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는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의 모습 ⓒ뉴스1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이 ‘맥주 맛을 맛있게 만들기 위한’ 주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다는 소식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홍의원은 이 개정법률안이 추구하는 정책이 경제민주화의 일환이라 설명한다.

얼핏 들으면 이해가 안 가는 말이지만 홍의원의 설명은 명료하다. 이 법안의 목적은 대기업이 장악한 맥주 산업에 중소·영세업체의 진출을 쉽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맥주제조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시설기준을 완화하고,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엿기름) 사용량 기준을 현행 10%에서 일본과 동일한 기준인 70%로 높이며, 중소업체에 한해 세금 부담을 덜어주면서 맥아 비중을 높일수록 세금을 더 깎아주자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현재 국내 맥주시장은 국산 맥주시장의 96.1%를 차지하는 OB맥주(50.4%)와 Hite진로(45.7%)의 과점체제로, 경쟁으로 인한 품질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중소업체의 진출을 쉽게 할 경우 이들 업체가 고급맥주 개발을 선도하여 수입맥주와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중소업체가 고급맥주를 출시하더라도 ‘소맥 제조’에 용이한 기존의 값싼 맥주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있을 것이므로 두 대기업에게 해가 된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수입맥주의 시장을 국내업체가 잠식할 경우 OB맥주나 Hite진로 역시 맞춤형 고급맥주 개발에 뛰어들 수도 있다.

홍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중소기업 상생과 맥주 산업 발전을 위한 주세법 개정 간담회'를 열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물은 바 있다. 이 간담회에는 이 간담회에는 OB맥주 대외협력팀 방인호 과장, 한국주류산업협회 서정록 이사와 중소맥주제조회사 세븐브로이 김강삼 대표,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 차보윤 대표, 서울벤처정보대학원 정철 교수, 기획재정부 교통환경에너지세제과 안덕수 과장 등이 함께 했다.

간담회에서 홍의원은 "이 시대의 화두는 경제민주화"라며 "경제민주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여건을 만드는 것"이라 설명하였다. 또 그는 "특히 우리 실생활 속 가까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 사례를 발굴해 정책-입법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대표적 독과점산업인 맥주산업의 사례를 들어 국민께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알리고 싶었다"고 간담회의 취지를 밝혔다.

16일 오전 CBS 라디오 방송에서 홍의원은 “맥아 비중을 높이는 맥주가 많이 나오면 다양한 맛을 내기 좋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일본과 독일 등 OECD 많은 국가들이 그렇게 중소업체에 한해 주세를 낮춰주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부실업체 난립에 대한 우려에는 “하우스 맥주도 처음 허가를 내줬을 때 100여 군데였다가 지금은 54군데만 남았는데, 그런 건 사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요한 문제는 품질관리인데, 식약청에서 부패 방지 등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홍종학 의원의 개정법률안은 업계의 의견을 두루 청취하여 더 다듬을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경제민주화를 대중소기업의 상생 문제로 정리하고 그것을 구체적인 업계의 문제에 적용하여 ‘맥주 맛’이라는 삶의 질의 문제에까지 적용한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한 일이다. 이는 조선일보가 비슷한 문제에 대해 ‘주폭 타파’라는 엄벌주의적 기획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한 훌륭한 대응이기도 하다.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일이면서도 청문회 때 수산물을 들고 호통이나 치는 의원들과는 다르게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홍종학 의원의 ‘활약’은 사실 예측되었던 바다.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지금은 가천대로 이름이 바뀐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내면서 경실련 등의 경제단체에서 재벌 개혁 문제 등을 주제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 그는 한성대학교 김상조 교수나 KDI 유종일 교수 등과 비슷한 의견을 가진 이로 분류되고, 케임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나 사회민주주의센터 정승일 준비위원과는 논쟁적 관계에 있다.

경제민주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지난 총선 공천 당시 유종일 교수가 탈락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지만 그래도 홍종학 교수가 당선권 비례대표 명단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있었다.

홍종학 의원은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가 재정적자의 원인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골몰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 나와 세수감소액에 대해 질문했고, 국세청과 기획재정부에 갖가지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그 결과 그가 국세청으로 얻어낸 통합소득 백분위 자료를 토대로 김상조 교수가 속한 경제개혁연대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에 대해 "상위 20%도 안 되는 소수에게 감세 효과 절반이 귀속됐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경제정책의 영역을 넘어서도 그의 활동은 인상적이다. 그는 시민사회의 추천을 받아 비례대표가 된 만큼 현재 민주통합당의 세력분포에서는 ‘친노’에 가까워야 하는 입장이다. 물론 그는 경제개혁은 소수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 수행할 수 있다고 믿기에 ‘안철수 현상’에도 비판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대선 이후 탁현민의 유세 기획의 양상을 비판하며 ‘민주당 중심’을 말하는 등 특정 정파에 휘둘리지 않는 소신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18대 대선평가와 진보의 미래”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어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는 평가의 장을 처음으로 마련한 것도 그였다.

홍종학 의원의 ‘활약’은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개인이 한국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당과 유권자들이 그런 이들을 발탁해내거나 길러내는 방법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총선 전 민주당의 공천에서 홍종학과 같은 활약을 할 이들이 더 많이 포함되었다면 총선 결과와 대선 전 민심의 향방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과거 민주당의 행보를 적극적으로 반성하고, 향후 민주당의 행보를 설정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홍종학 의원의 활약에 주목하고 평가 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

▲ 오비맥주의 프리미엄 몰트 맥주 OB 골든라거가 지난 2월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가넷스위트에서 국내 최초로 미국의 맥주 전문 소믈리에 '씨서론 랍 쉘먼'을 초청해 맥주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설명하였다. 씨서론 랍 쉘먼은 2월 20일, 21일양일간 도심의 주요 맥주 매장을 찾아 직접 맥주를 서빙하는 게릴라 이벤트를 진행하고 고객들에게 씨러론 방식에 맞춰 따른 맥주와 어울리는 안주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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