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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미수다’ 주제를 촛불집회로 한다면[TV에세이] 외국인이 본 한국의 ‘촛불정국’을 생각하다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08.06.24 22:48

   
   
6월23일 방영된 KBS 2TV <미녀들의 수다>의 한 장면입니다.

<미녀들의 수다>와 관련해 논란이 끊이질 않죠. 하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외국인(남자가 아니라 여자)을 통해 한번 정도 되돌아볼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미수다’는 나름 미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살면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최근 ‘미수다’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을 줍니다. 한번 정도는 촛불집회에 대한  ‘미녀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가지고 지켜봤지만 기대로만 끝났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미 쇠고기 수입 논란과 이에 따른 ‘촛불시위 정국’을 외국인은 과연 어떻게 볼까, 상당히 궁금한데 ‘미수다’ 제작진은 별로 궁금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까지 꼭 ‘촛불집회’를 다뤄야 하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요. 지금 촛불시위와 관련해 언론은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여러 가지 분석과 시도가 많죠. 아마 이처럼 많은 관심을 받는 데에는 예전의 시위현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점들이 많이 나타난 것도 한 원인일 겁니다.

   
  ▲ 촛불집회 현장에 나온 시민들의 손팻말 ⓒ송선영 기자  
 
비조직화된 시위형태도 그렇고 예측불가능한 시위대의 동선과 시위양상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겁니다. 온라인상에서의 열띤 토론을 바탕으로 오프라인으로 역량을 집결하는 것 역시 특징적인 모습입니다. ‘1인 미디어’가 등장하고 ‘집단지성’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 역시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시위 자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즐겁게 놀이형식으로 변모시킨 이들의 에너지가 가장 큰 특징 아닐까요.

사실 ‘미수다’에 촛불시위라는 주제를 기대했던 것도 촛불시위가 가진 이런 특성 때문입니다. 그동안 미 쇠고기 파문과 촛불시위를 각종 시사·토론프로그램에서 많이 다뤘죠. 정색을 하고 심각한 모습으로 말이죠. 물론 사안 자체가 시민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한국 사회 민주주의와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심각할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한번 해보면 안될까요. 촛불집회와 미 쇠고기 파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좀 재미있게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전 그런 측면에서 ‘미수다’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미 쇠고기 문제는 물론이구요, 최근 ‘촛불정국’과 관련한 ‘토크’에서 우리 스스로는 좀 냉정해지기 어렵습니다. 우리 자신의 ‘안전 및 이해관계’와 직접 연결돼 있는데다가 현재 ‘촛불정국’ 국면 자체가 상당히 ‘정치적인 쟁점’이 돼있기 때문이죠. 더구나 우리 혹은 시민들이 상대해야 할 카운터파트너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정치집단이나 세력이 아니라 우리 손으로 직접 뽑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입니다. 그래서 더욱 만만치 않죠.

국내적 시각으로 보면 심각해질 가능성 높지만 외국인의 눈으로 본 현재의 한국 사회 풍경은? 이런 저런 다양한 생각과 시각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그들이 본 촛불시위에 대한 생각, 그들이 본 촛불시위대, 그들이 본 시위행태에 대한 소감, 그들이 본 이명박 대통령, 그들이 본 미 쇠고기 문제, 그들이 본 정부태도, 그들이 본 ‘보수단체’ 집회, 그들이 본 ‘조중동’, 그들이 본 네티즌 광고거부 운동, 그들이 본 검찰, 그들이 본 전경, 그들이 본 프락치 논쟁, 그들이 본 고엽제 전우회 등등.

   
  ▲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지난 13일 KBS 본사 앞에서 '정연주 사장을 끌어내라'고 외치고 있다. ⓒ곽상아  
 
순전히 가정이긴 합니다만 비양카는 ‘그냥 놀러간다’는 얘기를 할 가능성이 많구요, 허 교수는 아마 나름 ‘학문적  분석’을 시도하지 않을까요. 그 외에도 여러 의견들이 개진될 가능성이 많겠지요. 그 과정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 반성해야 할 점이 나올 수도 있구요, 때론 우리를 웃기게 하는 말이나 의견도 나올 수 있겠지요. 어찌됐든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들을 되돌아보게 만들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미수다’ 제작진이, 아니 KBS가 부담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촛불정국’ 와중에 KBS가 이미 ‘보수단체’의 타깃이 됐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예능 프로그램까지 촛불을 주제로 다룬다면 아마 집중타깃이 되겠지요. 그런 상황에 대해 ‘미수다’ 출연진들을 비롯한 외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질까요. 그들이 보수단체에 대해 ‘논평’을 한다면 보수단체 회원들은 또 어떻게 나올까요.

민임동기 기자  mediago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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