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스러운 것은 MBC, KBS 등 양대 공중파 TV 방송사를 비롯하여 한겨레신문, 경향신문과 일부 인터넷 네트워크 등 좌파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다.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는 조선, 동아, 중앙 등 소위 3대지가 편향적인 비판을 했다고 지적되고 있으나 진보좌파 언론의 쇠고기사태 보도는 객관성과는 거리가 더욱 멀다."

이재승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최근 발행된 <관훈저널> 여름호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이 전 위원은 '언론의 좌·우대립,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의 권두시론에서 KBS와 MBC,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좌파언론으로 규정하고 이들 매체의 미국산 쇠고기 관련 보도를 객관성이 떨어지는 편향적 보도로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관훈저널은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총무 김형민 SBS 앵커)이 발행하는 계간지로 관훈클럽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각 매체 전·현직 언론인 900여명이 회원으로 있다.

"KBS MBC, 광신도적 편향보도"…"국영방송이 이명박 정부에 집중공세"

이 전 위원은 이 글에서 "언론은 편집 성향이 좌든, 우든 논설과 해설은 편집정책에 따라 주관적으로 제작하지만 보도만은 사실보도를 준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석이다. 좌파언론은 여기에 구애받지 않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본인도 글에서 "과학적인 계량을 하기는 어려우나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균형을 크게 잃었다"고 말하고 있듯이 '주관적 보도'의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 <관훈저널> 2008년 여름호 표지(왼쪽)와 이재승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의 권두시론.
이 전 위원은 또 "KBS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영방송인데도 이명박 정부에 집중공세를 퍼붓는다"며 공영방송은 정권을 강하게 비판해서는 안될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는 "MBC도 정부의 지배를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진보좌파세력의 나팔수 역할을 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ABC, NBC, CBS 등 3대 주류 TV방송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라고 썼다.

이 전 위원은 "KBS, MBC 등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결정 이후 연일 안전성 문제와 촛불데모를 편향보도,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마치 광우병에 걸릴 것처럼 국민들 머릿속에 공포심을 각인시켜줬다"며 "이명박 정부를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오만한 정부라고 비판하지만 양대 TV방송의 광신도적 편향보도야말로 시청자를 우습게 아는 오만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은 인터넷에 대해서도 "정보유통의 양과 속도를 엄청나게 증대시키고 빠르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허위정보 날조 및 이에 따른 개인 및 기업, 국가의 손실 등 그 부작용도 심각하다…인터넷의 익명성은 거짓정보, 명예훼손, 루머 등을 증폭시킨다"며 "인터넷에 영향력에 상응하는 무거운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계 "논평할 가치도 없다"…관훈클럽, 해명 준비중

이 글에 대해 언론계에서는 "논평할 가치도 없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MBC 김성수 보도국장은 "내용에 대해서는 대응할 가치가 없어 보인다"며 "다만 나도 관훈클럽에 회비를 내는 사람인데 그런 글이 어떻게 관훈저널에 실리게 됐는지 경위를 알아봐야겠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지부 김보협 위원장은 "그런 얘기를 시민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 가서 해보라. 사람들이 정신병자 취급할 것"이라며 "그런 글에 논평할 가치를 못느낀다"고 말했다.

한 방송사 중견기자는 "개인 매체라면 얼마든지 자기 주장을 할 수 있지만 여러 매체 회원들의 친목모임에서 내는 잡지에 그와 같은 독특한 시각의 글이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실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관훈클럽은 이 전 위원의 글은 관훈클럽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내용의 해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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