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의 최근 행보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수호라는 본분과는 거리가 있는 행보를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중동에 대한 네티즌들의 '광고 거부운동'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은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23일 이들의 처벌과 관련해 구체적 기준 마련을 위한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 자체도 논란에 휘말리고 있는 상황인데 '문제의 대책회의'에 방통위원회 네트워크윤리팀장이 참석했다.

사실상 ‘공안대책회의’에 방통위 관계자가 참석한 이유는

이날 회의 참석자들의 면면을 한번 살펴보자. 대검찰청 민유태 형사부장, 대검 형사1과장, 첨단범죄수사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첨단범죄수사부장,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장.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 네트워크윤리팀장.

▲ 한겨레 6월24일자 2면.
회의 내용은 네티즌의 조중동 광고 중단 요구에 대한 단속·처벌 논의다. 이날 회의에서는 △업무방해나 협박,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양태와 범위, 수사 주체, 증거 확보 방안 등이 논의됐으며 △검찰은 '인터넷 괴담'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신뢰저해사범 전담팀에 이번 수사의 경찰 지휘를 맡기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면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사실 최근 촛불시위 정국에서 보여준 방통위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해가 가능할 법도 하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지난 9일 비공개로 청와대에서 진행된 이명박 대통령과 '원로그룹' 조찬회동에 참석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이날 조찬회동은 미 쇠고기 파문 이후 반대여론 급증에 따른 내각 인적 쇄신이 주된 내용이었다.

최 위원장의 부적절한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이틀 뒤인 지난 11일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정기 당정협의회에서 참석해 언론시민단체들로부터 격렬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날 열린 정기 당정협의회는 정부가 마련한 고유가 민생안정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정치적 독립성이 생명인 방통위원장이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것 자체가 논란을 부를 수 있었지만 최 위원장은 개의치(?) 않고 참석했다.

여기에다 최 위원장은 스카이라이프 사장에 이몽룡, 아리랑국제방송 사장에는 정국록,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에 양휘부, YTN 사장에 구본홍씨 등 MB 방송특보 출신들을 모두 사장에 앉히는 등 언론계로부터 여론을 통제하려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일각에서 ‘여론통제사령관’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이유다.

최시중 위원장의 '정치적 행보'가 불러온 방통위의 위상하락

언론계 안팎에서는 관계기관 대책회의에 방통위 네트워크팀장이 참석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고 있다. 기본적인 본분을 망각한 채 정치적 행보로 일관한 최 위원장의 마인드를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행보라는 것이다. 문제는 방통위의 이 같은 행보에 비례해 시민들과 언론단체의 반발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시중 국회 탄핵 촉구' 서명 인원이 최근 5만명을 넘어선 것도, 그리고 언론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최 위원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도 연일 계속되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말해준다. 최시중 위원장 스스로 방송의 독립성보다는 정부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의 독립적 위상 자체가 가능하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언론계 일각에서 점점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다.

▲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21일 오후 3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서정은
지난 21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가 한 발언은 현재 시민단체들이 방통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시중씨는 당정과 대책협의를 갖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일삼고, 방통융합 시대의 중요한 정책적 사안에 있어서 공공성과 독립성을 왜곡하는 등 방통위원장 자격이 전혀 없다. 결론은 스스로 즉각 사퇴하는 것밖에 없다. 방통위원장을 내놓고 대통령 시중을 들 수 있는 자리로 돌아가라."

“전체 방송계 정치적 독립성 훼손 가능성 높다” 우려

이와 관련해 KBS의 한 중견기자는 "사실상 네티즌과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기 위해 관계기관들이 모인 대책회의에 방통위 관계자가 참석한 것은, 현재 방통위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대책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살펴보면 과거 대학생들의 시위를 차단하기 위해 소집된 공안기관 대책회의를 연상시킨다"면서 "이 자리에 방통위 관계자가 왜 참석하는지 정말 이해를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방통위의 정치적 독립성이 심각히 훼손되고 있다"면서 "이 흐름이 지속될 경우 전체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도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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