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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노동자 파업, 책임은 100% KBS에 있다"[인터뷰] KBS 비정규직 운전노동자 오달록씨
곽상아 기자 | 승인 2013.04.08 22:36

"이번 파업의 책임은 100% KBS에 있습니다.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면서, 노동자를 싸게 부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KBS 방송차량을 운전하는 노동자들이 22일째 파업을 이어가던 8일 오후, '전국 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한 오달록씨(40)는 이와 같이 말했다.

오달록씨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사비정규지부 KBS분회 대전지회 소속 조합원이다. KBS분회는 '극빈생활 탈출'을 내걸고 지난달 18일부터 부분파업, 20일부터는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 오달록씨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열린 '전국파업 결의대회'에서 눈물 흘리며 동료의 삭발을 도와주고 있는 모습. ⓒ곽상아

운전노동자들이 운전대를 놓았으나, KBS에서 빚어지는 업무차질은 거의 없다. KBS 측에서 파업에 참가한 이들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인력'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KBS→ KBS비즈니스→ 방송차량서비스'로 하청에 재하청을 준 복잡한 구조라 KBS가 합법파업의 빈 자리에 대체인력을 투입해도 '불법'이 되지는 않는다. 오달록씨가 "우리보고 KBS나 회사측은 '한 식구'라고 하는데, 이것은 식구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는 이유다.

오달로씨는 8일 KBS 본관 앞에 모인 180명 남짓의 조합원들을 가리키며 "모두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졌다"고 말했다.

오씨는 '구구절절한 사연' 가운데 "충주에 있는 한 조합원은 부인이 유방암 말기라서 수술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는 것과, "서울의 모 조합원 아들도 공부를 굉장히 잘해서 한 국립대에 합격했는데, 그 돈 마저도 없어서 대학을 못보냈다. 아들은 대신 공장에 취직해야 했다"는 사연을 전했다.

동료들의 사연에 안타까워 하는 오씨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추가 근무가 없으면, 세금 떼고 130~140만원 정도 받는데 이 돈으로는 저축도 못합니다. 초등학교 다니는 딸, 아들이 있는데 (학원보낼) 돈이 없어서 아내가 집에서 가르쳐요. 쉬는 날마다 아버지 농사 일을 도와 드리고 이 나이에 (아버지로부터) 조금씩 도움을 받고 있지요.

이러다가 (가족 중)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애들은 뭘 잘 모르니까 '우리 아빠, KBS 다닌다'라고 자랑하는데 요즘은 저도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씨는 "만약 태안기름유출과 같은 큰 사고가 터지면 중계차 등이 곧바로 따라붙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도 덩달아 바빠진다. 출장수당, 유류비 등이 당연히 불어나게 마련"이라며 "그런데, 회사측은 '(해마다 정해진 예산-도급액-이 있는데) 왜 오버해서 썼느냐. (추가된 금액은)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면서 모른 척 한다.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닌데도 말이다"라고 허탈해 했다.

또, 오씨를 분노하게 하는 것은 근속수당이 거의 없어 "갓 들어온 사람이나 입사한 지 10년 넘은 사람이나 (임금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연차 높은 노동자에 대한 존중이나 보상은 일절 없고, 보도차량/중계차량/임원차량 등 운전을 맡은 차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구조라고 한다.

이런 구조에서 '노동자들의 분열'은 오씨를 더욱 힘들게 한다. 

"복수노조 시행 이후, 회사 안에 2노조가 생겼는데 사실상 어용노조나 마찬가지입니다. 2노조위원장이란 사람은 우리가 이렇게 파업을 하고 있는데, '(파업 때문에) 외롭게 고군분투하시는 사장님께 (격려) 전화 또는 문자바랍니다'라는 문자를 돌렸다고 하더군요. 열악한 처우는 저희나 2노조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런 게 저희를 더 힘들게 합니다."

KBS분회 파업 이후, 5일 KBS 이사회는 이들의 임금을 최저임금인 4860원(시급 280원 인상)에 맞춰주는 내용의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두고, 오씨는 "당연히 합법적으로 받아야 할 돈인데, 과연 이걸 두고 '임금인상'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원래 그 마저도 맞춰줄 생각이 없다가 우리가 파업을 하니까 올려준 것이다. 참으로 허망한 일"이라고 혀를 찼다.

오씨는 평소 자신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KBS 기자, PD들과도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았다고 한다.

"공감은 하지만, 위로 정도만 해줄 뿐 누구 하나 발벗고 나서주지는 않아요. 솔직히 KBS 직원들도 KBS 사측이 '(정규직 노동자) 임금 인상분의 일정 금액을 (운전노동자들의) 월급을 올리는 데 쓰자'고 한다면 절대 안할 걸요?(웃음) (위로는 할지언정) 자신들의 것은 절대 내주지 않을 겁니다."

오씨는 "우리가 일은 5개만 하면서 10개 만큼의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조금만 우리를 신경써 준다면, 불만없이 일할 텐데 너무한다"며 "저희도 힘이 없으니까 항상 당할 수밖에 없는 거고…"라고 말을 줄였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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