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와 한국경제의 지면 난타전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매일경제 측은 "격이 안 되는 싸움은 지양하려고 한다. 법적 소송만 진행하고, 지면에서 (더 이상) 싸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으며, 한국경제 측은 "만약 매경이 후속보도를 한다면 맞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혀 이대로 '지면전쟁'이 종료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매일경제는 한국경제가 1일자 4면 <장상ㆍ장대환 위장전입에 '발목'> 기사에서 장대환 매일경제 회장의 실명과 과거 비리 의혹을 언급하자 2일 곧바로 <자본시장 독버섯 고발한다①> 시리즈에 돌입한 바 있다. 한국경제TV의 전 PD가 수뢰혐의로 구속된 것과 관련해 1면 <주가조작 놀이터 증권방송> 7면 <손해본 개미들 소송 준비> <특정株 콕찍어 미리 사들인뒤 한경TV 출연 "이 종목 유망"> <방송심의위 "조사 끝나면 제재 고려"> 등의 기사에서 '자본시장의 독버섯' '작전세력 갑 중의 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한국경제를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한국경제도 이에 뒤질세라 특별취재팀까지 꾸려 5일 <'폭주언론' 매일경제신문을 고발한다(1)> 시리즈 보도에 나섰다. 1면 <광고ㆍ협찬 안하면 무차별 '보복기사'> 6면 <주가조작 원조 MBN> <MBN에 출자한 저축은행 줄줄이 파산> <매일경제, 종편 출자 꺼린 기업들 돌아가며 '융단폭격'> 등을 통해 매일경제가 광고나 협찬을 거부하는 기업에 사소한 잘못을 트집잡는 보복성 기사를 서슴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시리즈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는 오늘(7일)까지 후속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 "매경이 꼬리내린 것 같아 상황 지켜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경제 김수찬 기획부장은 7일 "매경이 꼬리를 내린 것 같아서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매경도 시리즈 기사였는데 아직 후속보도를 안하고 있지 않느냐"며 "우리는 매경이 한 만큼만 되갚아준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매경이 후속보도를 한다면 맞대응할 생각이다. 그런데 아마 매경에서는 우리를 더 이상 공격할 게 없을 것"이라며 "저희는 이미 자료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정도로 다 준비된 상태"라고 말했다.

김수찬 부장은 '시리즈가 총 몇회 분량인가'라는 질문에 "시중에는 총 7회라는 얘기도 있고, 마지막회가 장대환 매경 회장 비리 관련 기사라는 얘기도 떠도는데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며 "지금 쌓여있는 데이터베이스를 봤을 때 10회로 나갈 수도 있고, 20회로 나갈 수도 있다"고 답했다.

김수찬 부장은 "장대환 회장 비리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매경이 한 만큼만 할 것"이라며 법적 소송과 관련해서는 "한경TV 쪽에서 언론중재위 제소를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수찬 부장은 매경 측에서 '한경이 매경의 종편 주주 명단이 공개된 이후 주주들을 찾아다니면서 온갖 협박을 가했다' 등의 주장을 편 것에서도 선을 그었다.

김수찬 부장은 "우리가 어떻게 기업을 협박하겠느냐. 만약 협박을 했다고 하더라도, 매경의 협박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며 "그런 말을 하려면 증거를 먼저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의 5일자 기사 <매일경제, 종편 출자 꺼린 기업들 돌아가며 '융단폭격'>에 언급된 모 그룹 측에서 기사 때문에 한경에 항의를 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기사가 나간 다음에 매경이 기사에 언급된 회사들에게 아주 잔인하게 했을 것이다. 오죽하면 저희한테 찾아왔겠느냐"며 "저희가 보도한 내용들은 이미 시중에서 파다하게 떠돌던 것들"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격이 안되는 싸움은 지양"

그러나, 매일경제 서양원 경제부장은 7일 "저희도 내부적으로는 취재가 다양하게 돼 있다"면서도 "격이 안되는 싸움은 지양하려고 한다. 한경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는 법적 소송으로 진행하고, 지면에서는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시장 독버섯 고발한다①> 후속 기사에 대해서도 "정리되는 대로 내보낼 것"이라면서도 "현재 개각 등 중요 현안이 밀려있기 때문에 정확히 언제 2탄을 내보낼지 말씀드리기 어렵다. 설 때까지는 마무리해야 할 기사들이 쌓여있고, 설 이후에도 일이 많기 때문에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법적 소송에 대해서도 "현 시점에 제기하면 또 이전투구의 양상처럼 비쳐질 수 있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서양원 부장은 "매경은 아시아시장의 대표 미디어그룹으로 나아간다는 생각에서 누구를 먼저 공격해본 적이 없는데, 한경이 우리를 헐뜯고 있다. 그런데 저희도 똑같이 하면 오십보 백보가 될 수 있다"며 "지저분한 싸움은 지양하고, 점잖고 품위있게 독자를 위해 나아가는 미래 전략을 취할 것이다. 저희와 한경을 연결시키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한경이 저희를 향해 제기한 문제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근거자료가 다 있다"며 "우리는 인위적으로 기업을 조지고, 광고협찬을 요구한 적이 없다. 그런 행태는 예전에 직업이 '기자'라고 하면 시집도 안보내던 시절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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