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18~19일) 사이에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중요한 사실이 확인되고 충격적인 내용의 문건이 폭로됐으나 방송3사는 이를 아예 외면하거나 축소했다.

▲ 17일 <뉴스타파> 단독보도

43살의 국정원 직원 이모씨가 대선을 앞두고 트위터 계정 'nudlenudle'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대선 여론조작을 주도했다는 사실은 17일 저녁 <뉴스타파> 단독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씨는 이 계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박근혜 후보를 편들고 북한을 비판했으며, 이씨의 멘션은 '국정원 트위터 그룹'으로 추정되는 계정들에 의해 집중적으로 퍼날라졌다. 이씨는 현재 국정원 비정보파트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트위터 활동 당시에는 심리정보국 소속이었다.

뉴스타파의 보도는 △언론사 최초로 인터넷 여론에 개입한 국정원 직원의 신원을 직접 확인한 것이자 △'오늘의 유머' 사이트 이외의 인터넷 공간에서 국정원 직원의 여론개입 실체가 처음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뉴스타파의 보도는 <미디어스>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뷰스앤뉴스> 등 몇몇 인터넷 언론사에서만 인용보도 됐을 뿐, 18~19일 방송3사 메인뉴스는 관련 보도를 전혀 내놓지 않았다.

▲ KBS <뉴스9>과 SBS <8뉴스>는 19일, 진선미 의원이 폭로한 '반값등록금 심리전' 문건을 단신처리하는 데 그쳤으며 MBC <뉴스데스크>는 아예 보도하지도 않았다.

19일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폭로한 '반값등록금 심리전' 문건 역시 마찬가지다.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에 이어, 이번에는 국정원이 반값등록금 요구에 맞서 심리전을 지시했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내용의 문건이 공개됐으나 KBS <뉴스9>과 SBS <8뉴스>는 이를 단신처리했으며 MBC <뉴스데스크>는 아예 보도하지도 않았다.

방송3사 메인뉴스는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관련 뉴스보다 <화장하는 남자 는다> <베란다의 황조롱이>(KBS) <양식보다 싼 자연산 '참돔'> <이제는 '관찰예능' 시대>(MBC) <시원~한 국물? 입맛 버린다> <얼굴 크기만한 동백꽃 활짝>(SBS) 등과 같은 상대적으로 연성 아이템을 다룬 뉴스의 보도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 19일 방송3사 메인뉴스는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관련 뉴스보다 위의 아이템들이 뉴스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MBC PD 출신인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는 19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둘다 매우 중요한 사안이고 검찰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영향력이 큰) 방송사들은 관련 보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특히, KBS와 MBC는 국정원 사건이 박근혜 정부에게도 불리한 이슈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히 문제있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최승호 앵커는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은) 민주주의의 근원을 뒤흔드는 중차대한 문제다. 진실을 밝힘으로써 국정원이 다시는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없도록 해야 하는데, 과연 현재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된다"며 "뉴스타파는 계속 새로운 사실을 발굴해서 보도하고 있으나, 다른 매체들은 소극적이고 특히 (영향력이 큰) 방송사가 관련 보도를 전혀 하지 않아 일반 대중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대로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대충 덮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폭탄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언젠가는 엄청난 갈등으로 폭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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