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회사측이 기자들의 인사거부 28일째인 29일, 이계성 논설위원을 편집국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이계성 직무대행은 8일 '작금의 사태에 대한 논설위원의 입장'을 발표해 회사측을 향해 "이영성 편집국장과 고재학 경제부장의 경질에 필요한 적절한 절차를 다시 밟고, 내용도 보복적 색채를 지울만하게 바꾸라"고 요구했던 논설위원 가운데 한명이다.

한국일보 기자들은 노조의 장재구 회장 고발 직후인 지난 1일, 회사측이 이영성 편집국장 경질을 뼈대로 한 간부급 인사를 단행하자 이를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한 방패막이 인사'로 규정하고 2일 인사거부를 결의한 바 있다.

▲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 앞에서 열린 장재구 회장 규탄 집회 모습 ⓒ곽상아

인사거부 28일째인 29일, 한국일보 회사측은 이계성 논설위원을 편집국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하고 기자들의 반발을 샀던 하종오 편집국장은 논설위원실로 발령냈다. 이 과정에서 기자들과의 사전협의가 전혀 없었으며, 편집국장을 제외한 부장단 인사의 변동은 없어 기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상원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대위원장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앞에서 열린 규탄집회에서 "외부에서 보기에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가 또 한번 내려졌다. 기자들의 뜻을 무시한 1일자 인사는 도저히 실행될 수 없으니 보류하라고 회사측에 요청했으나, 그 사이에 또 대대적으로 인사발령을 공표했다"며 "지난 한달 동안 편집국을 망쳐놓고, 한국일보 정상화의 길을 계속 꼬이게 만들고 있는 게 바로 장재구 회장"이라고 비판했다.

최진주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대위 부위원장은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전 협의도 없이,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직무대행 임명을 발표했다"며 "국장만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비대위는 "이번 인사발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이계성 직무대행에게 전달했으며 이번 주말까지 이계성 직무대행이 회사 측과 부장단 인사를 놓고 절충을 시도하기로 했다. 만약 기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내용으로 절충안이 합의될 경우, 한국일보 사태를 풀 단초가 될 수 있으나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 기자는 "사전 협의가 전혀 없어서 이번에도 언론보도를 보고 인사발령 사실을 알게 됐다. 문제있는 것 아니냐"며 "(이계성 직무대행은) 기자들로부터 존경받고 신망이 높은 분이지만, 과연 회장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운신의 폭이 좁은 것 같다"고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한편, 31일 오전 이영성 편집국장이 제기한 인사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리가 열린다. 결과는 1주일 내에 나온다.

이영성 국장은 1일 편집국장에서 경질된 이후, 대기발령을 거쳐 21일 해고됐다. 한국일보 회사측은 21일 인사위원회 직후 이영성 국장에게 해고를 통보했으나,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점을 뒤늦게 발견해 해고 통보를 취소했다. 아직 이사회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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