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차량 운전노동자들(전국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지부 KBS분회)의 파업이 38일째를 맞은 오늘(24일), 노사의 협상테이블이 마련되면서 타결 직전까지 갔으나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전국언론노조는 "사실상 원청인 KBS와 직접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KBS분회의 교섭권을 회수했으며, KBS 측에 직접교섭을 요청했다.

▲ 파업 돌입 29일째인 지난 15일, 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지부 KBS분회가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개최한 '최저임금 극빈생활 탈출' 2차 전국상경 결의대회 모습. ⓒ언론노조

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지부 KBS분회(회장 이향복, 이하 KBS분회)는 임금인상 5.4% 등을 내걸고 지난달 18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KBS 차량운전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은 46세이지만, 지난 10년 동안 최저임금 또는 그에 미치지도 못하는 임금을 받아왔기 때문에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호소다.

KBS 차량운전 노동자들은 KBS가 100% 출자해 설립한 KBS비즈니스가 또다시 100% 출자한 (주)방송차량서비스에 소속된 직원들이다. 쉽게 말하면 'KBS 손자회사' 직원들이다.

지난 22일 'KBS 손자회사'인 방송차량서비스 측은 KBS분회에 "집회 및 파업을 계속할 시에는 직장폐쇄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공문을 보내 노사관계가 극도로 경색됐으나, 23일 저녁 회사 측에서 합의안을 마련해 오면서 협상타결 가능성이 점쳐졌다.

방송차량서비스 측은 KBS분회에 '회사는 2012년 임금 격려금으로 2억2천5백만원을 지급한다'는 합의문을 보내왔으며, 23일 저녁 KBS분회가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친 결과 투표 참여자 116명 가운데 104명이 찬성했다.

그러나 24일 오전 10시, 최종타결을 위해 마련된 협상자리에서 회사측이 통상적인 임금인상이 아니라 일회적인 '격려금' 형식으로 2억2천5백만원(1인당 72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히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이날 교섭에는 방송차량서비스 노무담당 관계자, KBS비즈니스 관계자만 나왔으며 협상타결 서명을 해야 할 박은열 방송차량서비스 사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KBS분회 측은 '말바꾸기'이자 '노조 힘빼기'라며 황당해 하고 있다. 24일 이향복 KBS분회장은 "어제까지만 해도 당연히 '임금인상'이라고 생각하고 찬반투표를 진행했는데, 황당하다. 임금협상이라면 당연히 통상적인 임금에 반영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합의서 문구를 교묘하게 만들어 와서 저희를 속이고 뒷통수를 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분회장은 "이제는 해결될 줄 알고, 조합원들도 짐싸서 (집회장소를) 떠날려고 가방 챙기고 있었는데 완전히 '노조 힘빼기'다. 만약 그대로 합의했더라면 노조는 이대로 깨졌을 것"이라며 "공영방송이 진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인가? '노조 깨기'로 유명한 창조컨설팅보다 더 악랄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방송차량서비스 관계자는 24일 "노조한테 물어보고 알아서 써라. 회사의 입장은 없다"며 취재요청을 거부했다. 이 관계자는 24일 오전 교섭에 박은열 방송차량서비스 사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며 언급을 꺼렸다.

상급단체인 전국언론노조는 KBS분회의 교섭권을 회수해 사실상 원청인 KBS와의 직접교섭을 추진할 계획이다. 25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한 뒤 길환영 KBS 사장 면담을 추진한다.

최정기 언론노조 조직부장은 "사실상 원청인 KBS측에게 KBS분회 문제를 놓고 직접 교섭하자고 요청해 놓은 상태"라며 회사측이 마련해 온 합의안에 대해 "운전노동자들을 '구성원'이 아닌 '부속품'으로 취급한 것이다. 처우개선의 기반을 마련해 주려 했던 게 아니라 일시적으로 '이거 받고 그만해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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