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경질 논란을 둘러싼 인터넷 세계에서의 소동은 그야말로 흥미진진 그 자체였다. 긴박했던 1분 1초의 상황을 뒤돌아보면 등에 한 줄기 식은땀이 흐를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티즌들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대립하기도 했다.

윤창중을 둘러싼 새벽의 소동

9일 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홀로 귀국을 했다는 보도가 최초로 나왔다. ‘개인사정에 의한 것’이라는 보도가 대다수였다. 이때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다. 아무리 대통령을 수행하며 방미일정을 함께 하고 있는 청와대 고위 관료라 해도 개인사정이 있다면 귀국을 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보수 인터넷 언론은 “아내가 사경을 헤맨다고 하더라”는 관계자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가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하면서 상황은 급박해졌다. SNS등 공간에서 네티즌들은 윤창중 대변인의 귀국과 이 사건이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저마다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네티즌들은 조심스러웠다. 만약 이러한 추측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엄청난 사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네티즌들은 윤창중 대변인의 실명을 거론하기 보다는 ‘ㅇㅊㅈ’이라는 약어를 사용해 저마다의 의견을 제시하는 조심성을 발휘했다.

▲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뉴스1
이후 CBS노컷뉴스가 윤창중 대변인의 성추행 연루 의혹 등의 내용이 담긴 현지 교민으로부터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며 후속 보도를 내놓자 네티즌들도 본격적으로 윤창중 대변인을 둘러싼 의혹을 추측하기 시작했고 결국 다수의 언론에 의해 윤창중 대변인이 경질됐다는 뉴스가 보도되자 SNS 등의 공간은 윤창중 대변인에 대한 비난일색으로 채워지게 됐다.

물론 일각에서는 윤창중 대변인을 옹호하려는 주장도 있었다. 보수적 입장을 가진 네티즌들이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는 “윤창중 대변인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무언가 다른 맥락이 있지 않겠는가 하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곳의 일부 네티즌들은 6.25에 참전했던 미 하원의원 랭글(Charles Rangle)이 한미동맹 60주년 만찬에 건배제의를 하기로 돼있었는데 의전 미숙 등의 문제로 이것이 무산된 것에 윤창중 대변인이 우국지사(?)다운 기질을 발휘해 외교부 등에 강력히 항의한 것이 문제가 돼 경질된 게 아니겠느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이들 중 일부는 “평소에도 CBS는 좌파들의 주장을 대변해왔다”며 성추행 피해자의 의도에 대해 의심을 품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사건의 정도가 생각보다 가벼운 것으로 밝혀지면 CBS와 좌파들을 한 방에 보내버릴 수 있다”며 합리적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의 주장은 일부 보수 인터넷 언론 등에 의해 다시 기사화됐다.

상황은 결국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윤 대변인이 방미 수행기간 중 개인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에 연유됨으로써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고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발표함으로써 윤창중 대변인의 성추행 연루설은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일부 보수적 입장을 가진 네티즌들은 “좌파들의 공격으로부터 박근혜정부를 방어해줄 것으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청와대가 언제 알았는지 명확히 밝혀야

물론 아직도 관련된 의혹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윤창중 대변인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등은 이후 조사 등에서 충분히 밝혀져 적절한 수준에서 대중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청와대가 윤창중 대변인의 성추행 연루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에 대한 의혹은 최대한 빨리 투명하게 밝혀져야 할 필요가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순방 마지막 도시인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해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이 행사는 윤창중 대변인이 출국한 이후 진행됐다. (청와대 블로그 제공) ⓒ뉴스1
과거 뉴욕한인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던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문제는 미국 현행범을 청와대에서는 급거 귀국시킨 것입니다. 미국 정부가 도와주었을까? 제가 아는 미국은 그런 나라가 아닙니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언론보도 전에 현행범을 빼돌렸다면 또 다른 청와대 망신입니다.”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견해에 맞추어 상황을 재구성해보면 윤창중 대변인의 성추행 연루를 청와대가 미리 알았고 기자들에게는 “개인사정”, “아내가 위독하다” 등의 핑계를 대며 윤창중 대변인을 귀국시키는 작전을 실행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물론 이는 아직 음모론일 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윤창중 대변인이 집안 사정 등의 핑계를 대며 단독으로 미국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경우 윤창중 대변인이 비행기에 올라 탄 이후 뒤늦게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박근혜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경질을 결정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물론 사건 이후 청와대가 대변인 경질 사실을 발표하는 데까지 36시간이나 걸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겠으나 긴박한 방미일정 속에서 청와대 참모진 내에서도 어느 정도까지 상황이 공유됐던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CBS노컷뉴스는 “사건의 파장을 알아차린 윤 대변인은 이남기 홍보수석에게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겨 먼저 귀국하겠다’고 보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CBS노컷뉴스는 “하지만 이미 관련 보고를 전해들은 박 대통령은 윤 대변인에게 귀국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윤 대변인은 미 의회연설 등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참가하지 못한 채 이날 급히 귀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CBS노컷뉴스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위의 두 가지 상황이 반반씩 동시에 일어났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사건의 내용이 마치 가십처럼 소비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누구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 지가 좀 더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전히 일부 보수적 인터넷 매체와 커뮤니티 등에서는 애초 성추행 피해 사실 등이 알려진 재미교포 커뮤니티와 피해자에 대해 일방적인 매도와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미의 결과 얻은 작은 성과조차 엉망이 된 상황에서 청와대가 이 정도라도 수습을 해줘야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청와대의 그야말로 명민한 대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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