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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도둑 인사'로 시작된 박근혜 시대[박근혜 대통령 취임②] 윤창중-김행 대변인 체제, 청와대의 실세는?
김민하 기자 | 승인 2013.02.25 11:10

   
▲ 청와대 공동대변인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뉴스1
박근혜 정부 공동대변인으로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과 김행 위키트리 부회장이 내정됐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던 주말, 언론에 ‘흘려진’ 것이라 놀랍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윤창중 대변인에 대한 불만이 워낙 다양한 측면에서 제기되던 것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윤창중 대변인은 ‘인수위 1인 기자’를 자처하며 보도 가치의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고 사실상 ‘보도 통제’에 가까운 역할을 하면서 기자들의 원성을 샀다. 인수위 대변인에 임명되기 전에는 문화일보 논설실장으로 다소 파격에 가까운 형식의 글을 썼고 문화일보를 나온 이후에는 자기 블로그에 상식을 초월하는 독설을 늘어놓기도 해 ‘부적절한 인사’라는 평을 받았던 인물이다.

때문에 윤창중 대변인의 재기용은 그동안 문제제기를 해온 사람들에게는 그간의 비판을 박근혜 대통령이 ‘듣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김행 위키트리 부회장의 경우도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가로 알려진 김행 부회장은 2002년 정몽준 당시 대통령 후보의 대변인으로 활동한 이력 이외에 정치권에서 맡은 역할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대변인이라는 직책은 상당한 수준의 ‘정치적 감각’과 ‘언어적 감각’이 필요한 일인데, 이 두 인물의 이력을 살펴보면 청와대 대변인 직책을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감각을 활용해서 업무를 수행하기 보다는 대통령이나 청와대 ‘실세’의 ‘지침’을 받고 이를 그대로 수행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판단을 해볼 수 있다. 대변인 인사와 관련하여 한 네티즌은 ‘충실한 손발이 되어 줄 사람을 찾은 것 아니냐’는 단평을 내놓기도 했다.

청와대의 ‘실세’는?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다른 청와대 비서관 인사의 경우도 여러모로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주말을 경유해 정무비서관에 김선동 전 의원을 비롯한 일부 비서관들이 이미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이중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전 보좌관들이 각각 총무비서관, 부속비서관 또는 연설기록비서관 등에 내정됐다는 것은 눈여겨 볼만한 지점이다.

총무비서관의 경우 ‘청와대의 집사’라는 말로 표현되는, 청와대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중책이다. 부속비서관의 경우 대통령의 ‘주변’을 관리하고 각종 민원을 챙기는 그야말로 측근 중의 측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총무비서관과 부속비서관의 경우 임기 중 또는 임기 말에 여러 사건에 연루돼 구속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책으로도 알려져 있다. 연설기록비서관의 경우 대통령의 메시지를 가장 가까이서 챙기는 역할이다. 이러한 직책의 성격과 거론되는 인사들의 특성을 고려해보면 이들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문고리 권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다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공하는 정보 등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고, 이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판단과 메시지가 도출될 것이다. 이들은 사실상 ‘박근혜 직할 체제’의 핵심적인 고리이며 최고 권력자의 눈과 귀, 그리고 손이 되어 줄 충신 중의 충신이다. 그러므로 이들을 청와대의 ‘실세’라고 표현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경제기획원의 시대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으로 내정된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보와 국정기획조정수석실의 국정기획비서관으로 내정된 홍남기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의 경우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 둘 모두 ‘경제기획원’ 출신이라는 것이 그렇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내정자가 모두 경제기획원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그야말로 ‘경제기획원의 시대’가 왔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다.

   
▲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내정자와 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 ⓒ뉴스1

일각에서는 현오석-조원동 경제팀이 옛 경제기획원의 색깔이 강하다면서 ‘박정희 정부의 향수가 느껴진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경제기획원이 박정희 시대에 경제부흥을 명분으로 만들어진 기관이며 이들이 경제개발5개년계획 등을 입안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기획원의 인사들을 두고 기계적으로 박정희 정권을 연상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여론도 있다. 과거 참여정부 후반기에도 경제기획원 출신 인사들이 사실상 경제정책을 좌지우지 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시기에는 경제기획원의 영문자 머리말인 ‘EPB’와 ‘마피아’를 합성해 ‘이피아’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었다. 스캔들로 유명했던 변양균 전 정책실장 등도 경제기획원 출신이다.

다만, ‘박근혜’라는 상징에 ‘경제기획원’을 합쳤을 때 박정희 시대가 떠오르는 것은 도리가 없지 않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주말에는 ‘KBS TV자서전’이라는 프로그램에 남덕우 전 총리가 출연했다. 남덕우 전 총리는 박정희 정권 시절에 재무부 장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국무총리 등을 역임한 개발연대의 산 증인이며 ‘서강학파’로 불리는 경제학 인맥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 2012년 2월 21일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에서 열린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남덕우 당시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뉴스1

물론 KBS 측에서는 ‘TV자서전’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에 맡게 옛 인사를 불러 말씀을 들은 것에 불과했겠으나 TV를 통해 90세의 경제원로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그런 정도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야말로 다양한 부분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시대를 실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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