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이 네티즌 프렌들리한 이슈가 왜 방송 오락 프로그램에는 등장하지 않는 걸까. 찬반 논란이 워낙 뜨거워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라서?

이 같은 갈증을 해소해줄 프로그램을 14일 밤 MBC에서 만났다. '시사태클'을 내세운 <명랑히어로>다. 이날 <명랑히어로>는 '촛불집회를 말하다'를 주제로 최근 '쇠고기 정국'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명랑히어로 김구라 "애가 100일밖에 안됐는데 고혈압에 당뇨에"

김구라의 '비유' 발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김구라는 "100일 잔치를 하려고 그랬더니 애가 100일밖에 안됐는데 무슨 고혈압에 당뇨에 애가 그런거야. 100일 정도면 수두나 장염 정도여야 되는데 총체적 난국인 것"이라고 말했다.

▲ 6월14일 MBC <명랑히어로>.
이밖에도 김구라는 결혼정보회사 주선 맞선, 처갓집 방문 등에 비유해 이명박 정부의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에는 "주식 넣어둔 것도 있고 해서 이명박 정부가 잘됐으면 한다"고 뒤늦게 수습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DJ DOC 이하늘은 '쥐는 살찌고 사람은 굶는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 6월14일 MBC <명랑히어로>.
반대로 이경규와 윤종신은 "정부를 너무 흔들지 말고 관망하자"는 등 정부 쪽 입장에 가까이 서서 발언을 이끌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MBC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서 김현정씨는 "정선희씨 문제 때문에라도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연예인들 모두 민감한 이야기일 것"이라며 "조금 겉도는 느낌은 시사프로가 아니니까 넘어가지만 김구라씨, 이하늘씨 속시원히 말하려구 노력하는게 재미있었다"고 의견을 남겼다.

이하늘의 의상에 대해선 "속시원하다"는 반응에서부터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좀 심한 것 같다"는 의견까지 평가가 다양하다.

지난주 출발! 비디오여행에선 '물대포' '비폭력' 언어화

사실 MBC 예능 프로그램에서 촛불집회를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명랑히어로>처럼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아니지만 지난 8일 <출발! 비디오여행> '김경식의 영화 VS 영화'에선 이미 촛불집회의 다양한 구호가 등장했다. 물론 비유를 통해서다.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에서 남녀 주인공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며 싸우자 김경식은 "비폭력 비폭력"을 연호하고, 남자 주인공이 개수대에 소변을 보는 장면은 "강고한 밥그릇 대오를 물대포로 진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드는 권위적인 태도는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죠."

돈 때문에 원하지 않는 동거를 하면서 남자에게 '올바른' 변기사용법을 설명하는 여자를 보여주며 나온 멘트인데 듣기에 따라선 지금의 이명박 정부를 향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가문의 저주로 돼지코로 태어난 귀족집 딸 페넬로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페넬로피>를 소개하면서는 "맞선철회 면상무효" "돼지면상 웬말이냐 신부감은 물러가라"는 구호성 멘트가 나오기도 했다.

드라마 '스포트라이트'에서도 "촛불집회 현장에서 GBS 서우진 기자입니다"

▲ 6월12일 MBC 드라마 <스포트라이트>. 뉴스의 한 장면이 아니다.
지난 12일 방송된 드라마 <스포트라이트>에선 서우진 기자(손예진 분)가 촛불집회 현장 취재를 나가기도 했다. 촛불집회 사상 최대의 인파가 모인 지난 10일 저녁 서울 광화문 상황이 뉴스가 아닌 드라마를 탔다. 드라마치고 너무 시의적절했다(!).

▲ 6월12일 MBC 드라마 <스포트라이트>.
"취재는 되겠어요? 기자들만 보면 난리친다는데……"(이순철 기자, 진구 분)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반영한 대사도 한 줄 걸쳤다.

안타깝게도 세 프로그램 모두 시청률이 높지는 않다. 한 시청자의 지적처럼 겉도는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정치적 이슈를 피하지 않고 금기를 깼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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