 불러내놓고 그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질타했다.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균형있는 보도"를 언론에 주문한 것에 대해서는 "신문시장에서 압도적 부수를 확보하고 있는 조중동은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래 '균형있는 보도'를 하지 않았다. 촛불집회에 대한 강경책도 이들 신문이 먼저 주창한게 태반이다. '균형있는 보도'에 대한 요구는 정부가 아니라 촛불민심이 더 절실했다"고 반박했다.

명쾌하다. 정부와 조중동이 보기엔 어떤가. 재반박이 궁금해진다.

서정은 기자  punda@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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