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하다. 너무나 초조하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 때문이다.

애초에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총리 후보로 지명할 때에도 지적됐던 문제다. 일정이 촉박하다는 거다. 인사청문회의 경우, 물론 꼭 기간을 다 채우지 않아도 되지만, 보통 20일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 법에 청문회 기간을 최대 20일로 할 수 있도록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헌법에 대통령 취임식을 2월 25일에 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니 최소한 2월 5일에는 각부 장관의 후보자들이 구성이 되었어야 한다. 물론 각부 장관의 경우 먼저 정부조직법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돼야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다는 난점이 있으나 그렇더라도 내정자 정도는 정해져 있어야 일 처리가 매끄럽다.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그냥 ‘국무위원’으로 지명해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는 편법을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홍원 총리 후보자와 13일에 지명된 외교부, 교육부, 법무부, 국방부, 안전행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경우는 상황이 좀 낫다. 이들의 경우 새로 신설되는 부처가 아니라 정부조직법개정안의 영향을 받을 일이 없어 어쨌든 인사청문회 일정만 서로 잘 협의하면 되는 것이며 정홍원 총리 후보자의 경우 20~21일에 국회인사청문회를 진행하기로 여·야가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조직법개정안이 표류하고 있어 향후 일정은 그야말로 안개속이다. 애초에 계획했던 일정은 14일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개정안을 처리하고 그 직후 해당 부처의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는 것이었겠지만 14일 본회의 처리가 무산되면서 그야말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18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물밑 조율을 시도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 열심히 협상을 하고 있는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왼쪽이 우원식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 오른쪽이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뉴스1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서로를 비난하기 바쁘다. 새누리당은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야당의 협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야당은 야당대로 머리에 뿔이 난 상태다. 우원식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수위원들이 계속 인수위 입장만을 설명하니 협상을 할 필요가 있는지 회의가 든다”며 “제출된 정부조직법안도 매우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실제 민주통합당 측은 애초에 요구했던 15가지 제안 가운데 △반부패 기구(국가청렴위원회와 고위공직자반부패수사처 신설, 대검 중수부 폐지)를 설치할 것 △장관급으로 격상된 청와대 경호실장 대신 중소기업청에 장관직을 신설하고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설치할 것 △방송의 진흥과 규제 정책을 미래창조과학부가 아닌 방송통신위원회로 이전할 것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전하지 말 것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을 독립기구화 할 것 △인재육성과 관련한 산학협력을 교육부로 남겨둘 것 등 6개를 추려낸 핵심요구사항을 제출하는 등 후퇴한 입장을 갖고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의 입장이 너무 강경해 진전이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14일 본회의에서의 처리 무산도 박근혜 당선인의 입장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현 조직개편안은 당당하고 설득력 있다’고 말하며 민주통합당 입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바람에 새누리당의 협상 여지가 없어져버렸다는 것이다.

원내정치란 결국 난제를 대화와 타협을 통해 푸는 것을 주요한 방법론으로 한다. 정부조직개편안은 일단 국회에서 처리해야한다는 점에서 원내정치의 대상이므로 여기에도 이러한 방법론은 당연히 적용된다. 야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이 아닌 이상 아무리 원안이 논리적으로 완벽한 것이라 해도 최소한의 의견 반영은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 기분이 좋아 보이는 박근혜 당선인 ⓒ뉴스1
이것은 새누리당의 구조 상 박근혜 당선인이 결단을 해야만 가능할 수 있다. 그런데 박근혜 당선인은 이러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애초에 구상한 원안만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조직법이 통과가 안 되니 미래창조과학부가 어찌 될지를 알 수 없고, 실물경제 일부와 신성장동력 등을 관리하고 발굴할 미래창조과학부의 운명을 알 수 없으니 경제부총리를 겸하는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것도 어렵다. 일본이 돈을 쏟아 붓고 유로존이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에서 국제적인 수준의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경고가 연일 나오고 있는데 새 정부 경제정책의 키를 누가 담당할지조차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당연히 불안하다.

도대체 무엇이 어찌될지 알 수 없으니 언론은 무책임한 예측기사만 쏟아내고 있다. 언론에서 언급하는 경제부총리 후보군은 상황의 변화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간다. 이한구, 김광두, 김광림, 윤증현, 류성걸, 이용섭, 강봉균, 김진표, 이헌재, 한덕수, 김석동, 권오규, 최경환, 장하준…. 나올 수 있는 이름이 다 나온다. 새로운 이름이 나올 때마다 언론은 ‘급부상’이라는 타이틀을 뽑는다. 이제 며칠이 더 지나고 상황이 달라지면 ‘이르면 내일’ 이라는 표현이 또 등장할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당선인께 부탁드린다. 제발 뭐라도 좀 하시라. ‘내가 생각해봤는데 경제부총리는 3배수 정도로 압축을 해서 이러 이러 이러한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라는 브리핑을 해주시든지, 아니면 국회에서의 협상을 잘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새누리당에 좀 제시를 해주시든지, 그것도 아니면 취임식 이전 정부 구성 포기 선언을 하시든지 하셔야 한다. 이것은 충심에서 드리는 고언이다. 국민들의 답답함과 불안함을 더 이상 증폭시켜서는 안 된다. ‘이 분들을 절대로 놀라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이제는 버리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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