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광화문 네거리를 차단한 컨테이너에 대형 태극기가 내걸리자 시민들이 구경하고 있다. ⓒ서정은
6.10 항쟁 21주년을 맞아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과 이명박 정부 심판을 위한 '100만 촛불대행진'이 10일 오후 예정된 가운데 서울 세종로 네거리를 점거한 컨테이너 차단벽 공사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2단으로 쌓아올린 대형 컨테이너 박스는 이제 청와대 방향 10차선 도로를 완전히 가로막았다. 대형 태극기 2장이 내걸린 모습은 뒤쪽에 선 이순신 동상의 자태와 함께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못잡게 한다.

시민들은 2008년 서울 한복판에 벌어진 이 황당하고 낯뜨거운 상황을 기억하기 위해 증거 사진을 찍어둔다. 태극기가 내걸린 컨테이너 차단벽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외국인들도 눈에 띈다. 외국인들에게 저 태극기는 무엇을 상징하는 것으로 비춰질까.

컨테이너 박스 위에선 용접 공사를 하는 인부들의 모습이 보인다. 몇몇 인부들은 컨테이너 박스 외벽에 윤활제의 일종인 그리스 칠을 하고 있다. "이거? 시위대 올라오지 말라고. 미끄러지라고."

▲ 10일 광화문 네거리에 설치된 컨테이너 외벽에 시위대가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한 그리스 칠이 한창이다. ⓒ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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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던 시민들은 덕지덕지 발라진 그리스 흔적을 만져보면서 혀를 끌끌 찬다. 그리스가 묻은 컨테이너 외벽은 '이명박 OUT' '공공의 적' '나라 망하겠소'와 같은 스티커가 붙어있다.

▲ 10일 광화문 네거리 컨테이너 차단벽 앞에서 '조중동은 쓰레기'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는 '희망산책' 회원들 ⓒ서정은

▲ 컨테이너 박스와 전경버스 사이에 위험하게 끼어있는 시민 ⓒ서정은
컨테이너 바로 뒤쪽에선 시민 한명이 전경버스 사이에 끼어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컨테이너 박스가 꼴보기 싫어 치우라고 서 있었다"는 이 시민은 "전경버스가 컨테이너 박스 뒤에 붙으려고 나를 향해 돌진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시민들이 위험하다며 빠져나올 것을 권유했지만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다. 나를 밀어버리라고 말한 경찰이 와서 사과하기 전엔 절대 못나간다"고 소리쳤다.

시민이 비키지 않았는데도 코 앞까지 위협적으로 버스를 밀어붙인 경찰은 과연 누구를 보호하는 집단인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민심을 무시하겠다는 이명박 정부가 흉측한 바리케이트 뒤에 숨는 것은 무엇이 두렵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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