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16일 오후 5시 18분

한국일보 사측이 이영성 편집국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자 인사발령을 통해 편집국장직에서 해임됐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국장직을 맡아 지면을 제작하고 있으며 편집국장실을 무단점거했다는 이유에서다.

▲ 이영성 편집국장이 6일 오후 편집국 비상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대위 제공)

16일 한국일보 사측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국장이) 편집국장직에서 해임됐음에도 불구하고 편집국장실을 무단점거 하고 있어서 업무방해 혐의로 최근에 형사고발을 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편집국 구성원들은 회사측이 단행한 1일 간부급 인사에 대해 '장재구 회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 수사를 막기 위한 바람막이 인사'라며 2일 인사거부를 결의했으며, 16일까지 15일째 인사 이전 체제대로 지면을 제작해 오고 있다. 이영성 국장 역시 편집국장직을 유지하고 있으나, 실제로 지면 제작은 부국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한국일보 노사가 인사사태를 두고 교섭을 벌이고 14일로 예정됐던 이영성 국장에 대한 인사위원회도 연기되면서 사태해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됐으나, 15일 곧바로 회사측이 이영성 국장을 대기발령시키고 22일 인사위를 예정대로 열겠다고 통보하면서 교섭도 결렬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일보 사측이 이영성 국장을 형사고발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노사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측 관계자는 16일 "원래 14일 오후에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는데, 오전에 (이영성 국장이) 회장-부회장-사장 앞에서 사과하면서 이제 노조일에 참여안하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징계위를 연기했었는데 계속 편집국장실을 무단점거하고 있다"며 "저희는 고발을 취하할 의사도 있었는데 계속 무단점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영성 편집국장은 회사측이 '마타도어'를 퍼뜨리고 있다며 격분했다.

이영성 국장은 16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상석 부회장이 (먼저) 인사위원회를 유보하겠다면서, 회장 체면을 세워달라고 해서 만난 것이다. 그래서 경과를 설명하고, 만약 회사가 노조와 대승적으로 타협을 한다면 그날로 바로 휴가를 가겠다고 했다"며 "대화 도중 회장이 '지면 1면에 노조 성명서를 실은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고 해서, 나는 '워낙 격동과 혼란의 상황이었고 기자들이 총의를 모아왔기 때문에 실은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런 지적이 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만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런데 이를 두고, 내가 노조일에 참여안하고 사과까지 했다고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은 전형적인 마타도어 작전이다. 그동안 회사와 노조 사이에서 절충안을 마련하려고 노력했었는데, (회사가) 그런식으로 거짓말한다면 협상을 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다"며 "더 이상 절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을 안하기로 했다. 대외적으로 이런 식으로 설명하고 있는 회사 관계자에 대해서도 강하고 엄중하게 경고를 했다"고 전했다.

또, 이영성 국장은 "회사측은 내가 (노조의) 막후조정을 하는 것처럼 음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터진 이후 며칠 있다가 곧바로 노조 비대위 회의에 불참하고 실질적인 지면제작에도 관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나는 기자들의 명분에 동의했을 뿐이고 기자들도 내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집단이 아닌데, 회사가 마치 내가 배후세력인양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취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형사고발 건에 대해서는 "아직 통보받지 못했다. 회사가 이런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겉으로는 교섭을 진행하면서) 뒤로 형사고발을 하는 것은 명분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노조나 비대위에서 결정한 바를 따르겠다"며 "만약 (비대위의 대응이) 미온적일 경우, 거짓말하는 집단에 대해 개인적으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진주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대위 부위원장 역시 형사고발 조치에 대해 "회사 측의 겉과 속이 달랐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며 "옥외집회 개최 등 투쟁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회사측이 임명한 하종오 신임 편집국장이 편집국 기자들이 만든 15일자 1면 단독 기사 <박 대통령 광고업계 일감 몰아주기 지적에… 공정위 납품가 후려치기조사 착수>를 인쇄전에 경제면으로 빼고, 대신 <육-공군 방송무기 알력> 기사를 배치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면으로 빠진 단독기사가 삼성계열사인 제일기획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회사측이 삼성 눈치를 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일기획 측에서 기사를 내려달라는 압력이 있었던 게 아니라, 회사 측에서 먼저 삼성 눈치를 보고 '알아서' 1면에서 제외시켰다는 얘기다.

노조 측은 16일 "최근 부당인사 사태 이후 사측에 동조해 왔던 모 부장(기자주: 하종오 편집국장)이 5월 14일 밤 11시 편집국 밖 모처에서 정체불명의 편집자(또는 오퍼레이터)를 대동하고 해당 지면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정상적인 신문제작 절차 과정을 무시한 초법적인 행태이며, 편집권 독립을 규정한 한국일보 편집강령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이자, 한국일보의 공정한 보도를 믿고 구독하는 독자들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장재구 회장 고발과 이어진 사측의 불법, 부당 인사에 대한 거부 등 현재 한국일보 기자들이 벌이고 있는 투쟁의 연속선상에 있다. 사측의 5월 15일자 지면 농단은 한국일보 노조와 기자들의 이번 싸움이 만약 패배로 끝난다면 한국일보 지면이 어떻게 망가질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번 사태의 책임자 문책과 함께 최종 책임자인 박진열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한국일보 사측 관계자는 16일 "현재 편집국장은 하종오 국장이다. 당연히 편집국장이 1면을 바꿀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측은 따로 입장을 내어 "현재 한국일보 제작과정은 회사의 (정당한) 인사발령에 따르지 않은 일부 간부와 노조원들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회사측은 이 같은 인사명령거부와 비정상적인 신문제작과정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15일자 1면기사 교체는 이런 상황에서 신문 발행인이 비정상적인 신문제작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결과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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