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시위’에 ‘광우병’은 뒷전이라고 한다. 동아일보가 말했다. 17일자 12면 기사 제목이다. 기사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간단하다. ‘광우병대책회의에서 정치 구호를 내세운 이후 시위 참가자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절하게도 그래프를 통해 ‘급감추세’가 어느 정도인지도 보여줬다.
동아가 왜곡보도를 하는 건가. 아니다. ‘사실보도’다. 촛불집회 참가자 수가 지난 주말을 계기로 ‘급감추세’에 있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원인과 진단이다. 동아는 그 원인을 대책회의가 정치구호를 앞세웠기 때문이라고 단정한다.
여전히 ‘조중동스러운’ 조중동
그런데 동아는 정치구호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이 확신은 어디까지나 동아의 주관적 바람과 해석일 뿐이다. 팩트는 참가자 수가 적다는 것일 뿐 왜 그렇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을 필요로 한다. ‘촛불시위대’와 지금까지 함께 한 <미디어스> 기자들도 “정말 촛불시위대는 예상을 할 수가 없어”라고 푸념(?)할 때가 많은데 갑자기 점쟁이라도 된 것처럼 동아일보 확신에 가득차 있다.
확신으로 무장한 동아일보. ‘시민’들에게 이색적인 제안을 한다.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잔다. 아니! 지금까지 촛불문화제를 이어온 사람들은 그럼 시민이 아니었다는 말씀? 뭔 소린가 싶어 자세히 살펴봤더니 코미디 한편을 써 놓았다. 그것도 사설에. 한번 감상해 보시라.
1% ‘시민’을 위한 동아일보의 사설 … 이러니 욕을 먹는다
프라자호텔에서 서울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룸이나 식당 자리는 오래전에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는데, 요즘에는 광장을 가리는 대형 차단막이 호텔 쪽에 설치됐다. 청계광장과 서울광장 주변의 식당들은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 시민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으나 요즘은 예약 손님마저 발길을 돌린다고 비명을 지른다.”
‘인근 빌딩에 근무하는 회사원들’이란 표현이 흥미롭다. 청계광장과 가까운 동아일보사 직원들을 지칭하는 것인가. 잠깐 의심을 해본다. “프라자호텔에서 서울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룸이나 식당 자리는 오래전에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는 부분 역시 동아일보스럽다. 대한민국 시민 중에 이곳에서 밥 먹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이들 걱정을 하는가.
바다 건너 나라 쇠고기 안전 문제 때문에 수많은 시민들이 40일이 넘도록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 시민들’은 그럼 뭐란 소리? 궁금해 하고 있는데 동아일보가 사설 말미에 이렇게 답을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나의 권리와 주장만 부르짖고 타인의 휴식과 자유를 도외시하는 그릇된 인식에 있다.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을 시위꾼들로부터 되찾아 일상의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동아일보. 참 할 말이 없다.
중앙일보, ‘팩트’나 제대로 챙기고 얘기해라
촛불의 향방을 임의대로 해석하는 건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나 마찬가지다. ‘순수한 촛불집회’가 정치투쟁으로 변질돼 참가자들의 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뭐 조중동의 해석이니까 큰 의미는 두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바람을 담았다고 ‘읽고’ 있다.
“박승제 MBC노조위원장은 ‘시민과 국민이 촛불을 들고 MBC, KBS를 조·중·동으로부터 지켜 달라’고 외쳤다. 양승덕 한국피디연합회장(KBS PD)은 ‘공영 방송이 정부에 장악되면 5대 의제를 지켜내기 힘들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MBC노조(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의 이름은 박승제가 아니라 박성제이고, 한국PD연합회 회장은 양승덕이 아니라 양승동이다.
중앙일보. 정정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