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사퇴를 계기로 "정수장학회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을 끊고 명실상부한 공익재단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필립 이사장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 첫날인 25일 "그동안 이사장직을 지키고 있던 것은 자칫 저의 행보가 정치권에 말려들어 본의 아니게 정치권에 누를 끼치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며 "이제 이사장으로서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만큼 모두 용서해주시고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정수장학회 측은 내주 이사회를 열어 후임 이사장 선출 등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야권과 시민사회의 요구사항인 '사회환원'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절차를 밟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최필립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25일 자로 박근혜 대통령이 정수장학회 이사장 시절 임명한 김덕순 이사(전 경기경찰청장), 최 이사장의 외교통상부 후배인 신성오 이사(전 필리핀 대사)를 연임시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28일 정수장학회 사회환원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정수장학회와의 특별한 인연을 정리하지 않는다면, 언론계를 비롯해 박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정수장학회 사회환원을 위한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호소했다.
공대위는 "군사독재 정권의 강탈 장물인 정수장학회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과거사 청산과 정의 회복의 상징"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특수관계인 현 이사들을 비롯한 사무처 인사들을 전원 사퇴시키고, 청오회와 상청회를 해산하는 것이 정수장학회 독립을 위한 책임있는 조치의 출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지태 씨 유족 대표, 시민사회, 학계, 전문가, MBC, 부산일보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어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사회를 재구성해야 한다"며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는 장학회 명칭변경, 정관개정, 언론독립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통해 김지태씨의 유지를 받드는 순수한 장학재단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부산일보의 편집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사장 직선제를 도입하고, 비판 기사를 부산일보 지면에 실었다는 이유로 해고시킨 이정호 편집국장의 복직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홍구 정수장학회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대선 당시에 박근혜 후보는 '이제 그만 아버지를 놓아달라'고 부탁하셨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 문제가 자꾸 거론되는 것은 저희와 같은 힘없는 시민단체 때문이 아니다"라며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박 대통령 본인이 아버지를 놓아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말 정수장학회 사회환원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놓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는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자신이 정수장학회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이야기했으나,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계속 정수장학회를 이대로 본인의 사금고처럼 유지하려는 것은 국민과 역사를 기만하는 것"이라며 "최필립 이사장의 사퇴가 도마뱀 꼬리자르기 식이 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말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 측이 정수장학회의 원소유주였던 고 김지태 씨 유족에게 '정수장학회 이사진 개편'을 약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김경재 새누리당 대통합위원회 기획조정특보는 박근혜 후보의 '정수장학회 기자회견' 직후인 10월 말 고 김지태 씨의 5남인 김영철 씨 측에게 연락을 해 "정수장학회 이사진을 개편하고 이름도 바꾸겠다"며 이는 '박 후보의 약속'임을 강조했다.
김 특보는 이후에도 계속 유족들에게 연락을 취하다가 대선 후에는 완전히 연락을 끊었다. 이에 대해 유족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족들을 가라앉히려고 하다가 대통령에 당선되니 말을 바꾸고 확 돌아서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말뿐이었고 해준 건 없다"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첫 번째 원칙은 박 대통령이 정수장학회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