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의도를 독자들과 공유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시작한 콩트 <2009, 촛불은 없다>가 이번 3회째부터 필자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앞으로는 독자와 함께 콩트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미디어스> ‘우리가 미디어다’ 게시판에 5회분 이후 글을 올려주시면 심사를 거쳐 채택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청와대 생활도 1년째다. 가끔 외로울 때면, <아침이슬>을 크게 틀어놓거나, 늦은 밤 인왕산에 홀로 오른다. 인왕산에서 바라 본 광화문대로는 너무 적막해서 마치 어린 시절 걷던 지평선 같다. 형님과 함께 바닷가를 뛰 노닐며 골재와 삽질에 관한 비범한 상상을 모래에 토건학적으로 그려보던 예닐곱 나의 귀여운 유아기적…. 갑자기, 형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엠비야, 회 마싯제? 뭐든 날로 먹는 기 쵝오로 맛있는 기라! 마, 날로 먹기가 ‘킹왕짱’인기다!”

▲ 경향신문 6월25일자 3면 '김용민의 그림마당'
숱하게 맞고 자라도 맨 처음으로 왕창 때려 맞은 기억을 못 잊는 법이라고, 그걸 ‘트라우마’라고 한다나 뭐라나. 하여간 그날 이후로 나는 뭐든 날로 먹지 않으면 먹은 거 같지 않았다.

사람들은 날더러 ‘샐러리맨의 신화’이니, ‘청계천의 신화’이니 했었는데 사실 영 불편했다. ‘신화는 없다’고 그렇게 했건만, 지지리 궁상들은 역시 말귀를 들어먹지 않는다. ‘신화’라니 얼마나 쌍스런 표현인가. 나는 그냥 날로 먹을 뿐이다. 날로 먹기의 맛을 모르는 인간들은 언제나 별 볼일 없다.

공사를 날로 먹는 방법은 무조건 빨리하기이다. 경부고속도로를 봐라. 조선소를 봐라. 현대가 그 광고는 참 잘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자장면 한 그릇을 시킬 때도 ‘빨리빨리’를 서너 번쯤 외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다. 아 참, 나 때는 환경영향 평가다, 지속가능한 시공이다 이런 억장 무너지는 규제가 없었던 건 오히려 선진화된 환경이었다고 봐야 한다. 요새 그런 말하는 사람들 다 빨갱이다. 빨갱이가 별건가, 일은 하나도 안 해봤으면서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놈들이 죄다 빨갱이다.

무조건 공사는 빨리해야 한다. 연구 용역 결과 나오기 전에 예산 만들어 놓고, 끼워 맞춘 연구 결과 나오면 설계 나오기 전에 삽질 들어가고, 설계도 나오면 기자들 불러다가 휘휘 구경 좀 시키고, 공사장에서 인부들이 사고치기 전에 후딱 끝내는 것이 공사의 노하우다. 대운하는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더라. 날로 먹는 공사는 또 뒷일이 있어서 좋다. 지속가능한 노동 환경에 공헌하는 공사란 이런 것이다. 계속 AS가 필요하니 얼마나 좋아. 경제에 이만큼 기여하는 장사도 없다.

“이봐, 뉴 우익 실장. 대운하 다 팠어? 그 이태인가 하는 친구는 어찌했어? 옷 베꼈나, 티 안나게 세련되게 베껴야하는데…. 홍보 좀 더 강화하고, 필요하면 섭외 잘 해서 기자들 데리고 운하 있는 나라들도 좀 다녀오고, 취임 2년째 되는 날은 뱃놀이 할 수 있어야 해, 알제?”

▲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대통령을 어떻게 날로 먹을 수 있을까, 고민 많이 해봤다. 첫 번째는 역시 공사다. 나의 위대한 업적인 청계천이 말해주지 않나. 대운하는 탁월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사장이나 시장을 할 때보다는 확실히 업무 범위가 많다. 일이 많은 건 좋은 거다. 나처럼 만성적 불면증에 먹을 거 욕심 많은 사람한테는 특히 더 그렇다. 쌍드기형 친구들은 대통령을 날로 해먹으려면 ‘방송’을 먹어야 한다고 했었다. 특히 시중 형님은 회를 먹으려면, 고기를 낚아야 하고, 고기를 낚으려면 ‘포인트’를 알아야 하듯이 대통령을 해먹으려면, 국민을 낚아야 하고, 국민을 낚으려면 ‘방송’이 ‘포인트’라고 했었다. 역시 그 형님 여론 조작을 오래 해봐서 그런지 올드 피플인데도 센스가 장난이 아니다. 2메가도 넘는다. ㅋㅋ 그렇다, 시중 형님에게 방송+통신을 넘겨 준 일은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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