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봄 개편에서 신설할 현대사 다큐 프로그램이 '박정희 미화 다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는 가운데, KBS PD협회(회장 홍진표)는 현대사 다큐를 이번 봄 개편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 KBS의 4월 봄 개편을 앞두고 신설되는 '그때 그 순간(혹은 '격동의 세월', 가제)'는 6·25 이후의 현대사 사건을 다룰 예정이나, 제작 과정과 편성 시기 등에서 석연찮은 점이 발견돼 '박정희 시대 미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과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 ⓒ뉴스1

KBS는 내달 1일부터 시행되는 봄 개편을 통해 현대사 가운데 굵직한 사건, 사고를 다루는 <그때 그 순간>(가제)을 1TV 토요일 저녁 8시에 배치할 계획이다. KBS 안팎에서는 '박정희 미화 다큐'가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으며, 지난 8일에는 역사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던 KBS PD 58명이 연명으로 성명을 발표해 "중차대한 역사프로를 군사작전 하듯 몰래 준비한 경우는 어떤 방송사에서도 없던 일"이라며 현대사 다큐의 제작 중단을 호소했다.

KBS PD협회 역시 11일 정오 총회를 열고, KBS 사측이 이번 봄 개편에서 현대사 다큐 신설을 삭제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PD협회는 "역사프로그램으로서 정당한 제작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고 졸속적, 폭력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만약 사측이 현대사 프로그램의 제작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일선 제작진의 의견수렴부터 새로이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PD들은 현대사 프로그램 제작 자체에 대해서는 맹목적으로 반대할 의사가 없으며, 봄개편 삭제를 전제로 사측이 전향적인 자세로 일선 PD들과 현대사 프로그램을 논의하고자 한다면 이를 수용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또, PD협회는 "졸속 추진 사태를 맞아 PD들은 제작본부와 편성센터의 간부들에게 강력히 경고한다"며 "특히 논의과정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편성센터와 다큐멘터리국의 간부들은 이번 사태를 맞아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회에 참석했던 한 PD는 "역사 프로그램은 심혈을 기울여서 치밀하게 준비를 해도 논란이 없을 수 없는데, 회사측에 따르면 현대사 다큐 신설 편성이 가시화된 게 불과 3주밖에 안된다고 한다"며 "이렇게까지 서둘러서 졸속으로 현대사 다큐를 신설하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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