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가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갑자기 중단시킨 데 이어, 2월 봄 개편 당시 폐지된 <역사채널e>를 내달 중 부활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 2011년 10월 7일부터 2013년 2월 22일까지 방송됐던 EBS <역사채널e> 캡처

2011년 10월 7일 첫 전파를 탔던 <역사채널e>는 올해 봄 개편 당시 폐지가 결정돼 지난 2월 22일 막을 내린 바 있다. <역사채널e>는 EBS 대표 프로그램인 <지식채널e>의 포맷을 벤치마킹해 짧은 영상으로 한국사를 소개해 왔다.

8일 EBS가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중단시킨 데 이어, 봄개편 때 폐지된 <역사채널e>를 갑자기 부활시킬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EBS 내부에서는 "정부 입맛에 맞게 근현대사를 왜곡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EBS 관계자들에 따르면, <역사채널e>는 '자랑스러운 우리역사 바로보기'라는 콘셉트로 내달 중 전파를 탈 예정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방송되는 <지식채널e>를 4회로 줄이고, 금요일 시간대에 <역사채널e>를 배치한다는 것이다.

EBS 측은 <미디어스>의 취재요청에 "아직 (결재 전이라) 방송여부가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구체적인 프로그램 기획의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으나, EBS 내부에서는 <역사채널e>가 '근현대사' 아이템을 다루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개편 당시 폐지됐던 프로그램이 얼마 지나지 않아 부활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한송희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문제가 되니까 (회사쪽에서) 함구하는 것 같은데, 근현대사를 다루려는 것으로 보인다. 폐지한 프로그램을 갑자기 부활시키는 의도 자체가 의심스럽다"며 "다큐프라임을 불방시킨 마당에 역사채널e를 통해 현대사를 왜곡할 확률이 매우 크다고 본다.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한 EBS PD도 "예전에 역사채널e는 근현대사 아이템을 철저히 배제했으며, 아이템의 절반 가량은 조선시대에 대한 내용이었다. 근현대사는 여전히 해석이 분분한 데다, 이념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었다"며 "앞으로 역사채널e가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감시해야 할 것 같다. 만약 근현대사를 다루고 유신을 재조명한다면 일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립유공자 후손 다큐멘터리 제작중단 파문과 관련해 "제작이 70% 진행된 프로그램의 제작을 중단시킨 것도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박정희 미화 다큐로 논란이 되는 KBS 뿐만 아니라 EBS도 사장이 청와대 쪽에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과잉충성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앞선 9일, 언론노조는 성명을 통해 "유신 독재의 역사를 올리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내리는 행태가 이 시대 공영방송사 사장에게 주어진 임무인가"라며 "작금의 공영방송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방송의 공정성, 독립성, 자율성을 훼손하는 명백한 도발로 간주하고 KBS 길환영 사장과 EBS 신용섭 사장에게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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