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지난 25일 저녁 지상파 방송사 메인뉴스는 현장의 온도와는 한참 거리가 있어 보인다. 방송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일방적 고시 강행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은 다소 묻혔고 이날 공개된 합의서한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도 완전히 해소해주지 못했다.

KBS 연속 9꼭지…SBS 8꼭지, MBC 7꼭지

먼저 양의 문제다. 이날 KBS <뉴스9>는 머리기사부터 연속 9꼭지를 쇠고기 관련보도로 편집했다. 경제 뉴스 뒤에 보도한 한미 정상회담 소식까지 합치면 10꼭지다.

SBS <8뉴스>는 머리기사부터 8꼭지를, MBC <뉴스데스크>는 7꼭지를 쇠고기 수입 관련 뉴스로 보도했다. 숫자 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그동안 MBC가 쇠고기 정국을 '적극적'으로 보도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고시 강행 첫날 보도는 시청자들에게 의아함을 남겼다.

MBC, 기계적 나열…KBS, 문제점부터 치고 나가

▲ 6월25일 MBC <뉴스데스크>.
다음은 뉴스의 순서 문제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중요한 발표가 있을 때 뉴스는 스트레이트와 향후 일정, 정치권 반응, 시민 반응 순으로 편집된다. 25일 MBC 뉴스는 여기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MBC는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쇠고기 고시 내일 발효(스트레이트) △8월초 유통될 듯(향후 일정) △철야농성 돌입(야권 반발) △강경투쟁 선언(시민단체 반응) △이 시각 광화문(중계차 연결) 등의 순으로 보도했다.

그나마 이에 이어진 임명현 기자의 리포트 'QSA 실효성 논란'에서 QSA(품질체계평가) 프로그램이 강제성이 있는 건지, 언제 실행되서 언제까지 계속되는 건지 등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것이 '분석'으로 볼 수 있는 내용 전부다.

양국이 합의문에 서명도 안했는데 왜 우리 정부가 먼저 고시부터 하는지, 외교 관례를 벗어난 미국 측의 요구가 혹 무례한 것은 아닌지 등 시청자들의 의문을 풀어주기에 이날 <뉴스데스크>는 너무 '컴팩트'했다.

KBS, 시민들 반응 세 꼭지로 보도…MBC '소극적'

반면 KBS는 향후 일정을 보도하기 전에 해설 및 분석을 먼저 보도했다. KBS <뉴스9>는 스트레이트에 이은 이날 두 번째 리포트 '서명 빠진 합의'에서 이날 정부 발표의 문제점을 먼저 치고 나갔다.

KBS는 보통은 합의문을 교환하고 국내법에 반영하는 게 관례인데 이번에는 양국간 신뢰문제로 순서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해명으로 문제를 갈음한 것은 아쉽지만 내용상의 미묘한 차이 등 논란의 여지를 뉴스 초반에 설명한 것은 의미 있어 보인다.

▲ 6월25일 KBS <뉴스9>.
KBS는 이날 고시 강행에 대한 대책회의, 민주노총 등 시민들의 반응은 세 꼭지로 나눠 보도했다. MBC는 시민들의 반응을 두 꼭지, SBS는 한 꼭지로 정리했다.

SBS, 초등생 연행 보도 안해…이명박 대통령 동정은 별도 꼭지로 보도

▲ 6월25일 SBS <8뉴스>.
SBS는 시민 반응을 정리한 '고시강행 반발'에서 "경찰이 낮부터 시민들을 연행한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으나 초등학생이 연행된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KBS와 MBC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과 초등학생이 경찰에 연행됐다 풀려난 사실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한편, 이날 SBS는 정치권 반응을 전하면서 한나라당 입장은 단독 꼭지로 보도했고 "개혁의 후퇴는 있을 수 없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과 동정도 단독 꼭지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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