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오락가락 종편 출연 금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4일 민주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에게 종편 출연 자제 요청을 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민주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에게 종편 출연 자제를 요청한 것은 TV조선과 채널A가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한 방송에 대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TV조선과 채널A 측에 ‘5·18민주화운동 북한 특수 부대 개입설’ 등을 보도한 프로그램의 폐지와 관련자의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문희상 비대위 시절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의 일부를 종편에 출연하지 않은 것에서 찾기도 한 민주당이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또 출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종편은 그 때도 문제였고 지금도 문제였는데 왜 문희상 비대위 때는 출연 금지를 해제하고 왜 또 지금은 출연을 하지 말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다.

물론, 이해는 한다. TV조선과 채널A의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 방송은 민주화세력의 적자를 자임하는 민주당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사건일 것이다. 게다가 이 문제의 당사자인 호남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보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가 더 높게 나온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제출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이 문제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정치적 판단을 내린 것일 수 있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 방송 문제는 의원들에게 종편 출연을 해라 마라의 문제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방송이 방송답게 사실을 공정하게 보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이를 통한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책임있는 제1야당의 태도라는 얘기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라면 민주당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 결정을 통해 △IPTV 및 케이블 사업자의 종편채널 의무전송 폐지 △종편의 중간 광고 및 직접 광고 영업 금지 △종편의 '황금채널' 배정 시정 촉구 △재승인 심사 기준에 사업 허가시 부과된 조건 이행실적 포함 등의 대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대책을 개별적으로 놓고 보면 하나같이 다 옳은 얘기들이다.

▲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제는 이런 것들이 ‘왜곡 방송’과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민주당이 내놓은 제도적 대안들은 종편이 종이신문 시장에서 축적한 자본을 방송에 투여해 시장을 장악하는 구조를 부추기는 현재의 과도한 특혜를 제한하는 것에 가깝다. 꼭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왜곡 방송’에 대한 대책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민주당과 종편이 힘겨루기를 하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되어버려 좀 품위가 없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공전특위’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는 국회 방송공정성 특별위원회를 통해 종편의 왜곡 보도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방송공정성 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 정부조직법 협상 과정에서 여·야가 합의해 설치한 것이지만 두 달 가까이 개점휴업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특위 위원장이었던 전병헌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에 선출되면서 위원장 자리마저 공석이 됐다. 공전의 책임이 민주당에게도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종편의 왜곡보도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고 싶다면 방송공정성 특위 활동을 재개하며 그 안에서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 하지 않을까? 특위의 활동 시한은 9월 말까지다. 이런 저런 일정을 고려하면 남은 시간도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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