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한국일보가 이영성 편집국장을 해고했다. 이영성 국장이 1일자 인사발령을 통해 편집국장직에서 해임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고 노조 성명서를 신문 1면에 게재하는 등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일보 사측은 지난달 29일 노조가 장재구 회장을 고발한 지 이틀 후인 1일 편집국장 경질을 골자로 하는 간부급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일보 편집국 구성원들은 '장재구 회장 수사를 막기 위한 바람막이 인사'로 규정, 2일 인사거부를 결의했으며 인사 이전 체제대로 지면을 제작해 오고 있다. 이영성 국장 역시 편집국장직을 유지하고 있으나, 실제로 지면 제작은 부국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 21일 오후 인사위 개최 직후, 한국일보 기자들이 장재구 회장(사진 가운데)을 향해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언론노조)

한국일보 사측은 21일 오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영성 국장에 대해 '해임'을 결정했다. △인사 불응 △노조 성명서 게재 △업무방해 △사내질서 문란 △편집국장실 무단 점거 등이 해고의 이유다. 한국일보 인사규정에 따르면, 부장급 이상 간부사원에 대한 징계는 인사위 후 이사회 의결까지 거쳐 확정되지만 회사측은 의결 절차를 빠뜨린 채 곧바로 이영성 국장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박진열 한국일보 사장(징계위원장)은 인사위 저지에 나선 한국일보 기자 60여명 앞에서 "나도 한국일보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자꾸 이러면 안 된다. 좀더 냉정하게 방법을 찾아보자"며 중재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기습적으로 인사위를 열어 '날치기 해고'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초 인사위는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 9층 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기자들의 저지로 회의실 진입을 하지 못하자 바로 옆방인 상무실에서 기습적으로 진행됐다. 박진열 사장은 상무실로 들어서며 기자들에게 "여기서 (인사원회를) 하지는 않는다. 내가 그렇게 비열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으나, 곧바로 인사위가 열려 해고가 결정된 것이다. 이날 인사위원회는 인사위원 전원이 아닌 장재구 회장-박진열 사장-장철환 경영기획실장 3명만이 참석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한국일보가 이영성 편집국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한 데 이어, 아예 해고까지 하면서 한국일보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전망이다.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대위는 21일 저녁 즉각 성명을 내어 "박진열 사장은 본인이 직접 말한 '비열한 행위'를 스스로 저지른 셈"이라며 "애초 인사위를 개최하게 된 근본적인 사유가 사측의 부당한 인사조치에 있으므로 원인 무효인 데다, 인사위 자체도 절차적 하자가 많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앞으로 부당인사철회와 장재구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옥외집회를 개최하고, 31일 첫 심리가 예정된 이영성 국장에 대한 인사조치 무효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 등을 포함한 법적 투쟁도 동시에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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