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차량 운전노동자들이 5.4%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지난달 18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KBS 손자회사'인 방송차량서비스 측이 운전노동자들에게 "집회 및 파업을 계속할 시에는 직장폐쇄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공문을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 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지부 KBS분회(분회장 이향복)는 1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최저임금 극빈생활 탈출'을 내걸고 2차 전국상경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언론노조

전국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지부 KBS분회(회장 이향복, 이하 KBS분회)는 임금인상 5.4% 등을 내걸고 지난달 18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KBS 차량운전 노동자들의 평균연령은 46세이지만, 지난 10년 동안 최저임금 또는 그에 미치지도 못하는 임금을 받아왔기 때문에 '극빈생활 탈출'을 위해서는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KBS분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입사 8년차의 실수령액은 약 138만원이다. KBS 차량운전 노동자들은 KBS가 100% 출자해 설립한 KBS비즈니스가 또다시 100% 출자한 (주)방송차량서비스에 소속된 직원들이다. 쉽게 말하면 'KBS 손자회사' 직원들이다.

사실상 원청인 KBS가 "손자회사의 문제일 뿐"이라며 손을 놓고 있는 가운데, 방송차량서비스 측은 파업 돌입 이후에도 KBS분회의 5.4% 인상요구에 턱없이 못미치는 금액만을 제시해 왔다.

여기서 더 나아가, 방송차량서비스는 KBS분회 파업 36일째인 지난 22일 "대기실 및 숙직실 무단점거에 대해 신속히 원상복구해 주시기 바라며, 집회 및 파업을 계속할 시에는 회사에서도 직장 폐쇄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음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KBS분회 측에 보냈다.

방송차량서비스는 "업무공간인 대기실을 귀 조합의 집회 대기공간으로 활용 및 24시 야간 근무조의 숙직실을 무단점거함으로써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어려움이 있다"며 "대기실 내 앰프사용으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또, "3월 18일 이후 계속되는 집회 및 파업 등으로 인해, 도급사의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으며 회사에서는 도급계약 미이행에 따른 금전적으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향복 KBS분회장은 23일 "파업 도중에 대기실을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건데, 무단점거라고 하니 황당하다"며 "회사측은 우리가 야간 근무조의 숙직실을 무단점거했다고 하는데, 야간 근무하는 사람들이 일할 수 있게끔 다 배려해 줬다"고 반박했다. 박은열 방송차량서비스 사장은 23일 <미디어스>의 취재요청에 "나랑 꼭 통화를 해야 하느냐? 바쁘다"며 전화를 끊었다.

KBS분회의 '임금인상' 투쟁에 대해 회사측에서 '직장폐쇄'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송차량서비스는 지난해 12월 14일 KBS분회 서울조합원 파업과 17일 전국총회 이후 공문을 보내 "총회 이후 발생되는 총파업 등에 대해 도급계약서 제14조(계약의 해지) 사유에 의해 발생되는 제반 모든 사항은 귀 노조에 책임이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KBS분회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던 2007년 10월 당시에는 KBS가 직접 방송차량서비스 측에 공문을 보내 "귀사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인해 KBS 차량운행업무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되고 있다"며 "만약 10월 18일까지 차량운행 업무가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KBS방송차량 위탁업무계약에 의거해 귀사와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음을 통보한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노조는 내일(24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비정규직 처우개선 요구에 직장폐쇄 협박 KBS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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