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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넘긴 운전노동자 파업, KBS는 '나 몰라라'돌파구 없이 길어지는 파업…KBS측은 "손자회사 문제일 뿐"
곽상아 기자 | 승인 2013.04.18 15:19

KBS 차량 운전노동자들의 파업이 18일을 기준으로 벌써 32일째 진행되고 있다. '극빈생활 탈출'을 내건 이들의 파업이 전례없이 길어지게 된 핵심적인 원인으로는 KBS의 '나 몰라라'식 태도가 꼽힌다.

전국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지부 KBS분회(회장 이향복, 이하 KBS분회)는 지난달 18일부터 임금인상 5.4% 등을 내걸고 파업에 돌입했다. 입사 8년차의 실수령액이 약 138만 원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다.

KBS 차량운전 노동자들은 KBS가 100% 출자해 설립한 KBS비즈니스가 또다시 100% 출자한 (주)방송차량서비스에 소속된 직원들이다. 'KBS→KBS비즈니스→방송차량서비스' 구조인 것이다.

   
▲ 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지부 KBS분회(분회장 이향복)는 1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최저임금 극빈생활 탈출'을 내걸고 2차 전국상경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언론노조

그러나, 방송차량서비스 측은 파업 돌입 이후에도 '임금 동결'만을 주장하고 있으며 사실상 원청인 KBS가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라며 손을 놓으면서 파업은 돌파구 없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말 박갑진 KBS비즈니스 사장은 KBS분회를 만나 이들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구두 약속을 했으나 방송차량서비스 측이 부정적인 의사를 피력하면서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후에는 별다른 교섭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KBS 측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있다. 18일 KBS 계열사정책부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손자회사의 문제일 뿐이다. 방송차량서비스의 노사관계에 대한 문제이고, 모회사는 (KBS가 아닌) KBS비즈니스"라며 "(KBS분회의 파업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KBS 차량 운전노동자들은 현장에서 KBS직원들의 지시를 받으며 운전업무를 하고 있다. KBS분회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근로조건에 KBS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잘 모르겠다"고만 말했다.

KBS분회가 파업 등의 투쟁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KBS분회는 2007년 10월 9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는데, 당시에도 쟁점은 '열악한 임금'이었다. 당시 123만원의 급여로는 실질적 생계가 불가능해 24만5000원의 임금인상과 복지혜택 신설 등을 요구했으나 KBS측이 '동결'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 파업이 촉발됐던 것이다. 2005년에도 12월 15일부터 조기출장과 연장근무, 휴일근무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에 돌입했는데 투쟁의 계기는 총 93만2500원에 불과한 평균임금 때문이었다.

'열악한 처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다른 것이 하나 있다. KBS분회의 교섭 상대가 바로 'KBS'였던 것.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KBS와 직접교섭이 가능했기 때문에, 2005년 2007년 투쟁 둘다 KBS분회 측의 요구가 일정 부분 수용되면서 단기간에 종료될 수 있었다.

하지만 KBS가 2008년이후부터 KBS분회와의 교섭테이블에서 빠지고 하청업체에 책임을 미루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2008년은 KBS가 경영난 해소를 명분으로 차량운전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 논란이 일었을 때다. 당시 KBS는 151명에게 대규모 해고통보를 한 뒤 임금과 수당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그 결과 △2009년 임금 10% 이내 삭감 △당일출장비 지급제도 폐지 등이 이뤄졌다. 이로 인해 KBS분회 조합원들의 전체 임금이 15% 이상 삭감돼 2009년에는 최저임금보다 더 적은 급여를 받아야 했다.

이향복 KBS분회장은 18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원청인 KBS가 파업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우리는 현장에서 KBS직원들에게 지시를 받아서 운전하고 있으며, 도급액 역시 KBS가 결정해서 내려보내기 때문"이라며 "하청에 재하청인 위장도급 형태의 구조를 만들어 놓고 '나 몰라라'로만 일관하는 것은 공영방송사가 할 행동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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