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최승호 MBC 해직 PD가 퇴임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가 경호원들에 의해 제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24일 오후, 최승호 PD는 5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서울 논현동 사저로 돌아가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악수를 건네며 "4대강 수심 6m 비밀, 직접 지시를 하신 겁니까?"라고 돌발 질문을 던졌다.

최승호 PD가 제작을 맡았던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편은 당초 2010년 8월 17일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김재철 MBC 사장이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을 이유로 '사전 시사'를 요구하면서 한차례 방송이 보류된 바 있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방송본에 대한 '시사'를 진행한 것은 MBC 역사상 김재철 사장이 처음이었다는 점에서 이 결정은 MBC노조로부터 "큰 집(청와대) 보여주기용 훔쳐보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방송된 4대강편은 4대강 사업이 운하를 의심케 하는 대형보 준설 중심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최승호 PD는 석연치 않았던 결방사태 이후 2년 반만인 24일 오후 퇴임을 맞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방송보류를) 직접 지시를 하신 겁니까?"라고 물었으나, 이 대통령은 "허허허...나중에 이야기 합시다"라며 곧바로 자리를 떴다.

질문 직후 경호원들에 의해 제지당한 최 PD는 멀어져 가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언론의 입을 막으면 나라가 망합니다"라고 외쳤다. 당시 현장에는 방송사를 비롯해 취재진들도 다수 있었으나, '아픈' 질문을 던진 이는 최승호 PD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승호 PD는 25일 오전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2010년 PD수첩을 만들 때는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지도 못했기 때문에, 퇴임을 맞이해서 뉴스타파 취재차 찾아간 것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취재하려고 했다면 (MBC 사측이) 그것 하나만으로도 방송을 아예 못하게 막았을 것"이라며 "현재 뉴스타파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취재라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승호 PD는 "(뉴스타파 취재진 외에) 방송사나 여러 취재진들이 있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 아픈 질문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 조차도 2010년에는 (방송이 아예 무산될 수 있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을 찾아갈 생각도 못했다"며 "취재진 개개인들이야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이 마음 속에는 있겠지만, 언론 자체가 권력에 장악됐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언론의 입을 막고 국가를 운영한 탓에 민주주의가 후퇴되지 않았느냐. 이제라도 취재진들이 이 대통령을 찾아갈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야 한다"며 "취재진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할 만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승호 PD가 앵커를 맡은 대안방송 <뉴스타파> 시즌3의 첫 방송은 3월 1일로 예정돼 있으며 최 PD가 취재한 4대강 아이템은 3월 중순 경 공개된다.

최승호 PD는 "저희가 취재한 4대강 아이템의 핵심 주제는 '수심 6미터'다. 보의 부실, 수질저하와 같은 문제는 모두 (이명박 대통령이 원했던) 수심6미터로 맞추기 위해 벌어진 일들"이라며 "심층 준비를 진행해 3월 중순에 방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 최승호 MBC 해직 PD가 24일 오후 임기 5년을 마치고 서울 논현동 사저로 귀가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4대강 수심 6m 비밀, 직접 지시를 하신 겁니까?"라고 물었다가,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는 모습.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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